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인도 한쪽에 모인 서너 대의 자전거에 눈길이 갔다. 파란색을 입힌 자전거였는데,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듯했다. 길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바쁜 걸음을 하고도 시간이 부족할 듯 싶으면 누군가는 저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다. 누군가에는 참 고마운 교통기관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타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등하교길을 위해 부모님은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사 주셨다. 가까운 거리였다면 부모님은 무리해서 자전거를 장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걸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사 주신 것이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큰 선물이었기에 밤잠까지 설쳤지만 자전거를 배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수없이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동생들이 자전거 뒤를 잡아줘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었고, 동생이 손을 떼고 나면 비틀거리다 쓰러지고 말았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땅거미가 지고서야 자전거와 힘겨루기는 끝이 났다.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보니 여기저기 멍이 들고 상처가 났다. 그나마 쓰러질 때 재빠르게 피한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게 행운이었다.
엄마는 조바심이 나셨는지 일을 하다 말고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도 하셨다. 나보다 먼저 자전거를 배운 한 친구는 쓰러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재빨리 돌리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었다.
막상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페달을 돌리기 시작하면 머릿속은 하얗게 된다. 반드시 해내겠노라는 일념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지만 그 한 발을 옮기기가 힘든 것처럼 페달은 무겁기만 했다. 자전거 타기도 하루만에 배울 수 있는 학원이 만들어진다면 바로 수강신청하고 싶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느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도 학습 효과란 게 있기 마련. 타다 보니 요령이란 것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힘들지만 혼자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제법 익숙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처음 걸음마를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부모님은 기뻐하셨다. 동생들의 응원도 한 몫을 했으리라.
무언가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힘들고 어렵지만, 내리막길이 시작되면 시원한 바람과 마주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한여름의 뙤약볕을 뚫고 친구들과 물병 하나씩만 들고서 전학 간 친구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도 다 자전거 덕분이었다.
버스로만 30분이 넘는 거리라 중간중간 쉬어가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던 기억이 난다. 근처 초등학교에 들러 찬물로 세수하고 커다란 은행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며 꽤 오랜 시간을 자전거와 함께했다. 물론 목적지까지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자전거 체인이 홀랑 빠져서 손에 기름때를 가득 묻히기도 했다.
인도와 붙어있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바쁜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영차영차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이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그동안 배웠던 나의 자전거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오늘은 시간을 내어 자전거를 한번 타봐야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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