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송편 이야기

사진출처 : 크라우드픽

추석에는 동네에서만 아니라 근동에서도 할아버지께 인사 오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독자에다 아들만 다섯이어서 일할 사람이라곤 어머니 한 분뿐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우리에게 심부름과 잔일을 많이 시키셨는데, 이번에는 송편을 같이 만들자고 하셨다.

 

어린애부터 고등학생인 나까지 끌어들이자니 아무래도 당근이 필요했다. 말 잘 듣고 끝까지 송편을 빚으면 감추어둔 오징어를 선물로 주겠다고 하신 것이다. 우리는 마당 가운데에다 평상을 놓고 둥글게 앉아 가을하늘을 날고 있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송편을 만들기 시작했다. 떼어낸 멥쌀 반죽을 양손으로 비벼 새알처럼 둥글게 만든 뒤, 손가락으로 구멍을 파고 그 안에 깨나 콩 등의 소를 넣고 송편을 빚었다.

 

처음 각오와는 다르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트집도 부리고 소변을 보러 간다며 자리를 종종 비우기도 했지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오징어의 짭짤하고 쫄깃한 맛이 생각나 끝까지 버텼다. 손때가 묻은 막내의 앙증스러운 것도 있고 손가락으로 누른 모양과 크기도 천차만별인 데다 보름달과 반달 모양도 보였다.

 

어머니가 만든 모양과는 비교도 안 되지만 다섯이 만든 수량을 합해도 어머니보다 적었다. 이제는 판정 차례. 어머니는 각자가 만든 것 중 열 개씩을 골라 상 위에 올려놓도록 했다. 다들 자기 것이 제일이라고 우겼지만 육안으로도 솜씨 차이는 있었다. 어머니는 만져보고 뒤집어 보면서 한참을 뜸 들이시더니 그냥 눈으로 보고는 모르겠으니 찌고 난 후에 보자고 하셨다.

 

커다란 솥에 향긋한 솔잎과 송편을 한 층씩 교대로 얹고 송편을 쪄냈다. 한참 지나니 우리가 빚은 송편이 예쁘장한 어머니의 것과 섞여 나왔다. 헌데 옆구리가 벌어지고 속이 터진 것이 수두룩했다. 어머니는 “다들 잘 만들었지만 터진 게 가장 적은 셋째가 제일이다.”며 통 크게 오징어 한 마리를 내어주셨다. 패자에겐 두 명당 한 마리씩이 배당되었다. 비록 우승은 셋째에게 돌아갔지만, 한가위 보름달처럼 우리 모두를 사랑해주셨던 어머니와의 추억이 추석이 돌아오면 더욱 더 그리워진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