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비 오는 영동고속도로


비 오는 길

오토바이로 양 뺨에 지압 받으며 달리던 추억

친구와 속옷만 입고 마당을 뛰어다닌 던 어린 시절까지

연사 사진기 셔터를 누른 것 마냥 장면 장면이 스쳐 간다

 

차창 밖 비와 어우러진 라디오 음악 소리

모든 노래 가사가 나만의 시가 되어 내 귀에 녹아든다

언제 이렇게 감수성이 깊었던가

음 이탈을 감수해가며 어설프게 립싱크를 섞어가며

추억과 저 깊은 감성과 지금의 인생이 어우러져

나만의 음반이 된다


시공간이 분리된 상태로 내 오래된 일기장을 넘겨 가며

다시금 삶을 살며, 다시 또 심장을 뛰게 한다.


글 / 사외독자 박영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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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 주 토요일로 기억한다. 삼청공원에서 ‘BOOK CROSSING’을 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아침 일찍 신발 끈을 조여 맸다. 인터넷에서는 역을 나와서 15분 거리라고 했는데 초행길이라 묻고 물어가느라 35분이 걸렸다. 더구나 2시에 행사가 끝나야 ‘BOOK CROSSING’이 가능하다고 게시되어 있어서 공원 내를 한 바퀴 돌고는 그냥 돌아왔다.


그 뒤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실내에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공원을 다녀오는 게 건강에 더 좋을 것 같아서 비가 오지 않거나 약속이 없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그곳을 다녀오곤 한다. 얼마 전부터 삼식이를 벗어나기 위해 아침 식사를 두유와 빵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공원을 찾는 날은 정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칼로리가 부족한지 12시 가까이 되면 허기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7시 10분경, 배낭에 달랑 생수 한 병을 챙겨 넣고 스틱과 챙이 넓은 등산모를 쓰고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종로3가를 거쳐 안국역을 나와 재동초등학교를 지나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중앙고등학교까지 오르막길이다. 스틱을 짚어가며 천천히 걷지만, 등에는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올라 몇 번을 쉬면서 쓸데없는 걱정까지 – 등교 시간에 학생들이 고생깨나 하겠네 - 하다가도 ‘나는 늙은이고 그들은 한창때 아닌가!’로 마음을 바꾸어 먹는다. 젊어 봤으니 이 정도 경사는 ‘식은 죽 먹기’였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이곳을 정점으로 감사원 쪽으로 내려가면 북촌과 북악산의 경계인 삼청공원이다.


공원을 들어서니 수목원 같은 공원의 고운 속살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수목원 같지만 속살을 깊이 들어가면 수목원 분위기는 울림으로 변화하고, 산 내음과 솔 내음이 청정한 기운을 품어 내면서 속세에서 오염되고 상처받은 안구와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준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원 내에 힐링, 건강, 인문학으로 특색 있게 구분된 세 개의 열린 서가에서 책을 골라 읽는 중년여성도 보이고, 체력장에서는 단체체조를 하는 젊은이들의 함성 속에 나이든 이의 거친 숨소리가 건강하게 들려온다.


오늘은 큰맘 먹고 여기서 680m 거리라는 말바위 조망대를 목표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너무나 숨이 가빠오고 돌아가느냐 마느냐로 고심하면서 쉬다 가다를 반복했다. 하산하는 또래에게 기운을 얻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에 손을 짚으며 오르니 37분이나 걸렸다. 별로 높지 않은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 길상사도 보이고 삼청각은 코앞이다. 서울의 중심지는 미세먼지로 탁탁해 보이지만, 이곳은 맑은 공기와 산들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 이 기분에 산에 오르는 거지 싶다.


올라갈 때는 숨차게 참 오래 걸렸는데 내려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삼청공원을 나와서는 올라갈 때와는 반대 방향인 베트남대사관을 끼고 북촌 한옥마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실생활공간으로 삼고 있는 생활 한옥촌이라는 점과 수백 채가 붙어있는 것이 특색인 것 같다. 축대를 사이에 두고 뒷동네는 한옥마을이 아랫동네는 현대식 거리가 어우러져 현대와 과거의 정다운 공존을 체험할 수 있으니, 이것이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요인이리라. 한 무리의 관광객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중이고, 그 뒤로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 예쁜 중국여성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려주었다. 베트남인들과 히잡을 두른 중동인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보통 3시간 코스인데 전망대까지 오르다 보니 한 시간가량 더 걸렸지만, 피곤하기는커녕 상쾌한 아침이었다. 개미 쳇바퀴 돌 듯하는 일과에서 벗어나 보니, 왠지 오늘따라 즐겁고 평안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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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승리의 구름


그늘 아래 잠시 누워 하늘을 보니

왠지 모를 승리의 예감으로

마음 속 웃음꽃이 피어나네.


글과 사진 / K3 제조팀 황보철 수석

촬영지 / 태안 신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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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그네


그네를 타고

한번 발을 구르면

뒷동산에 발이 닿을 듯 말듯

두 번 발을 구르면

구름에 발이 닿을 듯 말듯

세 번 발을 구르면

하늘에 발이 닿을 듯 말듯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날자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날자.


글과 사진 / K4 제조5팀 강춘환 책임

촬영지 / 유치원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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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 하필이면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태풍이 남해까지 다가와서 내일까지 많은 비가 오리라는 예보다. 우비를 걸치고 장화를 신고서 동생 뒤를 따랐다. 동네를 휘도니 오랜만에 보는 맨드라미며 샐비어가 반긴다.

하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간단한 벌초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님의 쌍분을 찾아 동생이 예초기와 낫으로 깎아 놓으면, 나와 조카는 갈퀴로 끌어서 한쪽으로 모으는 일을 한다. 가까이 있는 조부 묘역까지 끝내고는 준비해간 술과 다과를 차려놓고 절을 올린다.

