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사랑은 언제나 잘못이어라


아스팔트를 비집고 올라온 풀은

애초에 나지 말아야 했던 것인가

본연의 맘이 거기 있던 것이지

돋아난 애먼 놈을 잡아야 하나


사랑은 언제나 잘못이어라


살포시 고개 들어 주위를 보면

바람에 뿌옇게 비산하는 모래바람이어라.

알갱이 알갱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사랑은 언제나 잘못이어라


풀꽃내음 맡고 흐느적 흐느적 취한 나비마냥

제 돌아갈 곳 모르고 행복해한다.

쓰러져 제 살이 깎이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 채


이렇게 이렇게 


사랑은 언제나 잘못이어라


글 / 사외독자 박영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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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도 비빔밥이었다. 역시나 친구는 비빔밥에 고추장이 들어가기 전에 “고추장은 빼주세요.”라고 말을 했다. 5년이 지나, 만난 친구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과 식성을 가지고 있었다. 참 존경스러운 친구라 배울 것도 많은 친구다. 이 친구와 친해진 것은 대학을 들어가서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였다. 처음에는 동문회, 동아리, 향우회 등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 보니, 같은 과 친구들과 사심을 터놓고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다가, 같이 수업을 듣다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친구가 이 친구였다. 얼굴로 봐서는 귀티가 나는데, 옷차림이 수수해도 너무 수수했다. 여자 동생의 옷을 빼앗아 입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남들한테 얻어 입은 거 같은 날도 있었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성적표가 나오면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를 같이 타게 되었다. 지방 캠퍼스였던지라 주말이면 대다수 학생이 수도권 버스며 기차를 탔다. 금요일 저녁이면, 캠퍼스는 썰물처럼 빠져나간 학생들로 인해 적막마저 느낄 정도였다. 금요일 저녁을 피해, 한가롭게 버스를 이용하고자 토요일 오전을 이용했는데 마침 그 친구와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리고는 할까 말까 망설이던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혹시 여동생 있니?” “있어.” “그러면 가끔 동생 옷도 빼앗아 입기도 하니?”라고 말을 꺼내기 무섭게 괜히 물어본 것은 아닌가 후회가 밀려왔다.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차분하게 답변을 해 주었다. “이 옷도 동생 옷이야. 동생이 요즈음 안 입는 옷이라, 버리기는 아깝고 그래서 내가 입어.” 너무도 당당하면서도 조리있게 자신의 소신을 말하는 바람에 나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꽤 괜찮은 친구네!’ 순간 든 생각이었다.


얼마 후에 안 사실은 좀 더 놀라웠다. 친구는 재수를 하고 들어온 학교였으며, 친구의 아버지는 서울에 유명한 사립대학 교수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이 친구가 유일했고,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다 했다. 서서히 그 친구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남을 헐뜯거나 거친 욕을 하거나 남에게 강압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는 친구라 더욱더 마음에 드는 면이 많아졌다. 그런 친구와 학기말 시험을 보고 나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어떤 메뉴를 고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는 서슴지 않고 비빔밥을 골랐다. 나도 같은 메뉴를 선택했다. 드디어 비빔밥이 나오려는 순간, 친구는 “고추장은 빼주세요. 저는 매운 것을 먹지 못하거든요.” “그러면 다른 메뉴를 선택하지? 비빔밥에 고추장이 안 들어가면 맛이 나나?” “그래도 나는 비빔밥이 좋다.” 진짜 고추장이 빠진 비빔밥을 친구는 쓱쓱 비벼 먹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살다 보니 매운 것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오늘도 친구는 고추장이 빠진 비빔밥을 맛깔스럽게 먹고 있다. 여전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 분수에 넘치지 않는 행동과 말, 생각을 하는 이 친구는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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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아빠! 아프지 마세요


허리 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여섯 살인 막내딸이 손편지를 보내주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쓰고 지우고 다시 썼다가 지우고…

그렇게 써 내려 간 손편지를 받았을 때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프지 말자!


글 / K4-2 제조5팀 강춘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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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그때


그때로 돌아가자

모든 괴로움 잊고 설렘이 가득했던

그때로 돌아가자

미워하고 원망했던 날들을 잊고 그리움에 견딜 수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자

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던

그때로 돌아가자

괴롭고 슬퍼할 때 힘이 되어주고 위로해주던 그때로 돌아가자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가자

바라만 보아도 따뜻했던

그때로 돌아가자

좋은 것이 있으면 제일 먼저 생각하던

그때로 돌아가자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허전해 하던

그때로 돌아가자

눈빛 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그때로 돌아가자

나의 삶에 의미가 되어주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나간 세월에 무뎌지지 않게

아끼고 사랑하며 살자고 맹세하던

그때로 돌아가자


글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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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중학교 다니는 조카를 돌봐주기 위해 시흥으로 거처를 옮긴 지 몇 개월이 되어간다. 엄마와 같이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몇 개월 집을 비우고 있으니 집 안 구석구석이 빈 느낌이 든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날이 많아지면서 커다란 집에 사람도 적다 보니 방문만 열어도 한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지난주는 큰마음 먹고 누나네 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워놓고 일찍 시흥으로 향했다. 몇 개월 만에 찾은 시흥은 변한 것은 없는데 월곶을 지나 시흥에 발을 딛는 순간, 볼에 닿는 공기가 확연히 달랐다. 여전히 아침부터 춥고 기온도 낮았지만 설렘과 기대감으로 인해 추위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으리라.


