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이야기, 메모리와 비메모리 - 두 번째

by 앰코인스토리 - 2015. 10. 21.


메모리는 크게 휘발성 메모리와 비휘발성 메모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들어와 있는 동안에만 정보가 기억되고 전원이 나가면 정보가 지워지는 제품으로, 시스템의 주기억 장치로 사용됩니다.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나가도 기억이 저장된 제품으로, 주로 보조 기억 장치 또는 정보 저장 장치로 사용됩니다.


RAM(Random Access Memory, 랜덤 액세스 메모리)는 휘발성 메모리로 임의(任意)의 영역에 접근하여 읽고 쓰기가 가능한(사용자가 메모리에 읽고 쓰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시스템이 메모리에 읽고 쓰기를 한다는 의미이므로 혼동하지 마세요) 주기억(主記憶) 장치입니다. 랜덤 액세스(임의 접근)라는 말이 좀 어렵지요? 하드 디스크를 생각해 봅시다. 하드디스크에는 디스크 형태의 원반에 자기(磁氣)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며, 정보가 기록된 위치로 헤드가 찾아가 자기정보를 읽습니다. 정보를 읽기 위해서 헤드가 움직여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또한, 정보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헤드가 움직이는 거리가 달라지므로, 정보에 접근하는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RAM(아래 오른쪽 그림에 똑같은 그림이 가로로 4줄, 세로로 4줄이 있어 총 16개의 정보 저장소가 보이는군요)에는 정보의 위치가 가로와 세로의 좌표로 주어지며 해당 위치의 값을 읽는데, 물리적으로 센서가 이동하여 읽는 것이 아니고 해당 좌표의 값이 즉시로 읽히는 것이므로 정보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지 값을 읽는데 시간의 차이가 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랜덤 액세스(어느 위치에 접근하든지 동일한 시간이 걸림)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 Hard disk vs RAM

사진출처 : (좌)http://goo.gl/jb0fgg (우)http://goo.gl/SDBxxr


RAM은 DRAM(Dynamic RAM, 디램)SRAM(Static RAM, 에스램)으로 나뉩니다. 디램은 전원이 들어와 있는 동안에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게 하도록 일정 시간마다 재생(refresh)를 해 줘야 하는 램이고, 에스램은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에는 재생이 필요 없이 데이터가 유지되는 램입니다.


디램은 트랜지스터 하나와 커패시터 하나로 구성된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정보를 쓰고 읽는 접근 용도로 사용되고 커패시터에 전하를 충전함으로써 정보가 저장됩니다. 커패시터에 저장된 전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방전이 되므로, 완전한 방전이 이루어지기 전에 계속해서 충전해야 정보가 유지되며 이를 재생(refresh)이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자주 재생해야 하는지에 따라 메모리의 성능이 다르겠지요.


디램은 구조가 간단해서 집적도에 유리하며 공정비용이 저렴해 컴퓨터의 저비용 고용량의 주기억 장치로서 많이 사용됩니다. 요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모바일용 디램은 소모전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LPDDR1, LPDDR2, LPDDR3, LPDDR4 등의 이름으로 출시되는데 앞의 LP는 low power(저전력)라는 의미입니다.


▲ DRAM

사진출처 : http://goo.gl/jXf6M0


에스램은 두 쌍의 플립플롭 인버터(4개의 트랜지스터)에 정보가 저장됩니다. 디램과는 달리 커패시터에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장된 정보가 시간에 따라 자연 방전으로 사라지거나 하지 않고 두 쌍의 인버터가 0과 1의 값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에 재생이라는 것을 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두 개의 접근 트랜지스터가 읽기와 쓰기 기능을 수행하므로 하나의 비트를 저장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6개의 트랜지스터를 필요로 합니다.


디램은 커패시터에 비트가 저장되기 위해 충전시간이 필요하지만, 에스램은 충전할 필요가 없으므로 디램보다 훨씬 빠른 입출력이 가능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에스램은 CPU 내부의 파이프라인, 프로세서 레지스터, CPU 캐시 등 속도를 중요시하는 메모리로 주로 사용됩니다(물론 CPU 외부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스램은 디램보다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고비용이므로 컴퓨터의 주기억 장치와 같이 고용량의 저비용 메모리로써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 SRAM

사진출처 : http://goo.gl/jXf6M0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나가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고 유지되는 장점이 있어 정보의 영구 저장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만, 램과 비교하면 정보 접근 속도가 늦어 주기억 장치로 사용되기는 어렵고 보조 기억 장치로 주로 사용됩니다. ROM(Read Only Memory),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 하드디스크 등의 자기 기록 장치 등이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는 반도체 제품이 아니므로 ROM과 flash memory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ROM은 말 그대로 ‘읽기만 가능한 메모리’로 mask ROM, PROM, EPROM, EEPROM 등의 종류가 있습니다. Mask ROM은 메모리를 제조할 당시에 포토마스크 공정을 이용하여 패터닝 하여 정보를 새겨 넣는 것으로, 정보 변경이 불가능하고 오직 읽기만 할 수 있어 화면상에 나타내는 문자의 글꼴 등 변경을 할 필요가 없는 용도로 주로 사용합니다(문서 상의 다양한 글꼴은 메모리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지원합니다. 여기서 언급한 글꼴은 컴퓨터 등의 화면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글꼴을 말하는 것입니다).


