위대한 발명은 ‘세렌티피티’처럼 우연하게 느닷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역사 속 엔지니어]에서 다루어졌던 수많은 발명가의 발명들도 그러했는데요, 사진기 발전의 한 획을 그었던 루이 자끄망테 다게르(Louis J, M, Daguerre, 1787~1851)의 발명 역시 그렇게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사진출처 : https://goo.gl/vQnPMz
다게르는 1787년 11월 18일 프랑스 코르메유 장 파리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원리를 이용하여 극장무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습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이라는 뜻인데요, 오늘날 카메라의 어원이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캄캄한 방 한쪽 벽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빛을 통과시키면 맞은편 벽에 외부 풍경의 상이 거꾸로 맺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한 번쯤 만들어본 ‘바늘구멍 사진기’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것이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인 셈이지요.
▲ 카메라 옵스큐라 원리
사진출처 : (좌)https://goo.gl/Kt7IPU/(우)https://goo.gl/ZOZRwk
이런 원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화가들이 사물이나 풍경을 그릴 때 사용되어 오던 기법이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림의 원근법적 시각의 정확성을 위해 이 방법을 언급하기도 하였지요. 다게르는 카메라 옵스큐라 초점판에 비친 아름다운 장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졌습니다. 1827년경부터 본격적인 사진 연구에 몰두하였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파리의 렌즈가게에서 사진을 연구하고 있던 ‘조세프 니엡스’를 알게 됩니다. 사실, 그는 이미 자신의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을 정도로 다게르보다 먼저 사진 연구에 한발 앞선 인물입니다.
니엡스는 비튜멘(bitumen)을 칠한 금속판을 카메라 옵스큐라 벽면에 세워 1826년 최초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니엡스의 ‘헬리오그라피’인데요, ‘태양으로 그리는 그림’이란 뜻에 걸맞게 장장 8시간이나 태양 빛에 노출해야 했으며 단 한 장의 사진만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을 찍어야 하는 탓에 풍경을 찍을 때는 태양의 위치가 변하여 두 개의 해가 사진 속에 나타나기도 하고, 몇 시간씩 꼼짝 못 하고 있어야 하는 인물 사진은 더욱 찍기 어려워 카메라만 보면 모델들이 도망가 버렸다고 합니다.
▲ 헬리오그래피와 니엡스 초상화
사진출처 : (좌)https://goo.gl/8gerbW/(우)https://goo.gl/8NzMsX
그런 상황에서 다게르가 니엡스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다게르는 자신과 함께 사진 연구에 함께할 것을 니엡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니엡스는 사망하게 됩니다. 다게르는 니엡스의 사진이론을 발판 삼아 혼자서 연구를 계속하게 되지요.
그는 우선 빛에 분해되기 쉬운 은염을 연구하였습니다. 은도금 동판에 요오드 증기를 씌워 햇빛에 노출하면 희미한 영상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사진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온갖 연구를 시도했지만 형상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법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그는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던 판을 약품 저장소에 두었다가 꺼내 보게 되고, 형상이 제법 선명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수은 온도계가 깨져 있었습니다. 분명히 수은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하게 되었지요. 햇볕을 쬔 은판에 수은 증기를 쐬어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면 오늘날의 흑백 사진과 같은 포지티브 영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니엡스의 사진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었고 촬영 시간도 30분 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다게르는 이를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1839년, 최초의 은판 사진기였습니다.
▲다게르가 촬영한 ‘탕플대로의 풍경’
사진출처 : https://goo.gl/YrwWoB
▲다게레오타입
사진출처 : https://goo.gl/50HcfB
사진은 예상대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여러 분야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다게레오타입은 특히 미국에서 1850년대까지 3백만 개가 넘게 팔렸고, 전문 직업으로 활동하는 사진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발명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이지요. 특히나 사진기술이 발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발한 크림전쟁이나 남북전쟁 때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는 도구로써 유용하게 쓰이면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었는데요, 공식 종군기자가 생기고 이들이 활동한 ‘르포르타주’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면서 ‘리포터’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카메라 사진기술은 영국의 탈보트(Talbot, 1800~1877) 등 여러 나라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 의해 계속 연구되고 발전되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게르는 훗날 니엡스의 공로를 살짝 숨기고 혼자 명예를 차지하려고 하여 구설에 올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은 어느 한 사람만의 업적은 분명히 아닌 듯합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역사 속 엔지니어들처럼 또 다른 발명은 앞선 사람의 발명이나 연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 발명의 기초를 닦아준 앞사람의 공로를 정정당당히 인정하는 것, 꼭 필요하겠지요?
글쓴이 한지숙은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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