작은할머니 산소는 멀기도 하다. 할머니가 두 분이라 할아버지 묘를 중심에 두고 양쪽으로 떨어져 모시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그냥 걷기에도 힘이 든다. 앞서가는 동생이 낫으로 우거진 잡초와 칡넝쿨을 쳐내고 가지를 자르지만 작년에 간 곳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맨다. 등산에 서툰 나는 비가 내려서 미끄러운 언덕과 바위 때문에 네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어댔다.

내려오면서 우리 형제들에게 각별했던 아주머니 묘소까지 벌초하고는, 올해가 유사라는 아저씨 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본동은 물론 여러 곳에서 찾아온 피붙이를 만나는 기쁨이 쏠쏠하다. 항렬은 낮지만 나이가 많은 종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안부를 묻고 노고에 감사드린다.

오늘은 그분의 주도로 우리 씨족 중 같은 파에 속하는 30여 명이 모여 오전에는 개별적으로 2대조까지 벌초를 하고 오후에는 공동으로 60여 기의 봉분을 벌초하는 행사다. 조상들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명당을 찾아서 이 산자락, 저 산등성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해는 가지만 후손들은 죽을 맛이다. 능선을 타면서 묘를 옮겨 다니다 보니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 일을 싫어하는데 신세대인 자식까지는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게 오래전이다.

나부터는 화장을 하라고 자식에게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는 “죽은 다음에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식들 마음이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람.”이란 말을 한다. 그러고 보면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일까?

집안끼리의 모임이니 뒤풀이가 없을 리 없다. 문중에서 가장 어른 집에 준비해둔 돼지 한 마리 분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예년과는 달리 댐 공사 문제로 10년을 끌어오다가 작년에야 확정된 수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평년이면 9월에 하는 벌초도 보상이 시작되어 타지로 이주하는 가정이 생기면서 한 달이나 앞당긴 것이 한여름이 되었음을 미안해한다. 장손은 수몰 뒤 벌초하기의 어려움과 자금 사정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갑작스러운 목돈에 가족 간, 친척 간에 불화가 있는 집도 있지만, 첩첩 산골인 데다 재래식 방법으로 하는 농사라 소득이 적었던 탓인지, 보상금에 만족하는 표정이다. 도시에서 퇴직을 하고 이곳에 정착한 옛친구는 만날 때마다 ‘로또 당첨된 기분’이라며 민심을 전했다. 100여 가구 중 16가구는 산등성이에 집을 지을 예정이고, 다수의 친인척도 가까운 시내로 나가서 같은 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모양이다. 다행히도 우리 동네는 수몰 지역의 최상단이라 선산은 그대로 보존되고 집만 철거되었을 뿐, 집터도 볼 수 있기에 애써서 아쉬움을 달랜 하루였다.


글 / 사외독자 이수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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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엄마와 가까운 마트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이것저것 살 것이 많아서 짐꾼으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집까지 걸어오게 되었는데, 마침 양말이 여러 켤레가 놓인 상점을 지나게 되었다. “양말도 사야 하는데….” 말꼬리를 흐리며 이 양말 저 양말을 훑어보셨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셨는지 오래 머물지 않으셨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가 잘 가시던 전통시장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단골 양말가게를 지나게 될 때쯤 ‘양말을 사야 하는데….’하던 엄마의 혼잣말이 떠올랐다.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 손에 쥐고 양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때는 여름이라 통풍이 잘되는 양말이면 좋겠다 싶어 발등이 시원한 양말로 몇 가지를 골랐다. “누구 주려고?” 후덕한 인상을 하신 할머니의 물음에 “엄마께 드리려고요.” 하니 “그러면 그거 괜찮아. 좋아하실 거야.” 하신다. 여자 양말은 처음 골라 보는 거라 고민이 되었는데 주인 할머니의 그 말에 꽤 안심이 되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때마침 방문을 열고 나오셨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양말을 건넸다. “이게 뭐야?” “양말이요. 시장 지나다 엄마 생각나서 몇 개 사 봤어요.” 까만 봉지 안에 있는 양말을 꺼내 보시며 “양말이 시원하겠는걸!”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비싸지는 않지만 선물이었음에 기분이 좋으셨을 것이고, 또 하나 엄마 마음에 드는 양말로 골라 왔다는 데에 한 번 더 기쁘셨을 것이리라.


문득 옛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생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어느 날, 나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친구 집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친구 부모님이 장사하러 나가신 탓에 집은 나와 친구만의 차지가 되었다. 라면도 끓여 먹고 과자도 사서 같이 먹으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친구가 대뜸 “너 생일이 며칠 안 남았지?” 한다. 전혀 예상 밖의 질문에 당황을 하면서 답을 하게 되었다. “응!” 친한 친구도 아니었기에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선물 줄게.” 책상 서랍을 뒤지더니 작은 물병을 꺼내 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비싼 건 아닌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다. 오래 간직해!” “알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지 주머니에 넣은 그 물병을 만지작만지작하며 왔다. 만지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여러 번 비비고 나면 짠 하고 지니가 나타나 원하는 소원을 모두 들어줄 것만 같았다.

선물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되었다. 친구한테 받았던 작은 물병이 한동안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듯, 엄마에게 건넨 양말도 꽤 오랜 시간 엄마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줄 거라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비싸고 좋은 물건만이 좋은 선물로 기억되는 요즈음, 진정한 선물은 마음이 담기고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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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반지,

꽃시계,

우정,

사랑,

추억을 한 아름 안아본다.


희망,

신앙,

행운,

행복,

건강을 온몸으로 기원해본다.


글과 사진 / K4 고객만족2팀 박춘남 사원

촬영지 / K4공장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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