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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커피믹스

by 앰코인스토리.. 2025. 7. 31.

사진출처 : freepic.com

세 달 전쯤 마트에서 커피믹스를 사온 적이 있었다. 보통 하루에 2개도 먹고 3개도 먹는 날도 있었다. 과도한 섭취는 잠 자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서 그나마 조절을 하면서 먹으려 노력했는데도 기분 좋을 때는 한 봉 더 뜯어 커피잔에 따르기도 했다.

 

아침이 되면 할당량을 정하고 나머지는 장롱에 넣어 끊임없는 커피 유혹을 사그라들게도 만들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남은 커피믹스는 도로 커피박스 상자에 집어넣을까 고민하다 그건 내키지 않아서 침대 옆에 있는 사발면 상자에 툭하고 던져 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남겨 놓았던 커피믹스는 잊어버리고 그날의 할당량인 커피믹스 2개만 상자에서 꺼내 놓았다. 그렇게 사발만 상자로 들어간 커피믹스는 잊히게 된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넘어서자 커피믹스로 가득 찼던 상자 안은 몇 개만 남았다. 마트에 한 번 갔다 와야 하는데 하는 마음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일 끝나고 다시 마트로 발길을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일 35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날씨는 집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퇴근하면서 샀어야 하는데!’ 또 깜박한 것을 방 안에 들어서고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커피가 없는 1주일이 지나갔다. 그렇게 한 잔의 커피가 몹시 그리워지고 간절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글을 쓰다가 볼펜을 놓쳤다. 무릎을 때린 볼펜이 침대 밑으로 데구루루 굴러 들어갔다. 가까운 곳에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무작정 손을 뻗어 침대 밑을 훑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손가락에는 먼지만 묻었다. 휴대전화를 서둘러 찾았다. 그리고 플래시를 켰다. 침대 밑에 갖다 대자 볼펜이 침대 중앙까지 가 있는 게 보였고, 침대 밑에 쌓인 먼지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당장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서랍에서 꺼내들고 방비를 집어 들었다. 걸레도 빨아서 옆에 두었다. 매트리스를 들어 올렸다. 쓸고 닦고를 여러 번 반복했고, TV며 옷장이며 쌓인 먼지를 다 긁어냈다. 화장실까지 걸레를 들고 여러 번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바닥을 쓸기 위해 상자들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보던 책자며 한 달 전에 산 책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커피믹스를 발견했다. 그 조그만 녀석이 어찌나 반갑던지! 힘을 얻어 마무리까지 속도를 냈다. 청소를 빨리 끝내고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마도 이 한 잔의 커피 맛은 꽤 남을 것 같다. 한 모금 한 모금이 온몸으로 퍼져 행복을 만들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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