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뜻의 ‘kid와 ‘어른’의 adult를 합쳐 ‘키덜트’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아하니 이 키덜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1980~90년대를 살았던 꼬마들이 2000년을 훌쩍 넘기고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그 옛날의 향수를 많이 그리워하는 모양이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보다 좋을 것도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추억들은 꽤 많았던 것 같다.
나의 꼬마 시절도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용돈 하라고 1,000원을 쥐여주면 학교 앞 문방구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TV 만화에서 보았던 《독수리 5형제》며 《마징가 제트》가 아로새겨진 조립 장난감이 있는 선반에 제일 먼저 눈을 돌렸다.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모형이라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사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때마침 돈이 생겨 원하는 조립 장난감을 살 수 있게 되자 뛸 듯이 기뻤었다. 팔이 움직일까? 다리가 움직일까? 목은 자유자재로 움직이겠지?
설레는 마음에 이것저것 상상하면서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하게 되었고,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박스를 열어 《마징가 제트》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틀에 있는 오른손 주먹을 조심스럽게 떼어내어 암수를 맞추어 결합하고 깔끔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보겠다고 연필 깎는 칼까지 옆에 두고 접합 면을 다듬었다. 뭐 하나 부러질까 봐 약한 부분을 떼어 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팔을 만들고 다리를 이어 부치면서 제대로 된 모양으로 완성되어 가자 형언할 수 없는 설렘이 물밑 듯이 밀려왔다. 한참 동안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다 보니 손발에 쥐가 나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TV에서 보는 것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로봇이 완성되고 스티커를 붙이고 나니 근사한 완성품이 되었다. 비록 걸을 수는 없지만 TV에서 볼 때처럼 버튼만 누르면 주먹이 발사되고 주먹 안에 큰 칼을 꽂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책상 위에 두고 한참을 째려보았다. ‘요 녀석 너는 오늘부터 나와 영원히 가는 거다!’ 조립 장난감 만드는 재미에 빠져들자 설날 세뱃돈을 타면 비행기를 샀고 삼촌이 놀려 와서 용돈이라고 쥐여주면 탱크를 사서 만들고 심부름해서 용돈을 받으면 헬리콥터를 샀다. 점점 어려운 장난감에 도전하게 되었고 본드 칠을 하기도 했고 물감도 칠하게 되었다. 그렇게 가짓수가 늘다 보니 나중에 처치 곤란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공부에 박차를 가하게 될 때쯤 장난감은 모두 치우란 엄마의 말씀에 여기저기 만들어 놓았던 장난감을 한데 모으자 사과박스 3~4개가 필요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조립 장난감에 대한 흥미는 잊고 살고 있지만 키덜트 시장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처럼 그 옛날 조립 장난감에 열성을 보였던 꼬마들이 많았었던 거 같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긴 하지만, 추억만은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아닐까?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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