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전자문명을 가능하게 한 반도체 혁명은 백 년도 채 되지 못하여 눈부신 이론적,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고 수많은 응용분야에 셀 수 없이 많은 제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실로 모래 알갱이로부터 별별 기능을 갖는 반도체 제품으로의 대변신을 보면 현대를 가리켜 일컬은 규석기(硅石基) 시대라는 별명이 공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발전을 이루는데 수많은 사람의 창의적 아이디어,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과제에 대한 연구와 개발 노력이 있었음은 당연하겠지요.
우리는 그동안 그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하나의 반도체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과학적 원리와 천재적인 응용 아이디어들을 익혀왔습니다. 수많은 고객의 제품을 패키징해 오면서 이 웨이퍼들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일까 궁금했었을 것입니다. 우리 문명 어느 한구석에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다양한 제품들을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제품들을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난 9개월 동안 본 고에서는 아래 그림에서 소재, 제품 형태, 그리고 신호 형태까지 다루어왔고, 이번 호에서는 가장 오른쪽의 제품 자체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 반도체 제품 ⓒ백종식
반도체를 형성하는 소재로는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규소(실리콘) 이외에도 게르마늄, 갈륨비소 등 상당히 많으며 각각의 소재의 특성에 맞도록 최종 제품들이 설계되어 제작됩니다. 반도체는 집적도의 여부에 따라서 집적회로(IC)와 단품으로 구분하는데, 단품에는 회로의 전기저항을 조절해주는 저항기(MP3의 소리를 크게 또는 작게 줄여주는 볼륨이 있지요? 저항기가 주로 여기에 사용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볼륨을 줄인다’는 것은 ‘저항을 높인다’는 의미로, 입력되는 신호 일부를 줄여 출력되는 신호가 줄어든다는 것이며 줄어든 만큼 열로 바뀝니다. 저항기가 신호를 열로 바꾼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나요? 전기 발열 제품은 커다란 저항기로써 전기가 저항기를 지나가기 어려운 만큼 열이 발생한다는 원리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기를 가두어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커패시터, 코일 형태로 생겨서 자기장을 형성하여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인덕터,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다이오드, 그리고 스위칭 역할이나 신호 증폭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 등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단품 형태의 저항기나 커패시터, 그리고 인덕터는 실리콘 등의 반도체 물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집적회로는 신호의 형태에 따라서 디지털 회로와 아날로그 회로로 나누어집니다. 아날로그 회로는 주로 센서류(아날로그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디지털카메라의 CCD 또는 CMOS 이미지 센서나, 내비게이션 등에 사용되는 가속센서, 가정에서나 장비 등에 온도를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온도 센서, 스마트폰에서 나침반 기능에 사용되는 자기 센서, 자동차 바퀴의 공기압을 모니터링 하는 압력 센서 등 수많은 센서가 디자인되어 생산되고 있습니다)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회로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먼저 비메모리 제품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oT라는 말을 자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의미로 조만간 실용화될 기술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을 통해 통신하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휴가를 떠났는데 가스 밸브를 안 잠갔다고요? 전등도 켜 놓고 왔고요? 아차! 텔레비전도 켜놓고 왔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스마트폰으로 모두 끌 수 있으니까요. 편리하겠지요? 이 기술을 가능하게 하려면 사물들 사이에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므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의 근거리 통신 칩이나 5G용 통신 칩이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 IoT
사진출처 : http://goo.gl/I8lCNW
실감 나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다고요?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입체 영상으로 현실감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이미지 처리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그래픽 칩이 담당합니다.
▲ Graphic chip
사진출처 : http://goo.gl/u1qQDk
온 세계가 네트워크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필자는 현재 외국에 나와 있지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한국의 지인들과 거리를 느끼지 않은 채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회사 이메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기도 하는 등, 현재 우리는 네트워크 안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데이터를 인터넷상으로 보내고 처리하는 등의 데이터 서비스가 필수적입니다. 한국에도 SK나 KT, 그리고 LG U+ 등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들 데이터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에는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네트워크 칩입니다.
▲ Networking
이미지출처 : http://goo.gl/XZFGrI
위에 설명한 반도체 제품들은 그 기능들이 확정되어 용도에 맞게 최적화되어 설계 및 생산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제대로 작동이 되도록 설계하고 테스트하고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 및 비용이 엄청나고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재설계나 생산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단점이 있지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프로그래머블 논리소자(Programable Logic Device, PLD)입니다.
PLD는 특별한 기능이 없이 제조 후에 사용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게 내부의 논리 회로 구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따라서 PLD는 초기 개발비가 필요하지 않고 회로를 여러 번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어서 요즘처럼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은 경우에 많이 사용합니다.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현장 프로그램머블 게이트 어레이)는 사용자가 독자적인 논리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게이트 어레이의 일종인데, PLD라는 용어로 통칭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 처리 장치)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디바이스로 명령의 실행이 이루어지도록 처리하는 논리회로입니다. 어렵다고요?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하여, 또는 스캐너를 이용하여 어떤 일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을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명령이 입력된 것으로 인식합니다. 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는 명령어를 해석해서 연산하고 결과값을 외부로 출력하는 일련의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CPU의 제어를 받습니다.
더 어렵다고요?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프린터 아이콘을 클릭하겠지요? 컴퓨터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사람의 말을 기계가 알아듣는 말로 해석을 해야 합니다. 알아들었으면 프린터로 내용을 보냅니다. 이때 보내지는 내용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디지털 신호(1과 0의 조합)일 것입니다. 프린터를 동작시키는 명령을 내릴 것인데, 이 명령도 사람의 언어가 아닌 기계가 알아듣는 언어일 것입니다. 프린터가 명령대로 동작하는데, 출력되는 내용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다시 번역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절차를 거쳐서 문서가 프린터로 출력되는 것이며, CPU가 이 일련의 절차를 제어한다는 것입니다.
AP(Application Processor)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디바이스로서 CPU와 동일하게 명령을 해석하고 연산하며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CPU라고 하지 않고 AP라고 부르는 이유는 CPU의 기능 외에도 GPU(그래픽 프로세서), USB 기능, 그리고 통신(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기능까지 한 칩 상에 구현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휴대용 기기에 사용하려고 설계하였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고 낮은 전력소모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비메모리 제품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다음 호에 메모리 제품에 대해서 이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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