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우리 부부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녀석은 손녀다. 손자는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용수철 같은 장난꾸러기가 손녀다. 손자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해도 “네, 네, 그래요.”라는 단답형으로만 되풀이하고 애교스럽고 천진난만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들으려야 들을 수가 없다. 손녀는 아내전화에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 내가 막내로 태어나서 다행이야.”
“왜?”
“오빠보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가족 삼대의 어릴 때를 되돌아본다. 남존여비 사상이 잔존했던 시대였기에, 나는 다섯 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난 것만으로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고 동생들과 달리 보리밥을 먹지 않아도 삼배 적삼과 솜바지를 입지 않아도 강요당하거나 꾸중을 듣지 않았다. 동네의 가난한 집 여자들은 식모로 나가거나 민며느리로 갔다. 일찌감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재산을 증여하셨는데, 장손은 가계와 제사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동생들과는 차이가 나는 분배를 받았다.
직장인이 되어서야 어머니가 “너는 많이 배우고 좋은 직장에 다니니 막내-증여할 시기에는 태어나지 않았다-에게 논 일부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간청하는 바람에 말씀대로 양도해서 다른 형제와 비슷하게 만들기도 했다. 나는 아들딸 남매를 두었는데, 키우면서 별다른 차별을 두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의 기억력을 인정한다면 동등하지는 않았나 보다.

 

손자손녀 세대는 남녀 차별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터라, 아들과 며느리도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다만, 손자가 먼저 태어났기에 관심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손자에게 이런저런 간섭이나 꾸중을 더 하고, 손녀에게는 덜하기에 어린 마음으론 그것을 더 많은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토요일에는 손자손녀가 도착하자마자 숙제하기에 들어갔다. 손자는 이어폰을 꽂고 영어회화에 열중이고, 손녀는 산수문제를 풀고 있었다. 손자가 동생의 학습지를 슬쩍 보더니,
“그게 뭐야. 틀렸잖아.”
“뭐가 틀렸는데.”
“더하기, 빼기를 모두 더하기로 했잖아.”
학습지에는 8+1=9, 8-1=9라고 적혀 있었다. 돌아앉아서 조용히 무엇인가를 끄적이더니, 학습지를 내밀면서 “오빠, 안 틀렸잖아.”라고 소리소리 지른다. 그사이에 8-1은 8+1로 고쳐져 있었다.

 

손자하고는 세 살하고도 3개월 차이라 지는 게 당연할 법도 하련만, 어린 나이에도 자존심이 있는지 차이고 맞아서 눈물을 흘릴지라도 질 생각을 도통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손자가 그 나이 때 하던 애교를 손녀가 보여주길 원하건만, 따라쟁이라 즐거움이 반감되어서 서운하다. 그저께는 손자가 우리 부부의 전화를 받길 꺼리는 데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전화기를 멀찌감치 들고서 손사래를 친다는 소식에 허탈감이 들면서도 또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내가 밉지만,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어찌할까. 어쨌든 그들이 있어 웃을 일이 많아지는 현실은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는 우리의 복이 아닌가.

 

글 / 사외독자 이종훈 님(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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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추억의 사진

아버지 회갑잔치.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고향 집에서 아버지의 회갑연을 하면서
맏이인 제가 아버지를 업고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장면입니다.
옆에서는 고모님이 도우미 역할을 하셨지요.
지금은 두 분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그때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제 가슴 속에 생생합니다.

 

 

촬영지 / 집
글과 사진 / 사외독자 이선기 님(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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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지리산 중독


사부작 사부작 떠나는 여행.
소리없이 못내 아쉬운 듯 작별하려는
여름을 떠나보내려
나와 너는 서로에게
달려가고 마중하는가 보구나!
여름 끝자락 지리산에서 너의 품에 안긴다.


촬영지 / 지리산
글과 사진 / K4 제조3팀 김대봉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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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대우를 받은 지도 오래되다 보니, 首丘初心이라고, 젊은 시절의 추억이 불쑥불쑥 돋아나곤 한다. 그러던 차에 지난번 여행에 동행한 부산친구가 초청을 해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첫 직장의 사연들이 묻혀있는 장소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시험을 보려고 들어간 D 여고의 교문에서부터 추억을 더듬었다. 그곳에서 횡단보도와 철길만 건너면 바로 첫 근무지다. 늘어나는 수출물량을 채우느라 구내식당에서 세 끼니를 때우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휴일이라고는 한 달에 하루나 이틀뿐, 20개월간 청춘을 불살랐던 그곳은 상상도 못 한 재래시장의 주차장이 되어 나를 맞았다.
단층의 정미소로 출발하여 필요할 때마다 쌓아 올린 7층 건물은 외관으로는 번듯했지만, 담장 안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데다 건물 내부는 미로처럼 구성된 열악한 환경이었다. 국내 최고 최대의 신발공장으로 사원들의 월급은 최상급이었지만, 여름철에는 고무를 찌면서 내뿜는 50도가 넘는 열기를 온몸으로 안으며 근무해야 하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잠시나마 시원한 바람을 쐬기엔 에어컨이 가동되는 은행이 있었고, 부실한 식당 반찬은 길 건너 시장통의 꼼장어 구이로 보충했다. 최대한 빨리 점심 식사를 마치고, 눈치 보며 앉아 있었던 은행은 큰길 건너로 옮겨갔고, 100원에 6~7마리를 구워주던 아주머니들은 수족관을 갖춘 번듯한 횟집 주인이 되어있었다.
몇천 명이 동시에 퇴근하면서 왁자지껄하던 정문은 친구나 애인 만나러 온 청춘남녀, 외상값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빚쟁이, 싸구려 물건 사라고 아우성치던 잡상인들이 눈에 삼삼한데, 어느덧 대형 주차장 출입구가 되어서 기다란 막대기만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치고 답답한 가슴을 열고 싶을 때 뛰어 올라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심호흡하던 자성대공원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입사 동기들의 수많은 사연을 지켜보았던 상록수들은 변함이 없건만, 시원한 바람을 안겨주던 푸른 바다는 삐죽삐죽 솟은 건물 속에 묻혀서 구름에 가린 하늘만 빼꼼히 보일 뿐이다.
대학 동기에다 입사 동기인 세 명이 이웃하며 신혼살림을 차렸던 골목길은 어렴풋하게 만이라도 기억되지만, 단층이었던 가옥은 2~3층으로 변하여 옛 모습이라고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입사 날에 결혼하여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친구가 살던 집 앞의 (여러 가족이 물지게를 이용해서 물을 날랐다) 공동우물을 찾으려고 여러 번 주변을 헤매도 흔적조차 가늠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늦은 시간 퇴근하면서 거닐던, 산허리를 휘감아 도는 도로는 짭짤한 갯바람에 묻어오는 비릿한 생선 냄새로 가득했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이 도로에서는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고, 차들의 전조등은 공중을 나는 비행기 불빛같이 운치 있게 보였는데….
고향을 드나들면서 차창으로 바라보며 감탄하던 구포나루를 떠올리면서 상경 때는 비행기를 해약하고 열차에 몸을 맡겼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박한 고향 사투리에 묻어 드는데, 구포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 당시에는 석양빛을 등에 지고 한두 척의 황포돛배가 강물을 오르내려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듯 했는데, 돛배는 오간 데 없고 볼품없이 들어선 고층 아파트 사이로 희뿌연 연무만 깔려있어 가슴이 아려온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나 보다! 추억 속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아쉬움과 바쁘게 돌아다닌 노독이 겹쳐서 긴 하품과 함께 어느새 졸음이 몰려왔다.


