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진열을 한참하시던 마트 주인이 내 쪽을 바라보면서 가는 눈을 뜬 채 물건을 응시하며 말했다. “8,500원. 기존 제품보다 싸게 나온 거예요.” 마트 주인은 손님들에게 인기있는 상품을 마트 입구에 진열해놓곤 했다.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 한 마디 거들었다. “사이즈도 크게 나온 거예요.”
‘24개라! 며칠 먹을 수 있을까?’를 손가락으로 셈을 해보았다. ’비싸지 않는 건데 24개라면 좀 많은 게 아닐까?’ 개수가 많은 점 때문에 다소 망설여졌다. 진열대를 한 바퀴 둘러보고 결정하자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시장 마트는 동네 마트보다는 크지만 대형 식자재 마트보다는 다소 작은 크기로 빠른 걸음으로 진열대를 돌면 10분 이내에 쇼핑을 마칠 수 있는 정도다. 처음 이 마트에 들어서면서 ‘이런 마트가 아직도 남아있구나!’하고 신기해서 여러 바퀴를 돌았던 적도 있다. 신선 제품부터 여러 가지 공산품까지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같은 곳이다.
여러 가지 과자들이 진열대에 차곡차곡 진열되었다. 초등학교 등하교길에 먹었던 과자들도 보였고, 과거 모델에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소스나 메뉴를 첨가해 새로운 맛으로 변신한 과자들도 보였다. 얼마 전에 택시를 운전하신다는 60대 어르신과 온라인 채팅창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부산에서 사신다고 하셨고, 야간에는 주로 택시운전을 하신다고 했다. 야간운전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구수하게 얘기를 풀어나가셨다.
어르신은 저녁을 먹고 야간운전을 하다 보면 새벽이 넘어서야 일이 끝나고, 아침 10시 되어야 아침을 드신다고 했다. 일을 하다 말고 밥을 먹으러 갈 수 없다면서 새벽에 허기를 달래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저녁을 먹고 택시로 향하면서 항상 챙기는 게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두유 하나와 초코파이 두세 개라는 거였다. 처음에는 다른 것으로 해보기도 했지만, 크기도 그렇고 여름이면 쉽사리 상할 수 있어서 초코파이가 가장 무난했다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 먹기도 간편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수월해 좋다고 하셨다.
마시멜로, 빵,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초코파이 하나면 참 행복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군대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게 초코파이라는 것을 휴가 나온 친구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어왔지만, 훈련 중에 먹는 초코파이 하나가 그렇게 꿀맛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온종일 훈련으로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 있을 때 간식으로 받아든 초코파이는 눈물나게 고마웠다.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나서 온몸의 모세혈관을 모두 깨웠던 것처럼 초코파이 한 입 한 입은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다른 여러 과자를 좀 더 둘러보기를 포기하고 24개짜리 초코파이 한 박스를 집어들었다. 냉장실에 몇 개를 넣어두고 생각날 때면 하나씩 꺼내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계산대 위에 초코파이를 얹자 마트 주인은 엷은 미소와 함께 “잘하셨어요.”라는 말을 건네었다. 나도 화답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늘 어렵다. 잘한 건지,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오늘 나는 가장 빠르고 과감한 선택을 한 만큼 초코파이를 볼 때는 더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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