아침부터 서둘렀던 것은 훌쩍 자라버린 딸 같은 조카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등교 시간이 자율화되다 보니 옛날처럼 새벽에 등교하는 풍토는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화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조카는 등교 준비에 분주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고 한 달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린애 같던 조카도 이제는 코 흘리는 초등학생 티를 확 벗은 어여쁜 중학생의 모습이었다. 중1이 초등학생 연장선이라면, 중2의 겨울은 고등학생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이하는 조카의 모습 속에서 가족이라는 두 단어가 머릿속에 아로새겨졌다. 짧은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몇 개월의 텀을 까맣게 잊게 해주었다. 가방을 메고 인사를 하고 쏜살같이 현관문을 나서는 조카의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집어주자 조카는 밝은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미리 전화를 해서인지 엄마는 주방에서 맛있는 된장찌개를 만들어 내시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조카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보자 엄마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늘어놓으셨다. 엄마와 함께한 밥상머리에서도 이야기보따리는 끝나지 않으셨다. 그런데 그 수다들이 전혀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듣는 엄마의 구수한 입담이 밥맛만큼이나 달았다. 몇 달 만에 본 엄마의 모습은 흰머리가 하나둘 늘기는 했지만 마치 세월을 거스른 듯한 평안해진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뭐 좋은 거 많이 드시나 봐요? 얼굴이 전보다 더 좋아지셨네요.” 말없이 빙그레 웃으셨다. 그러면서 “난 좋은 거 안 먹는데….” 하신다. 아마도 사랑하는 조카와 누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는 아니었을까.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추웠다. 며칠 전 신문에서는 사랑의 온도탑이 점등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바야흐로 마음도 몸도 꽁꽁 얼게 하는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올해 겨울은 얼마나 더 추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사랑하는 가족, 조카, 부모님이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추위쯤은 가뿐히 이겨내고 2017년 따뜻한 새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추울수록 가족의 힘으로 서로의 손을 더욱더 꼭 잡아주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바람을 가져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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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사는 것은


갓난쟁이 울음 터진 날부터

긴 호흡 몰아쉬고 영혼의 부재한

그 순간까지 숨 쉬는 것


그 위대한 순간순간이

기적 같은 일이다


잠깐 멈춰 뒤돌아서

삶의 뒤 안 길 위에 축복하며

다시 앞을 향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성큼 걸어가는 것이다


위대하고 기적 같은 인생이여!

한 발 떼어낸 그 자리에

선명하게 패인 내 인생의 자국을 내려다

보며 위로의 말을 다정히 건넨 후

얼른 다시 추스르고 가는 것이다


사는 것은, 마지막 죽음을 향한

삶의 초점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글 / 품질보증3팀 박미식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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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고 오는 것은 플라스틱 가방이다. 그 안에는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장난감이 20개나 들어있다. 가족들과 놀다가 시시해지면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자고 조르지만, 여러 번 규칙을 알려주어도 헷갈리는 나 때문에 토라지기 일쑤다. 그러고는 혼자서 상대편 역할까지 하면서 즐긴다. 자동차가 카드를 만나 순간적으로 변신하는 로봇 장난감인데, 작년부터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나도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6개를 사주었는데, 7개월 전 조카딸 집에 다녀와서는 소유욕이 강해졌다. 손자보다 한 살 많은 형이 40개를 보여주면서 호기심을 증폭시킨 탓이다.


조카사위는 20대에 도제로 들어가 사진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30대 후반인 지금은 강남에서 웨딩 삽을 운영한다. 알짜배기 땅에 지은 넓은 공간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신기한 장난감에다 먹을거리에 빠져들어서 10시가 넘어 집에 가자는 데도 손자와 손녀는 더 놀다 가겠다며 졸랐다고 한다. 특히 손자는 변신로봇에 푹 빠져서 자고 갈 테니까 먼저 가라고 떼를 썼단다. 동일한 원리의 변신 기능으로 자동차의 모양과 크기만 달라질 뿐인데, 왜 그렇게도 열광할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텔레비전을 통한 선전에 현혹되었나 보다. 녀석은 자기는 28개밖에 없는데 아빠가 사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말 잘 들으면 한 달에 2개씩 12개를 사주마.” 손가락 걸고 확인도장까지 찍고 약속한 것을 이번에 지키게 된 것이다.


우리 세대는 빈곤한 환경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에서 얻은 막대기나 돌멩이로 장난치면서 놀았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은 물질적인 풍요와 최첨단 문화를 접하면서 살아간다. 녀석이 유치원생이었을 때는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흉내를 낸다고 ‘꿀꿀이 삼 형제’와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할아버지, 내가 할게.”라며 중간에서 가로채더니 나보다 더 길게 더 재미있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녀석 또래일 때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똑같은 이야기를 10번씩이나 반복해도 까르륵 웃으면서 들어주었는데 말이다.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어 녀석에게 들려줄 거라고 오래전부터 보관해 온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이솝 이야기」, 「노란 손수건」 같은 서적을 없애버렸다.


휴대전화만 해도 그렇다. 아내는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 이용에는 애비 어미 것을 가지고 논 손자에게 한참을 뒤처져 있다. 옆에 있으면 동영상 촬영이나 이모티콘이나 이모지를 어떻게 불러오느냐고 묻기 일쑤다. 어제는 손자와 통화하면서 녀석이 쓴 일기와 같이 보라고 해도 모르니까 한참을 설명해주더니 “할머니, 앞으로도 모르는 게 있으면 전화하든지 문자로 보내세요.” 한다. 우리네야 3G급인 폴더 폰도 버거워하고 데이터 이용은 컴퓨터에 의존하지만, 손자 녀석은 애비 폰으로 동영상 찍고 보기, 책 읽기, 음악 듣기, 길 찾기 등도 해결한다. 조금만 더 지나 자기 스마트폰을 가지면 지구 반대쪽에 일어나는 사건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을 것이고, 마음만 먹으면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실린 이상한 글자들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만날 때마다 성숙해진 손자가 부럽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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