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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Music In Life] 진솔한 캐럴앨범, Ivan Lins의 ‘Um Novo Tempo’

by 앰코인스토리 - 2014. 12. 29.

한 낭만적인 코스모폴리탄의 보편성의, 보편성에 의한, 보편성을 위한 진솔한 캐럴앨범


우리에게 꽤 유능한 영화음악 작곡자이자 재즈 키보드 플레이어로 잘 알려진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이나 그가 음향 엔지니어 래리 로젠(Larry Rosen)과 설립한 1980~90년대의 재즈필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 GRP(Grusin and Rosen Production) 출신의 뮤지션들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브라질 출신의 아티스트 ‘이반 린즈(Ivan Lins)’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그들의 앨범 크레딧에서 우연히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ztopics.com


데이브 그루신과 그의 우산 아래 활동했던 재즈 아티스트들 중 ‘영원한 그의 우방’이라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나워(Lee Ritenour)와의 조인트 앨범으로 ‘Early A.M. Attitude’라는 서정미와 세련미의 극치로 기억되는 명곡들이 포진된 1985년작 ‘Harlequin’의 게스트 보컬이 바로 그였고, 그의 곡들 중 ‘Semtebro(Brazilian Wedding song)’, ‘Velas’, ‘Dinorah, Dinorah’ 등등 곡들의 경우 퀀시 존스(Quincy Jones), 조지 벤슨(George Benson), 스티브 원더(Stevie Wonder)와 같은 거장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이른바 3세계 월드뮤직이나 그에게도 친숙하지 않은 팬들에게도 그 문제의 곡들의 원작자라는, 이른바 ‘미지의 고수’의 이미지로 다가온 터였다. 필자도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구매가 흔치 않던 1990년대 후반 브라질에 인맥이 있는 지인을 통해 이반 린즈의 앨범을 몇 장 구매한 후 그의 범상치 않은 아티스트적 면모나 그만의 음악에 대한 진솔한 자세에 대해 어느 정도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 터라, 그를 단순한 브라질의 인기가수가 아닌 일종의 오뙤르(Auteur), 즉, 월드뮤직의 한 ‘작가’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니….


사진 출처 : ztopics.com


실제로 이반 린즈는 우리 상상 이상으로 브라질에서 존경과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는 존재다. 우리 정서로 따지자면 조용필과 같은 존재라고 할까. 브라질을 월드뮤직의 상징 궤도에 올려놓은 음악 장르인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타계 이후 부친을 잃은 고아처럼 골머리를 앓게 된 브라질 대중음악계에 그 공석인 부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국민적 가수로서, 그가 브라질 대중음악계에 행사하는 영향력 및 파급효과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있어 월드뮤직이라는 장르의 테두리 안에 그의 음악적 핵심인 보사노바는 그의 음악적 요람이자 최대의 강점이지만, 무엇보다 그의 음악적 뿌리이자 원론적 원천은 바로 앞서 언급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그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듯,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많은 음악 팬들의 마음의 진폭을 울릴 수 있는 그만의 ‘음악적 보편성(universality)’에 기안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가정사로 인해 유년시절 잠시 체류했던 미국 보스턴에서의 몇 년 동안의 경험은 앞서 언급된 그의 보편적인 정서와 그만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즉 ‘범세계주의자적’인 특징과 결합해 그만의 독특한 이른바 ‘음악적 보편성의 미학’이 확립될 수 있었던 또 따른 원천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면을 통해 소개할, 그가 1999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캐럴앨범인 《Um Novo Tempo》(2001)의 경우, 음악적 보편성의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브라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의 개념과는 상당히 유린당하는 환경을 가진 나라로, 열대우림의 아열대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6도로 우리 마음속에 각인된 가장 이상적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꿈도 꾸기 힘든 곳이다. 그런 곳에서 발표되는 캐럴앨범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혹자는 단순한 열대 기후 나라 출신의 뮤지션이 발표한 일종의 ‘이색적인 작품’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된 앨범이나 본 작은 단순한 이색 작으로 간주되기에는 앞서 언급한 음악적 보편성의 미학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 앨범 《Um Novo Tempo》(2001)


