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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세상을 밝힌 마지막 퍼즐, 청색 LED

by 앰코인스토리.. 2026. 7. 14.

세상을 밝힌 마지막 퍼즐,
청색 LED

 

도시의 밤은 낮보다 화려합니다. 자동차 전조등, 거리의 가로등, 상점의 간판과 네온사인 등 형형색색의 밝은 조명들이 어둠을 밝히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LED(발광다이오드)가 개발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더 환해졌습니다. 기존의 형광등이나 백열등과 달리 전력소모가 낮으면서도 훨씬 더 밝고 지속성이 높아 우리의 방과 거실 조명은 물론, 휴대전화, TV, 전광판, 전구, 리모컨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서 LED로의 교체가 이뤄졌지요.

 

그런데 사실 LED로의 세대교체는 불과 얼마되지 않은 일입니다. 화합물 반도체인 LED의 역사는 약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약 100여 년 전 고체상의 재료에서 빛이 방출되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한 영국의 라디오 엔지니어 헨리 조셉 라운드(Henry Joseph Round, 1881~1966)에 의해 그 역사가 시작되었지요. LED는 기본적으로 단색 광원으로 화합물의 조합에 따라 빛의 색상이 달라지는데, 이 화합물 조합을 통해 적색과 황색이 세상에 먼저 나왔습니다.

 

1960년대에 개발이 완성된 적색과 황색 LED에 비해 밝고 효율적인 청색 LED는 수십 년 동안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 마지막 색이 완성되기 전까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고효율 백색 LED 조명은 실현되기 어려웠지요. 그 이유는 빛의 삼원색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색을 인식할 때 기본이 되는 빛의 색은 빨강, 초록, 파랑입니다. 이 세 가지 빛을 적절한 비율로 섞으면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고, 세 색이 모두 균형 있게 합쳐지면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 : rp-photonics.com

오늘날 휴대전화 화면이나 TV 디스플레이가 수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 빨강, 초록, 파랑의 조합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LED로 진정한 백색광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파란색 LED가 필요했습니다. 빨강과 초록만으로는 노란빛에 가까운 색을 만들 수는 있지만, 우리가 조명으로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흰빛을 구현하기는 어려웠지요. 청색 LED는 단순히 새로운 색 하나를 추가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LED 백색광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마지막 조건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nobelprize.org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은 바로 이 마지막 퍼즐을 맞춘 세 명의 과학자,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아카사키와 아마노는 일본 나고야대학교에서 함께 질화갈륨(GaN)을 이용한 청색 LED 연구를 이어갔고, 나카무라는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에 있던 작은 기업 니치아화학공업(Nichia Chemicals)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독자적으로 나아갔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 이들의 연구는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였습니다.

 

사진출처 : UPRtec.com

특별히 청색 LED가 개발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기존 기술로는 쉽게 넘을 수 없었던 수많은 물리적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LED는 반도체 안의 전자가 얼마나 큰 에너지 차이를 뛰어넘는지에 따라 빛의 색이 결정되는데, 빨간빛은 비교적 낮은 에너지로 만들 수 있지만, 파란빛은 훨씬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래서 청색 LED를 만들기 위해서는 넓은 에너지 간격을 가진 반도체가 필요했고, 연구자들의 시선은 질화갈륨, 즉 GaN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출처 : nobelprize.org

문제는, 이 물질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후보처럼 보였지만, 실제 실험실에서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좋은 빛을 내려면 좋은 결정이 필요했지만, 당시의 GaN은 원하는 만큼 깨끗하고 질서 있게 자라주지 않았지요. 결정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을 차례로 쌓아 올리는 일이 아닙니다. 원자들이 정해진 자리로 차곡차곡 배열되어야 하고, 그 배열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GaN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던 사파이어 기판은 GaN과 격자상수(lattice constant)가 잘 맞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격자상수’란 결정 안에서 원자들이 반복적으로 배열될 때, 그 반복 구조의 기본 간격을 나타내는 값이지요.

 

잘 맞지 않는 바닥 위에 억지로 벽돌을 쌓으면 곳곳에 틈과 균열이 생기듯, GaN 결정 안에도 수많은 결함이 생겼습니다. 이 결함들이 LED에는 치명적이었는데요, 전자와 정공이 만나 빛으로 방출되어야 할 에너지가 결함을 통해 열로 빠져나가면, 밝은 LED는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파이어 위에 곧바로 GaN을 올리는 대신, 먼저 얇은 AlN 완충층을 깔아주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두 물질 사이에 일종의 중간 발판을 놓아준 것이지요. 이 작은 우회로가 고품질 GaN 결정 성장의 중요한 돌파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결정을 얻었다고 해서 청색 LED가 곧바로 완성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LED가 빛을 내려면 전자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정공이 많은 p형 반도체가 만나야 합니다. n형 GaN은 비교적 만들 수 있었지만, p형 GaN은 오랫동안 거의 불가능한 문제처럼 여겨졌는데요. 정공을 만들기 위해 마그네슘 같은 불순물을 넣어도, 수소가 그 불순물과 결합해 버리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아카사키와 아마노 연구진은 우연히 중요한 단서를 발견합니다. Mg가 들어간 GaN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오히려 빛이 더 강하게 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후 나카무라는 그 이유가 수소와 관련되어 있음을 설명했고, 더 나아가 복잡한 전자빔 처리 대신 열처리만으로도 p형 GaN을 활성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출처 : hackday.com

마지막으로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빛을 내는 소자가 아니라, 밝고 효율적으로 빛을 내는 소자였습니다. 전자와 정공이 반도체 안에 들어왔다고 해도, 이들이 넓은 영역으로 흩어져 버리면 서로 만날 확률은 낮아지지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아주 얇은 층 안에 이들을 가두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InGaN과 AlGaN 같은 GaN 기반 합금을 층층이 쌓아 전자와 정공이 특정한 영역에 머물도록 한 것입니다. 이 구조 안에서 전자와 정공은 더 자주 만나고, 그만큼 더 효율적으로 파란빛을 내게 됩니다.

 

사진출처 : nobelprize.org

이렇게 어렵게 완성된 LED는 실제로 얼마나 큰 에너지 효율성을 가질까요?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기름등의 효율이 약 0.1 lm/W에, 19세기의 백열전구는 약 16 lm/W, 20세기의 형광등은 약 70 lm/W 수준입니다. 이에 반해 청색 LED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백색 LED는 300 lm/W에 이르지요. 비교 불가한 고효율이지요. 재료물리학의 난제들이 하나의 작은 소자 안에 모이며 인류는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밝게, 그리고 오래 지속되는 빛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 머리 위에 밝히 빛나고 있는 천장의 조명등을 한번 봐주시겠어요? 그 빛에는 까다로운 GaN 결정을 성장시키고, 불가능해 보이던 p형 도핑을 해결하고, 다시 전자와 정공을 가두는 정교한 다층 구조를 설계한 공학자들의 시간이 녹아있습니다. 실패가 반복되어도 같은 문제 앞에 다시 앉는 끈기,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간 그들의 숨은 공로와 집념이 인류의 밤을 가장 찬란한 빛으로 밝히고 있네요. 우리가 무심코 마주하는 당연한 일상의 빛은, 실은 그들이 마침내 이뤄낸 위대한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