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갓김치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이런저런 김치들을 하느라 엄마는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셨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김치 양념을 넣고 빨간 고무 장갑을 낀 손으로 쓱쓱 버무리고 나면, 맛깔 나는 양념이 뚝딱하고 만들어졌다. 채 썰은 무,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다진 파, 설탕, 액젓 등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념들이 빨갛게 하나의 옷으로 갈아입고 김치가 될 재료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절임 배추를 만나 배추 사이 사이로 스며 들면 걸작품 포기김치가 탄생한다. 엄마는 더 맛있게 한다고 철에 따라 굴을 사다 넣기도 했고, 어떤 때는 황새기젓을, 살이 통통 오른 새우젓을, 시원한 맛을 추가한다며 배나 사과를 갈아 넣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렇다 보니 익지 않은 김치도 그런대로 맛을 내기도 했지..
2024.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