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크리스마스 선물, 뭣이 중헌디?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하는 기술, 선물

by 앰코인스토리 - 2016. 12. 21.


빨강, 초록, 금색, 은색의 크리스마스 빛깔이 시내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이고,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흘러나오는 12월입니다. 심지어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환한 촛불이 넘실거립니다. 딸랑딸랑,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도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네요. 우리 모두에게 무척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스레 기분이 들뜹니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할 시간입니다. 평소에는 어색해서 잘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꽤 괜찮은 기회입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이도록 전하는 선물


특별한 날,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이유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그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함이겠지요. 그런데 정작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은 마음의 표현을 넘어서 값비싼 물건으로 포장한 의무감일 때가 많습니다. 주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고,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요. 진실한 내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요? 그것만 알 수 있다면 선물에 대한 고민이 싹 사라져버릴 텐데요.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에는 선물하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사람이라도 서로 말 한마디 나눌 필요 없이, 심지어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낼 필요도 없이, 그저 SNS의 ‘선물하기’ 버튼을 누르면 되거든요. 버튼을 누르면 현금이든, 쿠폰이든, 교환권이든 즉시 상대방에게 전달됩니다. 귀여운 이모티콘이 ‘감사합니다’ 혹은 ‘사랑해요’라는 말풍선을 달고, 내 마음을 대신 전해줍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따끈한 커피 한 잔이나 피자 교환권을 선물 받으면 물론 기분이 좋아지지요. 하지만 왜일까요. 기쁜 마음이 가라앉으면, 살짝 아쉬움도 느껴집니다.

손글씨로 정성껏 편지를 주고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골목마다 공중전화가 놓여있어서 친구에게 전화라도 할라치면 손에 동전을 꼭 쥐고 줄을 서야 했었지요. 요즘은 언제라도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밤늦게 전화하는 일도 많지만, 그때는 해가 지고 남의 집에 전화를 하는 일이 실례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문방구에는 고운 파스텔 톤의 편지지가 늘어서 있었습니다. 편지를 받을 친구가 좋아할 만한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지와 어울리는 색깔의 펜으로 한 장, 두 장 편지를 써서 마음을 담아내곤 했습니다. 때로는 유재하의 노래 가사를, 때로는 해석도 다 못한 퀸의 <Love of my life>를 베껴 쓰기도 했어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전문을 받아 적을 땐 팔이 아프도록 오랜 시간을 써야 했지요. 당시 연애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군대에서 받았던 손편지가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답장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떠올려 보세요.


시간을 담으면 마음이 담기는 선물


구구절절하게 마음을 전해주던 시라던가 노래 가사, 직접 녹음한 테이프나 CD는 보기 드문 선물이 되었습니다. SNS를 통해 치킨 한 마리를 선물 받은 일도 무척 기쁜 일이지만, 정성껏 꾹꾹 눌러쓴 편지 한 장의 감동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겁니다. 받았을 때 가장 기쁜 선물은 역시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리워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선물이지요. 그러니 상대방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른 시간, 상대방을 생각하며 편지를 써 내려 간 시간이 감동을 줄 수밖에 없겠지요. 선물의 가격을 떠나서, 서로 함께했던 추억을 기분 좋게 떠올리게 하는 그런 선물 말이에요.

12월에는 ‘선물하기 좋은 책’을 몇 권 골라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누가 읽어도 부담 없고, 선물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책들, 따뜻하고 가벼운 책들로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에게 특별한 책을 선물하고 싶다면,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서 골라보면 좋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상대방을 떠올렸다거나, 책 속의 주인공이 상대방과 닮았다거나 그런 책들 있잖아요. 소중한 상대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한 시간만큼, 상대를 위해 고른 선물이 귀해진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환상적인 모험을 동경하는 자녀에게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 2」 

조앤 K. 롤링, 존 티퍼니, 잭 손 지음, 박아람 역, 문학수첩


해리 포터의 영화 시리즈보다 책이 더 재미있다는 분들 많으시지요. 특히 해리 포터 시리즈의 백미인 7권 「죽음의 성물」을 읽고 혀를 내두르신 분들도 많고요. 솔직히 저도 1권 이후 살짝 지루함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만, 7권을 읽고 나서는 모든 퍼즐을 맞춘 듯한 쾌감을 느꼈었지요. 이 책은 해리 포터가 학교를 졸업한 지 19년이 지난 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해리 포터는 39살 된 아빠이자 마법부 직원이 되었고요. 그의 아들 알버스는 호그와트로 향하는 급행열차를 타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합니다. 실제 영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대본을 엮어내서 대화체로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더욱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즐겁게 읽은 아이들(혹은 어른들에게도)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지음, 갤리온

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이라면 취향이 분명할 테니 선물할 책을 고르기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책을 드물게 읽으시는 분께 가장 부담 없이 선물할 만한 책은 아무래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병원을 개업하자마자 덜컥, 마흔세 살의 나이에 자신이 파킨슨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한동안 삶을 원망합니다. 그러다 일어나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30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으면서, 환자를 진료하고, 아이를 키우고, 다섯 권의 책을 내고, 강의를 했습니다. 가끔은 코앞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데도 5분이 넘게 걸리기도 하지만, 아직 사는 게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부모님께 재미있게 사시라며 건네 드리면 좋을 책 같습니다.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 준 소중한 친구에게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유안진 외 지음, 북카라반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을 꼽아보면,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작가에게서 많이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안에는 말 그대로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이 27편 실려 있습니다. 은근하고 편안한 매력을 가진 수필을 읽다 보면, 읽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옛 기억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피천득의 「인연」을 읽으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고,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으면 여고 시절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와 만나고 싶고, 도종환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를 읽으면 내가 꼭 장미가 아니더라도 괜찮다며 위로받게 됩니다. 소중한 친구와 함께 수필의 오랜 여운을 즐기면 좋겠습니다.




반짝이는 사랑을 꿈꾸는 연인에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역, 은행나무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에 크게 공감 가는 말이 있었어요.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과하게 알고 있고, 사랑이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다.’는 말이었지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보며 해피엔딩에 익숙해진 우리는 현실에서의 사랑 또한 해피엔딩이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행복한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서,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다고 해서, 평생 달콤한 낭만이 지속하지는 않습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 이후’를 다룹니다. 연인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책입니다.

 



든든한 응원군인 회사 동료에게

「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역, 랜덤하우스

읽어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지은 저자가 속편으로 냈던 책이거든요. 전작에서처럼 재미있는 우화를 곁들인 자기계발서입니다. 주인공 소년이 지혜로운 할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인생을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전거를 선물 받던 어린 시절을 지나 자동차를 몰고 다니던 청년기를 지나, 사랑을 하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면서도 잊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말씀. 그리고 청년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겁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추천 책읽기 이벤트 이번 호에 소개된 책 중에 읽고 싶은 책과 이메일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신 독자님 중 선발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안내 : 그동안 2~3회 이상 선정되신 분들은 양보해주시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