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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청소의 기쁨

by 앰코인스토리 - 2016. 5. 30.


지난주 토요일, 엄마와 나는 청소를 하기로 했다. 겨우내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버리자고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나는 욕실을 맡았다.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덤벼들었다. 창문을 열고, 세면대부터 닦기 시작했다. 수세미에 액체비누를 가득 짜서 구석구석 꼼꼼하게 청소했다. 묵은 때를 벗겨 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칫솔을 이용해서 닦았다. 


세면대에 이어진 하수구의 이음새 마디까지 일일이 불리해서 청소했다. 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듯싶었던 머리카락과 찌꺼기가 엉겨 붙어 있었다. 세면대가 시원하게 내려가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이 찌꺼기 때문이었으리라. 찌꺼기가 제거된 세면대에 물을 흘려 내려보냈더니, 내려가는 소리마저 예전과 사뭇 달랐다. 막혔던 것이 펑 뚫린 거 같은 통쾌함이 느껴졌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시일을 미뤘던 나를 잠시나마 반성하였다. 세면대는 이 정도는 완벽하고 다음은 좌변기였다. 엄마가 자주 청소를 해서 물만 뿌리고 말 생각이었지만, 큰맘 하는 청소이니 한번 윤이 나게 해보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몸을 숙여 가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손을 뻗어 청소했다. 손이 닿지 않았던 곳에는 때들이 덕지덕지 있었다. 비누칠을 하고 솔로 닦아 내고 물을 뿌리고 몇 번을 반복했다.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끗해질 것만 같았다. 하나하나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니, 청소하는 기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욕실 타일도 커다란 솔로 밀고 다니면서 타일 사이 사이의 때까지 벗겨 내려고 노력했다. 찌든 때에 색이 죽어 있었던 욕실의 타일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색을 뽐내기 시작했다. 젖은 걸레를 꼭꼭 짜서 마무리에 들어갔다. 마른걸레로 욕실 문이 썩지 않도록 물기를 닦아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욕실 등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욕실 분위기였다.


청소를 끝내 놓고, 스스로 미소를 지어 보기는 처음인 듯싶었다. 물론, 옷소매며 운동복 바지 곳곳이 다 젖었고 2시간 넘게 청소를 한 탓에 허리도 아프고 팔도 당겼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욕실을 본 엄마도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청소는 이런 맛이 있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봄 청소로 한동안 우리 집 욕실은 일류호텔 화장실이 부럽지 않을 것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