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회상
근대사 배경의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 해서 방문했습니다. 전면에 매표소를 보고 입장료까지 받나 싶었는데, 출입구 문을 넘어서 보니 그럴싸한 분위기에 감탄하며 아는 것, 모르는 것, 시간에 반하는 것들이 한데 섞여 있었습니다.
과거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그 당시, 그때, 그곳으로 담백하게 차려 놓은 세트를 눈으로 손으로 체감하려니 시나브로 여행의 흥이 차오릅니다. 관객이 많지 않은 평일, 조금씩 커지는 그림자와 발을 맞춰 골목 하나 건물 하나 거침없이 이동하다 외진 전방을 지키고 있는 풍로 하나를 발견합니다.
생채기난 곳부터 붉게 타올라 흔히 말하는 고물이 되었지만, 그것에 석유를 채우고 수명이 다한 명주 심지를 교체해서 탁탁 치며 타오른 성냥마냥 풍로의 그을음을 즐기고 나면 올려 있던 양은 냄비에서 뿜어내는 밥 내음들이 회상되며, 언제 인지도 모르는 기억 속에 현재의 나보다 젊었던 부모님도 소환됩니다. 멀지 않은 다음에 꼭 함께 오겠다는 어느 때보다 진해진 간절함과 함께.
촬영지 / 순천 드라마 & 영화 촬영지
글과 사진 / K4 제조1팀 오진병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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