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은 크게 △설계 △생산 △패키징 등으로 나뉜다. 설계와 생산을 전(前)공정, 패키징을 후(後)공정이라고 부른다. 반도체 패키징은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맞는 형태로 제작하는 공정이다. 칩을 기판 등에 장착하는 과정에서 칩이 외부와 통신할 수 있도록 전기 신호가 흐르는 길을 만들고, 외형도 가공한다.
그동안 반도체 패키징은 전공정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전공정에서 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등 첨단 기술 경쟁이 벌어졌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 미세공정 경쟁이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라는 한계에 부닥치면서다.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를 패키징 기술 혁신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효율적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공정 미세화 못지않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 애플 등 독자 칩을 개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늘어난 것도 패키징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업체들은 자체적인 표준에 따라 패키징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5G(5세대), 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갖춘 반도체 패키지 기술도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업체 욜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시장 규모는 2021년 27억4000만달러에서 2027년 78억7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없다.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TSMC가 점유율 58.5%로, 메모리반도체(D램)는 삼성전자가 45.1%로 압도적 1위인 것과 다르다. 패키징 시장 점유율 1위는 대만 ASE가 30%, 2위는 미국 앰코가 15%다. 절대 강자를 목표로 한 경쟁이 올해를 기점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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