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비둘기 방안으로 날아들다!

by 앰코인스토리.. 2022. 8. 31.

사진출처 : freepik.com

인생은 살다 보면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발생할 때가 있다. 모 방송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방송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못한 일이 삽시간에 벌어지곤 한다.

고시원 선배가 여름휴가를 간다며 나에게 고시원을 부탁했다. 몇 개월 보지 않은 사이 고시원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옆집이었다. 근접 거리에 있는 빌라는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했는지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매일 새벽마다 10여 개 정도의 화분에 물을 주는 일로 일과를 시작했다. 궁금해서 옥상으로 올라가서 옆집을 내려다보았다. 화분 안에는 각종 채소가 가득했다. 열과 성을 다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벼는 농사꾼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는 것처럼 옆집 화분에 있는 채소들은 매일 정성을 다하는 주인장의 노력 덕분에 크고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옆집의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비둘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비둘기는 채소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파란색의 물결이 가득하다 보니 무슨 먹거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둘기들도 날아들었을 것이리라. 옆집 옥상 벽에 잔뜩 묻어 있는 하얀색의 분비물이 보였다. 비둘기들이 자주 놀러 왔던 흔적일 것이다. 물을 먹기 위해 주방을 찾았더니 어디서 왔는지 비둘기 두 마리가 날라와 앉아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일요일 오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의 괴성이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허겁지겁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렸다. 밤새 열대야 속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리니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방문이 열린 곳은 고시원 막내 방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봐요!” 주어, 목적어 다 뺀 채 놀란 가슴을 안고 방에서 급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비둘기요! 비둘기!”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짧은 시간 동안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막내는 많이 놀랬는지 다음 말을 잊지 못해 일단은 방 안부터 들여다보기로 했다. 정말 말 그대로 비둘기였다. 비둘기 한 마리가 방바닥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도 없이 도도한 모습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요란스럽게 움직였다면 나도 많이 당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둘기의 그런 모습이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해법을 찾게 만들어 해주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려지는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한 비둘기를 보면서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비둘기 가까이 가서 이불로 덮어 비둘기를 잡아볼 생각이었다. ‘날아가지 않아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을 안고 다가갔다. 다행히 비둘기는 사람이 접근함에도 큰 움직임이 없었다. 잽싸게 이불을 덮어 비둘기가 날라가는 것을 막은 후 비둘기 날개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속전속결은 유효했다. 비둘기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부리로 쪼는 최악의 상황까지 머리에 염두에 두었는데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어 얼른 밖으로 날려줘야겠다는 생각했다. 주방의 창을 막내로 하여금 열게 한 다음 비둘기를 날려주었다. 비둘기도 당황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쏜살같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다친 사람 없이 모든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막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충격이 있었는지 한동안 방 밖에서 서성였다. 어찌 비둘기가 날아들었는지 궁금해서 CCTV를 돌려봤다. 주방 창문에 걸터앉아 있다가 주방 문이 열리는 바람에 출구를 잘못 찾게 된 모양이었다.

다시 일요일의 평온한 일상이 이어졌다. 잠깐의 해프닝은 큰 파열음 없이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비둘기를 볼 때면 이 일이 떠오르곤 할 것 같다. 언젠가 이 비둘기와 다시 만나는 황당한 일도 혹시 벌어지지 않을까.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