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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밥

by 앰코인스토리.. 2026. 7. 24.

사진출처 : AI 생성 이미지

커다란 밥그릇에 밥을 수북이 담아주던 것이 미덕이던 때가 있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신나서 놀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고, 친구 어머니께서 공기 가득 하얀 쌀밥을 담아주셨다. “배고프면 말해. 밥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친절한 말씀에 밥 한 공기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기도 했었다. 가마솥에 지어진 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지곤 했다.

 

보통 시골에서는 귀한 고기 반찬보다는 제철에 나는 나물 위주 반찬과 장아찌로 이루어졌지만, 밥맛이 좋아서 어떤 반찬과 함께해도 꿀맛이었다. 농사를 직접 짓는 농가가 대부분이라 당신들이 드시는 쌀은 수확량은 적지만 윤기가 나고 밥을 지으면 찰지고 쌀눈도 그대로 살아있는 품종을 선택하셨다. 그래서 누가 지어도 밥맛 하나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 파는 쌀보다는 상급이다 보니 냄새마저도 확연히 달랐다.

 

추수가 끝나고 경운기에 갓 도정이 끝난 쌀 두 가마니를 싣고 오던 때가 있었다. 커다란 쌀포대에 담긴 쌀이 마루로 옮겨졌을 때 동생과 함께 한쪽 구석으로 밀어야 했다. 금방 도정이 끝난 탓이었을까? 쌀자루를 닿기만 했는데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엄마는 쌀이 어느 정도 상태일지 봐야겠다며 쌀포대를 열어 쌀을 직접 만져 보고 냄새까지 맡아보셨다.

 

나도 궁금한 마음에 엄마 옆에 붙어 엄마가 보는 쌀을 들여다보았다. 보통 먹던 쌀과 모양이나 색깔, 크기는 별반 달라보이지 않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 밥상에 올라온 흰쌀밥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보통 콩이나 팥을 얹어먹고 있어서 흰쌀밥을 보게 된 것은 참 오래전이었다. 그래서 더욱 돋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이전의 쌀보다는 좋을 거란 말을 듣고 나니 수긍이 갔다. 한 숟가락 푹 떠서 한두 번 씹는 데, 밥맛으로 달고 고소하다는 말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너무 질지 않고 그렇다고 되지 않는 정도의 밥이라서 그런지 안성맞춤이었다. 깻잎 장아찌를 흰쌀밥에 얹어 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만찬이 되었다.

 

어떤 상품에 등급을 매기고 좀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된 거 같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은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밥을 오래 계속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두 가마니의 쌀을 다 먹고 나서 구입했던 쌀들은 그 쌀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좋은 쌀을 찾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명성을 가진 쌀들조차도 그때 그 밥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탄수화물을 과대 섭취는 성인병 유발의 원인이라며 탄수화물 흡수의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 그 시절처럼 커다란 공기에 수북하게 밥을 담는 것은 이제 미덕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쌀이나 밥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밥을 많이 먹는 시대가 사라지다 보니 4~5인분의 밥을 해놓으면 꽤 오랫동안 보온으로 보관해야 한다.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말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 말도 옛날 얘기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의 밥상엔 밥은 주식인 만큼 어떻게 하면 밥을 제대로 먹고 건강을 함께 지켜낼지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