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같이 근무하는 현지 직원이 필자에게 결혼식 초대를 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결혼식 문화에 신기하면서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역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한국에서는 결혼식이 두세 시간 남짓 진행되는 데 비해, 중국에서는 거의 온종일 결혼식이 진행된다. 보통, 결혼식 당일 아침에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신부 집으로 간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신부 측에서 함을 받기 위해 신랑 친구들에게 함 값을 주거나 음식을 대접한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신부 친구에게 홍바오(붉은봉투)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그 이후 문을 열어주면 신부에게 프러포즈하고 신부 부모님과 차를 마시고 밤을 먹는다. 이러한 의식은 신부의 행복하고 순탄한 결혼생활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간혹 길을 지나다 보면, 웨딩 장식을 한 고급 차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곤 한다. 처음에는 필자도 이 광경을 봤을 때 정말 신기하면서 살짝 부럽기도 했다. 이러한 카퍼레이드는 ‘부’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 종류를 보면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부의 정도에 따라 10대에서 최대 400여 대의 차를 동원해 신부를 맞이하기도 한단다.
신부 집에서는 신랑 집으로 가는 사이에 폭죽놀이를 한다. 이 또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 신랑이 신부를 데려갈 때 축하의 의미이기도 하는 동시에 남들에게 신랑의 부유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처음 결혼식을 다녀온 이후부터는 결혼식 초대를 받으면 살짝 고민하게 되었다. 이유는 축의금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최소 축의금이 800위안(한화로 16만 원 정도)이고 이것이 기본이다. 나와 친분의 정도를 떠나 초대를 받으면 무조건 기본은 800위안에서 시작해야 한다니 고민이 아니 될 수 없다. 참고로, 중국의 신입사원 평균 월급이 3,000~4,000위안 정도임을 고려한다면 축의금을 아주 많이 내는 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결혼식에 가면 본인이 초대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도록 식당의자에 명패가 놓여있다. 그렇듯, 초대하는 것도 본인이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초대하는 모양이다. 이런 면은 어찌 보면 학교 졸업 후 거의 연락이 없다가 결혼식 때가 되면 청첩장을 보내는 한국문화보다는 조금은 합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을 끝내고 나면 우리는 구청이나 시청을 가서 혼인신고를 하면 끝이지만, 중국에서는 결혼증서를 발급받게 된다고 한다. 여권처럼 생긴 이 증서는 신랑과 신부에게 각각 한 부씩 발급해준다.
중국의 결혼식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하객들은 점심에 식장으로 가서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결혼식이 끝난다. 중국에서는 신랑신부만을 위함이 아니라 초대한 하객들까지도 오랜 시간 어우러지는 하나의 파티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에게 결혼식 에피소드가 더 있다. 언젠가 결혼식에 가서 점심만 먹고 돌아왔는데 며칠 후 결혼한 친구가 점심만 먹고 갔다면서 필자가 낸 축의금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좀 쑥스러웠지만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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