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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만두

by 앰코인스토리.. 2026. 3. 30.

사진출처 : freepic.com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튀김만두 등등 만두의 변신은 끝이 없다. 넣은 식재료에 따라 김치만두, 야채만두, 고기만두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두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입이 궁금해지면 엄마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꺼내어 만두를 만들었다. 참 손이 많은 작업이 많아 귀찮을 법함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만두 만들 준비를 척척 하셨다.

 

요즘이야 만두피는 따로 만들지 않고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사서 쓰지만, 당시만 해도 만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만두피를 만드는 일이 우선이었다. 밀가루에 물을 붓고 여러 번 치대어 반죽에 찰기를 만들고, 한 웅큼 뚝 떼어내어 밀대로 여러 번 밀기를 반복해야 했다. 사이사이 밀가루 반죽이 달라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뿌려가면서 밀고 또 밀었다. 수타면을 만들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여러 번 하는 것처럼, 얇은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수고가 필요했다. 너무 신기해서 한동안 만두피 만드는 과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는 ‘우리 엄마는 마술사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적당한 크기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동그란 그릇으로 있는 힘껏 내리는 누르는 일은 만두피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작업이었다. 커다란 도마를 가득 덮은 흰색 밀가루 반죽에 동그라미가 하나 둘 생겨날 때 너무 신기해서 “나도! 나도!”하면서 때를 썼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고기만두보다는 김치만두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김치를 손질하는 작업을 만두 속을 작업할 때 가장 먼저 하셨다. 신맛이 도는 김치를 잘 다질 때면 따각따각 소리 나는 다듬이 돌 생각도 났고 사물놀이의 꽹과리도 떠올랐다. 리듬과 박자가 어우러진 도마 위의 공연이라고나 할까.

 

만두 속에는 숙주나물, 부추, 두부도 챙겨 넣곤 했다. 커다란 그릇 한 가득 재료가 만들어지고 나면 만두 빚기가 시작되었다. 사전 준비가 길고 지루한 것이지 무대 오른 공연은 순식간에 끝나는 것처럼 만두피와 만두 속의 과정이 길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이지 만두 빚기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많은 만두피와 만두 속이 언제 줄어들까 하는 걱정도 잠시, 엄마의 숙달된 손놀림은 줄어든 만두피와 만두 속만큼 만두의 개수를 점차 늘려 갔다. 옆에서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팔을 걷어 부쳤지만 엄마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늘 역부족이었다. 그저 내 손으로 만들어 봤다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많이 만들어 놓으면 만두는 참 여러 가지 형태로 밥상에 올랐다. 입맛이 없는 점심 한 끼 대용으로는 만둣국으로, 저녁 식사 때는 만두전골이 되기도 했고, 간식이 생각날 때는 찐만두가 되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한 만두는 때로는 양념간장에 찍어먹는 것은 참 훌륭한 궁합이 되기도 했다.

 

만두는 오래 보관하지는 못하는 재료다 보니 많이 만들어 놓으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채 일주일도 가지 못했다. 많은 수고에 비해 먹어 없애는 속도가 빨라 좀 허망할 수도 있었으나, 방과 후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엄마는 다시 만두피를 만들고 계셨다.

 

이제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만두를 집에 만드는 이는 많지 않다. 그래도 만드는 재미를 느껴 보고 싶다는 사람은 만두피 정도는 사 와서 냉장고에 있는 김치와 고기를 꺼내어 만두를 만드는 수고 정도는 할 것이다. 그마저도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은 집 근처 유명한 만두집에서 찐만두나 물만두를 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누가 만들었던 간에 만두는 그런대로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그 옛날 어머니표 만두는 정성이 담뿍 담겨 있어서 맛있고, 집 근처 만두집에 만두는 만두 장인의 손맛이 한 몫을 한다. 그러고 보면 만두는 누가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맛을 보장하고 있는 음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