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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게임기

by 앰코인스토리.. 2025. 4. 29.

사진출처 : freepic.com

가끔 유튜브에 들어가면 추억의 게임을 소개하는 유튜버들이 있다. 당시에는 꽤 인기가 많았던 게임들이다. 특히, 1대1 대결 게임은 더욱 인기가 많았다. 나와 컴퓨터 대결에 싫증을 느낀 게이머들은 실력이 출중한 상대방을 기다리곤 했다. 한 단계 빠른 발차기와 손기술, 그리고 필살기가 구사될 때는 구경꾼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대결을 지켜보기도 했다.

 

현란한 버튼조작을 통해서 게임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난이도를 보여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손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승승장구가 이어지면 서로 내가 한번 이겨 보리라는 마음으로 대결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게임대회가 생겨나고, 최고의 일인자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곤 했었다. 게임의 황금기였다.

 

그 붐을 타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게임기 보급도 빠르게 늘어났다. 우리집 동생들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용돈을 아껴 게임기를 사고, 집에 있는 TV에 연결하고 틈만 나면 게임을 했다. TV 좀 보자고 옥신각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참 두 동생이 게임에 흠뻑 빠져 있을 때 공부하다 말고 낄낄대는 동생들 뒤에서 게임을 지켜보았다. 동전을 먹으려 점프를 하고 악당을 만나면 주먹을 내밀고 발빠르게 전진하는 모습이 재미는 있어 보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음을 직감하자 고개를 슬쩍 돌리면서 씩 웃던 천진난만했던 동생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게임에 푹 빠져 숙제도 안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눈치가 보였는지 게임기를 재빨리 치우기도 했다. 같은 게임에 질려 갈 때면 방과 후 동생들은 게임팩 대여점에 들러 다른 게임으로 바꿔 오기도 했다. 새로운 게임을 가져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생각만큼 진척이 없으면 찡그린 얼굴을 하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씩씩거리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안 된다 싶으면 매달 나오는 게임 잡지까지 사가지고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동생이 학교에 돌아오기 전에 동생의 게임 잡지가 궁금해서 슬쩍 뒤적거려보니 게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잡지에 꼼꼼하게 실어 놓은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손발이 느리기 때문에 따라 해보려고 해도 어림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할 일이 없었던 주말에 동생들의 틈바구니에서 한번 시도를 해보았다. 쉬운 게임을 골라주었다고 하는 동생의 말에 열심히 버튼을 움직여 보았지만 동생들의 실력과 차이가 많이 났다. 그때 나는 ‘내가 순발력이 떨어지는구나!’를 스스로 깊게 깨달았다.

 

한참 후 오락실의 인기가 PC방으로 옮겨가고, 2차원의 게임이 3차원의 생동감 있는 게임들로 빠르게 바뀌어 가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게임기가 설 땅은 잃어갔다.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게임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게임기는 완전히 구 시대 유물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우상이었던 게임기가 아이들 손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추억의 게임기에 진한 향수를 느낀다. 지금의 화려한 게임 대작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게임들이지만,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그 게임기와 게임이 더 소중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동생들에게 묻는다. “최고의 난이도 발차기 기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그러면 동생들은 그때 수없이 반복하며 배웠던 그 손동작을 그대로 재현해 보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