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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책 한 권으로 떠나는 홈캉스, 스테이케이션을 위한 여행에세이

by 앰코인스토리 - 2018. 7. 17.


‘홈캉스(homecance)’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집이라는 말의 ‘홈(home)’과 휴가라는 뜻의 ‘바캉스(vacance)’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는 있어요. 머무른다는 뜻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쳐서 만든 신조어지요. 집에 머물면서 보내는 휴가를 일컫는 말입니다. 심지어 올여름에는 ‘호캉스’가 대세라고 합니다. 호캉스는 집이 아닌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걸 말하는데요. 신용카드 업계에서부터 여행 업계의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벤트가 호캉스족을 노리고 있습니다.


홈캉스나 호캉스, 스테이케이션 같은 신조어가 생긴다는 건, 집이나 집 가까운 곳에서 머물며 편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지요. 국내 여행을 가자니 굳이 막히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괴롭고, 말도 안 되는 바가지 물가에 기분이 상하기도 합니다. 해외여행을 가자니 공항을 오고 가는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비행기 삯과 오가는 시간을 아껴 차라리 도심 속 오성급 호텔에서 머무르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지요. 호텔의 부대시설도 이용할 수 있고, 청소와 설거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으니 어쩌면 집보다 더 편하거든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소비 트렌드의 영향도 있고요.



남들이 다 휴가를 가는 여름에는 짧게 월차를 이용해서 쉬고, 휴가를 여러 날 모아서 느긋하게 가을이나 겨울쯤 다녀오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하지만 휴가가 짧다고 해서 여행 욕구가 작아지는 건 아니지요. 그렇다면 짧은 휴가기간 동안 나만의 편안한 장소에서 여행에세이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여행에세이를 읽으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미리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떠나볼 수 있어요.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것만큼 두근거리지요. 도저히 힘들고 무서워서 도전하지 못할 것 같은 곳일지라도 여행작가의 근사한 사진을 들여다보며 책을 읽으면 그곳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해요. 미처 몰랐던 유명하지 않은 여행지라도 작가의 생생한 여행담과 아름다운 풍경사진에 빠져 세계 지도를 찾아보게 되지요. 올여름 휴가에는 여행작가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빛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마법 같은 여행

「여행자의 밤」 

장은정 지음, 북라이프

정적이 스며든 유럽의 어두운 골목에서부터 아이슬란드 여름밤의 오로라, 이스탄불에서의 우연한 축제까지 여행지의 밤이 주욱 펼쳐집니다.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이 저릿하기도 한 여행을 따라가는 동안 장은정 작가의 포근한 글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은정 작가는 여행지의 밤을 콕 집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책에 담아둔 건 밤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욱 넉넉하고 편안합니다. 캠핑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함께 텐트 안에 누워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기쁨을 말하고, 오래 여행하던 친구와 싸웠던 밤에는 눈 흘김 끝에 팔짱을 끼게 된 화해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여행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장은정 작가와 함께 여행하는 밤은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지 않아도,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도, 설사 지진이 난다 해도 말이지요. 책을 읽다 보면 캄캄하고 어두운 밤이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편안한 밤으로 녹아듭니다.



엄마와 함께 미친 척 500일의 세계여행!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태원준 지음, 북로그컴퍼니

엄마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궁금해져!”라고 말이지요. 엄마가 하루에 딱 세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번만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매일 엄마의 웃음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아둔 돈으로 엄마와 세계여행을 떠났기 때문이지요. 한 달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던 여행이 자그마치 500일간 계속되었습니다. 하도 조신해 음주와 가무는 꿈도 꾸지 않던 엄마가 베이징 공원에서 벌어지는 춤판에 끼어들어 무아지경 몸을 흔드는 건 기본, 청두의 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만두 빚기 대회에서는 손놀림 신공을 선보이며 어깨를 으쓱했고, 베트남 훼에서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뜬 씨클로 운전석에 냉큼 앉아 돌아온 씨클로 기사의 넋을 빼놓기도 했습니다. 자랑스러운 배낭여행자로 변신해 가는 엄마의 모습이 멋있습니다. 그런 엄마를 응원하는 아들의 속 깊음이 사랑스럽습니다. 저자의 글솜씨가 유쾌발랄해서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다가, 우리 엄마도 이랬겠지 싶어 급작스레 눈물이 핑 돌게 되는 책입니다.



용감무쌍 좌충우돌 안나푸르나 환상종주기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저는 아직도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는 약간 소심해집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마찬가지로, 밤에 공항에 내릴 때나 잘 모르는 골목길을 걸어 숙소를 찾아갈 때면 조심스러워지지요. 그런데 정유정 작가는 자신의 첫 해외여행의 목적지를 히말라야로 정해버립니다. 자신이 쓴 소설 속의 자유로운 주인공이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곳입니다. 히말라야로 떠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남편을 설득하고, 지리산을 등반하며 체력을 기릅니다. 그렇게 떠난 안나푸르나의 품속에서 정유정 작가는 자신을 속박하던 수많은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재미있기로 소문난 작가의 현란한 글솜씨에 킬킬거리며 읽다 보면 눈물을 찔끔대며 포복절도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 가슴 찡한 감동까지 이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히말라야를 트레킹할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유정 작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는 있겠지요.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나 자신과 싸울 수 있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 안나푸르나는 이렇게 답합니다. “죽는 날까지.”라고요. 이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의 순간마다 반짝이던 엄마와의 추억들

「안녕 엄마, 안녕 유럽」 

김인숙 지음, 한빛라이프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가장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요. 책의 저자는 엄마를 추억하며 글을 써 내려갑니다. 저자의 삶의 목표는 ‘엄마에게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에 들어갔고, 장학금을 타려고 공부했고,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하게 엄마는 말기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또렷하게 건네준 한 마디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라.”였습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의 기간은 어쩌면 애도의 기간이었을 겁니다. 작가가 여행 후에 남긴 짧은 문장 한 줄, 엄마와의 짧은 에피소드 하나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작가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는 동안 우리도 엄마를 떠올리게 됩니다. 짧지만 여운이 긴 책입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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