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세운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끝까지 경청하고 칭찬과 공감을 표시해 드리자’다. 아파트를 방문하여 봉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지만, 가르칠 게 백이라면 이제야 겨우 서너 개의 문턱을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유치원생인 손자보다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할머니는 문자도 못 보내시네.”’가 못내 섭섭한 모양새다.
어제 배운 것을 오늘이면 거의 다 잊어버려서 반복하는 게 일상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많이 좋아졌네요. 선생님 연세에 이 정도 하시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진심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싫어하는 표정이 아닌 게 서로를 흐뭇하게 만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은가!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은 기초만 알고 있으면 어려울 것이 없다. 간혹, 폰의 제조사가 다르거나 제조연도가 달라 요구를 제때 해결해 주지 못해도 대리점을 방문해 배우고 다음 날 가르쳐 드리면 되니 걱정할 게 없다.
그렇게 문자 주고받기를 붙잡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대화로 넘어간다. 접촉이 잦아지면서 건강 문제, 살아온 이야기에다,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도 피력하신다. 나도 한창 때는 성질이 급해 친구들의 말을 중도에 끊고 내 말을 꺼내곤 했다.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자인하고는 고치려고 노력해왔더니, 요즈음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들어주는 편이다. 기쁜 사연에는 그 쪽으로 장단을 맞추고, 서운하다고 할 때는 경험했거나 신문과 매스컴을 통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어르신들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으시다. 어지간한 것을 가지고 병원에 가봐야 나이가 있으니 병과 친구로 지내라는 말에 허탈감만 가슴에 담는 것에도 맞장구를 친다. 그래서 늘어나는 게 약 봉지요, 건강식품이다. 복용하는 약이 너무 많은 것에 놀라, 여러 가지 자료를 들쳐보고 중복되는 것은 가짓수를 줄이도록 권했더니 고마워하신다. 언제부터인지 도착하기도 전에 현관문을 열어놓고 기다리시고, 헤어질 때는 불편한 몸인데도 문밖까지 나오셔서 배웅해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왠지 뭉클해진다.
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니 활력이 넘친다. 안부 차 걸려온 아들에게 “지금 하는 도우미 일을 여든까지는 하고 싶구나.”하니 “아버지, 건강만 잘 지키세요. 여든이 문제입니까. 그 이상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그래, 건강이 최고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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