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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끝이 좋으면 다 좋아

by 앰코인스토리 - 2016. 6. 9.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순간, 기분 좋은 상상은 무참히 깨져 버리기 시작합니다. 닫히는 현관문 사이에 손가락이 살짝 끼게 됩니다. 피도 나지 않고 상처도 나지는 않았지만 살짝 낀 듯한 손가락은 이내 아파집니다. ‘조금만 조심할 걸!’ 중요한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허둥댄 것이 실수였습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손가락이 아파집니다. 서둘러 도착한 약속장소에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데 전화가 울리지요. “미안해. 한 시간 정도 늦어질 거 같다. 이해해줘. 오늘은 내가 아이 유치원에 보내는 날이라서.”라는 이유를 달았는데 한숨만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작 알려 주지!” “깜빡했어.”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해야 했고, 이른 시간이라 마땅히 갈 데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데 누군가 버린 껌이 신발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 신발인데!’ 조심스레 발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신발 바닥을 확인했습니다. 요즈음 보기 드문 껌이 붙어 있었습니다. ‘요즈음도 껌 씹는 사람이 있나?’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두리번거리면서 작은 막대기를 찾아 쪼그려 앉아 그 껌을 떼어내는 데, 왜 그리 안 떨어지는지. 오히려 껌이 점점 사방으로 번져가는 듯싶었습니다. 몇 분 동안 고생고생해서 껌을 떼어내기는 했지만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찝찝함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먹기 싫다는 점심을 사주겠다는 지인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육개장을 잘한다는 집인데, 하얀색 와이셔츠가 왠지 불안해서 최대한 가린다고 가렸는데 맛있게 먹고 있던 육계장 국물이 한 방울 통 튀어서 소매에 떨어지는 순간, 그 맛있던 육개장이 순식간에 싫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닦는다고 닦았는데도 남는 얼룩에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정말 안되는 날이구나!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게 최고로 좋겠어.’ 걸음을 재촉해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세수를 하고 발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오늘 하루 왜 이럴까?’. ‘뭐가 잘못된 거지?’ 하루를 되돌아보는데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현관문에 찍혔던 손가락 생각이 났습니다. 잊고 있었던 손가락이 다시 욱신욱신 저리기 시작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날이었네!’ 그리고 TV를 틀었습니다.


막 프로야구가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팀의 라인업을 보다 보니 오랜만에 등장한 한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선수였지만 평소 잘 되기를 응원하던 선수여서 그런지 금방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선발로 나올 게 뭐람!’ 한 타석이 지나고 두 번째 타석 팀이 동점을 만들고 역전 찬스에서 그 선수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하고 있는 순간, 역전 2루타를 쳤습니다. 하루 내내 이상한 일들의 연속으로 우울하고 짜증이 났었는데 그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큰 선물을 안겨다 준 것입니다. 그 선수의 그 역전타에 힘입어 팀은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종종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데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이 있고 바람 부는 날이 있으면 눈이 오는 날도 있듯, 오늘 하루 벌어졌던 머피의 법칙이 연속되었던 것은 하나의 굴곡에 불과하고 저녁때의 사소한 기쁨을 더 크게 만끽하라는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