글 / 사외독자 박수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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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햇님아! 이제 좀 쉬렴

올여름 熱일했다.
이제 열기를 거두고 좀 쉬자.
여름 끝~!



촬영지 / 구시포 해수욕장
글과 사진 / ATK 생산기획팀 김영조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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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배가 저녁 식사나 같이하자고 초대를 해서 선물을 사 들고 방문을 하게 되었다. 예정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초인종을 누르다 보니 선배님은 잠시 당황하는 듯했다.
“일찍 왔네!”
“네, 길이 막히지 않아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게 되었네요. 뭐 하고 있었어요?”
“그랬구나! 마른빨래를 막 정리하고 있었는데, 얼른 들어와.”
기쁜 얼굴로 반가이 맞이해주었다.
“제가 빨래 개는 거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좋고. 나는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
그렇게 선배의 빨래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꽤 오래된 한 벌의 옷과 마주하게 되었다.
“선배 이 옷은 꽤 오래된 거 같은데, 버리는 거 아닌가요?”라고 묻자, 선배는 “아. 그거! 나에게는 소중한 옷이라!” 한쪽 소매가 닳았고 색은 많이 바래있었다.
“그건 내 첫사랑이 주었던 선물이었거든.”
“아! 그렇군요.”
남자에게 첫사랑만큼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누군가 한 번쯤 애틋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기억은 있었으리라.

내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친구들 만남에 여자 후배가 나오겠다며 전화를 했고, 혼자 나오기 뭐해서 친한 언니와 함께 나온다고 했다. 큰 기대 없이 나간 그 자리에 여자 후배가 데리고 나온 언니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다름이 없었다. 나까지 다섯 명의 남자가 입을 쩍 벌리고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큰 눈과 연예인 뺨 치는 큰 마스크와 시원시원한 말투에 남자들의 시선이 그 여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때 가수가 꿈이었다는 말에 노래가 듣고 싶다는 핑계로 노래방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감미롭게 <소양강 처녀>를 애절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가수가 꿈이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흥겹게 보내고 노래방을 나와 집으로 가자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밖은 아수라장 상태였다. 노래방 들어갈 때만 해도 맑았던 날씨였는데 언제부터 비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하늘이 펑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붓고 있었다. 도로는 물바다가 되었고 주말을 즐기기 나왔던 사람들이 택시를 서로 잡기 위해 뒤엉킨 상황이었다. 쏟아지는 비가 언제 그칠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늦은 시간이라 여자들은 귀가를 시켜야 하겠고 무작정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거의 30여 분을 씨름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같은 방향에 사는 남자친구 한 명과 여자 두 명을 함께 태워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처음 보는 전화번호로 전화로 걸려 왔다. 그 여자 후배 언니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즐거운 시간 함께 해서 고마웠고, 무엇보다도 많은 비를 맞으며 택시를 잡아줘서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전화번호는 같이 택시를 타고 갔던 친구에게 물어봤다는 것이었고, 첫 만남 속에서 많은 배려심을 보게 되어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만나 난생처음 재미있는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늦은 밤, 한 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하면서 시시콜콜한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내 생애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그렇게 첫사랑의 추억에 잠겨 있는 순간 선배가 날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슨 생각을 해. 여러 번 불렀었는데.”
“그래요?”
“맛있는 찌개를 만들어 봤는데 간이 맞는지 봐줘.”
오랜만에 떠올려 보게 된 달콤한 첫사랑의 추억 때문이었을까? 된장찌개 맛이 더 달게 느껴졌다. 그녀도 된장찌개를 참 좋아했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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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오침 중인 냥

엣지라는 이름으로 너와 함께 지내온지
어느덧 9년이란 세월이 지났네!
아프지 않고 곁에 있어 주어 고맙고
오래도록 같이 살자. 냥아~!


촬영지 / 집
글과 사진 / K4 제조3팀 김대봉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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