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무등산행
오랜만의 무등산입니다. 초보자답게 항상 중머리재 정도에서 돌아오다가, 쉬는 날 집에서 뭐하냐로 시작해 오르다 보니 어떻게 정상까지 다녀오게 되어 도전과 성취라는 감성으로 포장해서 써 보고 싶은데 결론 및 사실은 무척 힘들고 산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라는 현자의 말씀만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래도 빽빽한 나무 그늘 속 제법 경사진 돌길을 살기 위해 꾹꾹 밟아주며 중간중간 오르막 끝자락마다 울창한 나무들이 숨겨왔던 하늘을 열어주면 햇살이 쏟아지더군요. 그렇게 한 고개 올라서고 발 아래 푸르름처럼 광합성 기회가 주어질 때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어줍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끝은 어디인가, 이런 더위 먹은 소리가 나올 때쯤 반가운 이정표 ‘서석대’가 보이고 대략 정상 부근이라는데 보기에는 확실히 전보다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길고 멀어 보입니다. 인내심 포인트가 데일리 권고치를 초과할 때쯤 무등 정상에 도착해 탁 트인 시야로 광주 시내를 시원하게 둘러봅니다.
기대어 앉을 곳을 찾아 철퍼덕 하니, 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열을 식혀주고 ‘서석대’ 정상 비석과 한 컷 사진을 남기니 상쾌한 기분에 다시 힘이 납니다. 서석대 1,100m, 무등산 높이는 약 1,180m로 실제 정상은 옆에 있답니다. 내려가는 길에 다람쥐를 만났는데, 요새 도토리가 없어서인지 사람 다니는 데크까지 올라와 한참 따라오는 게 신기해 사진 한 장 남겼더니 이제 잘 가라고 하네요. 답례로 땅콩 조금 준비해 가야겠습니다.
촬영지 / 무등산
글과 사진 / K4 제조1팀 오진병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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