PROM(Programmable ROM)은 1회에 한해 새로운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롬을 말하며, 일단 기록된 내용은 변경할 수 없습니다. 메모리의 모든 비트는 퓨즈로 연결되어 있어서 처음 내용을 기록할 때 필요한 부분의 퓨즈를 끊어버리는 방법으로 0과 1의 데이터를 기록하기 때문에 그 후에는 내용 변경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 보면 검은색 연결선(퓨즈)이 보이는데, 어떤 것은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은 끊어져 있지요. 주로 비디오게임기나 전자사전에 많이 사용됩니다.


▲ PROM

사진출처 : http://goo.gl/UqLNFR


EPROM(Erasable PROM)은 필요에 따라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의 내용을 지우고(자외선을 쐬어서 내용을 지울 수 있는 UVEPROM과 높은 전압을 걸어서 내용을 지우는 EEPROM으로 나뉩니다) 고전압으로 전자(절연체의 에너지 장벽을 넘을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갖는 전자로 hot electron이라고 부릅니다)를 부동 게이트(floating gate, 아래 그림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에 주입해 기록하는데, 부동 게이트는 절연이 되어 있으므로 전원을 제거해도 부동 게이트에 있는 전자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남아 있어 정보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부동 게이트에 전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는 MOS가 작동하는 문턱전압이 서로 다릅니다. 이렇게 문턱 전압이 달라지는 것으로 부동 게이트에 전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0과 1을 인식하게 됩니다. 반복해서 내용을 지우고 쓸 때 고전압을 사용하여 hot electron이 절연층을 손상하므로 그 회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 EPROM

사진출처 : http://goo.gl/dNK6lA


디지털 문화가 발전하면서 MP3, 디지털카메라, 휴대용 전화기 등 휴대용 기기가 등장했고, 하드디스크보다 크기가 작고 휴대가 편리한 반도체 저장 장치의 요구가 생겨났습니다. 램은 전원이 나가면 정보가 지워져 영구저장 장치로 사용할 수 없고, ROM은 일부 정보의 변경이 가능한 메모리의 경우에도(EPROM) 정보의 변경 횟수에 제한이 있어 하드디스크처럼 반복적으로 정보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EEPROM으로부터 발전된 형태로, 역시 부동 게이트에 전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저장합니다. CG(컨트롤 게이트)에 전압을 걸어서 터널링 현상(고전역학에서는 에너지 장벽이 있는 경우 에너지 장벽 이상의 에너지를 가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장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즉, 전자가 부동 게이트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절연체의 에너지장벽보다 높은 전압을 걸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절연체의 두께가 아주 얇아지면 고전역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절연체의 에너지 장벽보다 낮은 전압만으로도 전자가 부동 게이트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에너지 장벽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뚫고 지나간다는 의미로 터널링 현상이라고 부르며 양자역학에 의해 설명이 됩니다)에 의해 전자가 부동 게이트로 들어오거나 나가게 하는 방법으로 데이터를 쓰거나 지웁니다. 플래시 메모리에서는 hot electron을 사용하지 않고 터널링 전자를 사용하므로(터널링 전자가 hot electron보다 에너지가 작습니다) 절연층의 손상이 EEPROM에 비해서 작습니다. 따라서 EEPROM에 비해 많은 횟수의 내용 변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터널링 전자도 절연층의 손상을 조금씩 초래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에 비교하면 데이터의 쓰기와 지우기에 제한이 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휴대용 전자기기의 메모리나 USB 메모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요즘은 하드디스크를 대체한 SSD(Solid State Drive)가 노트북 컴퓨터에 많이 장착되고 있습니다. SSD가 하드디스크와 비교하면 아직은 값도 비싸고 용량도 적지만 읽고 쓰기가 빠르고(SSD도 RAM과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읽을 때 센서의 물리적 이동이 없이 데이터 위치의 좌표에 의해 즉시로 읽어지기 때문에 빠르겠지요) 조용합니다(구동 모터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 Flash memory

사진출처 : http://goo.gl/J5sFDq


이번 호에서는 비메모리와 메모리의 반도체 제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반도체 제품들을 제조하는 공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