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가로 기억한다. 모 단체에서 지구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일회용 세탁 비닐 커버 안 쓰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나는 재활용 세탁 비닐 커버 2장을 얻게 되었다. 그전에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세탁소에 드라이 클리닝을 하기 위해 옷을 맡기면 사장님은 투명 비닐을 씌워 건네주고는 했다. 집까지 이동하는 순간 세탁된 옷에 행여 불상사라도 생기는 것을 막아주기 위한 사장님의 따스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약품 냄새를 빼기 위해 일회용 세탁 비닐 커버를 젖히고, 밖에 있는 빨랫줄에 옷을 거는 것이었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 냄새가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일회용 세탁 비닐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일회용 비닐을 씌워 옷장에 보관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바로 입고 나가기 위해 세탁을 한 것이며 좀 더 깔끔을 떨기 위해 세탁 비닐 커버를 씌울 수도 있겠지만 일주일 내내 입어야 하는 옷이라 굳이 번거로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스레 일회용 세탁 비닐 커버는 잠시 잠깐 자신의 임무만 마치고 쓰레기통으로 가는 운명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나만이 가졌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다른 많은 사람도 세탁물을 감싼 세탁 비닐 커버를 필요 이상 오래 사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의미 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 나머지, 한 단체에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때 재활용 세탁 비닐 커버를 한번 써보라며 나에게 2장을 나눠 준 것이다. 무료라는 말에 덥석 받아들기는 했지만 서랍 속에서 한 1년 동안 방치하다시피 했다. 어쩌면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했다. 게다가 올여름이 길게 이어져 짧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자주 입다 보니 세탁소에 갈 일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고, 긴 팔 소매의 옷을 꺼내려고 옷장을 정리하다가 서랍 속에 있던 세탁 비닐 커버를 발견했다. 세탁소를 찾아보았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세탁소가 있었던 기억만 믿고 길을 나섰다가 한참을 헤매야 했다. 세탁소 주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려고 하는 데요?”
“예, 가능합니다.”
세탁소 안은 시대가 지나도 정겨움과 포근함으로 가득하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요.”
“뭔가요?”
주인은 다소 궁금하다는 표정을 보냈다. 손바닥 크기로 접혀진 재활용 세탁 비닐 커버를 내밀었다.
“일회용 비닐 커버 대신 이걸로 씌워주세요.”
주인은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건넨 비닐 커버를 받아들었다. ‘이런 손님은 처음입니다.’라고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설명할까 싶었지만 잘 부탁한다는 당부만 남기고 문을 열고 나왔다.
올해 여름은 역대급이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강릉의 가뭄, 남부 지방의 극한 호우, 30도 이상의 연속된 폭염 등등. 그러나 앞으로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줄을 잇는다. 다 같이 작은 노력이라도 조금씩 해나갈 때 아파하고 있는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재활용 세탁 비닐 커버 사용이 크게 티가 나는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씩 늘려 나갈 생각이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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