이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Um Feliz Natal’을 보자. 우리에게 ‘Feliz Navidad’ 또는 영어로 ‘I wanna wish your Merry Christmas’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그리고 ‘Rain’으로 국내 올드 팝 팬들에게도 친숙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맹인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와의 듀엣곡으로 깔끔한 라틴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브라스 파트 위에 이반 린즈와 호세 펠리치아노의 호소력 있는 보컬과 코러스 파트가 절묘한 합일을 이루는 곡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가치가 충분한 곡이다. 2번 트랙은 우리에게 ‘Silent Nigit(고요한 밤)’으로 알려진 ’Noite Feliz’이며, 8번 트랙은 존 레넌(John Lennon)의 곡으로 유명한 캐럴송이자 반전 곡인 ‘Happy Christmas(The war is over)’의 리메이크곡인 ‘Entao E Natal’이며, 10번 트랙은 성탄절의 기쁨과 환희의 상징과도 같은 ‘Jingle Belle(징글벨)’의 포르투갈어 버전인 ‘Bata o Sino’로 크리스마스라는 보편적 정서를 극대화하기 위한 초석으로써 선곡된 느낌의 곡들이지만 이반 린즈는 기존의 곡 군데군데 그만의 상징과도 같은 라틴의 정서를 살며시 포개 넣는 센스를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앨범에서 이반 린즈는 본 작이 단순한 여타의 캐럴앨범과 확연히 구분되기라도 원하는 듯 그만의 장기인 보편적 정서와 라틴 서정주의(Lyricism) 미학의 결합을 실천해 나간다. 이반 린즈의 절제된 보컬이 돋보이는 3번 트랙 ‘Festas’와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백미라고 일컫는 두 곡, 4번 트랙 ‘Um Natal Brasileiro’와 7번 트랙 ‘Noite Para Festejar’. 그리고 그의 1984년 앨범 《Juntos》에 삽입되어 히트했던 마지막 15번 트랙인 ‘Novo Tempo/Fim De Ano’를 통해, 앞서 언급된 보편적인 캐럴 송들과 함께 그는 크리스마스의 환희와 종교적인 색채의 경건함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만의 라틴 서정주의의 결합을 통해 단순한 크리스마스 캐럴앨범 이상의 보편성의 색채를 구현한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www.maceio.al.gov.br


이반 린즈의 음악에는 가식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그의 곡들에는 화려한 솔로 연주나 현란함이 공존하는 것도 아니다. 확실히 그의 앨범의 세션맨들은 화려하나 싱코페이션(syncopation), 이른바 당김음과 4/4박자의 단순함을 특징으로 하는 브라질의 보사노바나 삼바뮤직를 생각하면 화려한 멜로디는 기대하기 힘들 듯싶다. 그러나 그만의 남미적 정서를 지탱하는 탁월한 곡 해석력과 보편적인 음악에 대한 진솔함은, 그를 여타의 뮤지션들과 구분 짓는 명확한 잣대다. 확실히 그의 앨범을 듣노라면 매연과 빌딩 숲으로 가득 찬 서울 시내가 아닌 브라질의 리오 데 제나로우의 어느 평화로운 해변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도시 생활의 권태로움과 삭막함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때론 편안한 휴양지로 때론 오랜 벗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그만의 원동력은 바로 브라질, 아니 라틴 및 보사노라는 정서적 서정주의를 제쳐놓더라도 그만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즉 앞서 언급한 그만의 범세계주의자적인 음악적 보편성의 색채 구현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른바 서정주의 및 보편성을 표방하는 한 낭만적인 코스모폴리탄의 보편성의, 보편성에 의한, 보편성을 위한 진솔한 캐럴앨범이다.


이 앨범의 감상을 위해서는 굳이 포르투갈어나 보사노바, 삼바 또는 월드 뮤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이일지라도 상관없다.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듣고(Listen) 즐기면(Enjoy) 그만이다. 누군가 그랬다. “음악은 보편적인 전 세계의 공용어이다.”


올해는 저 먼 지구 상 정반대인 이국땅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출신의 한 아티스트의 이색적이지만 보편적인 캐럴앨범인 본 작 ‘Um Novo Tempo’를 감상하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발상일 것 같다.


동영상 : Ivan Lins - Um Natal Brasileiro (3:44)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hxJjbwyoroE)


동영상 : Ivan Lins - Novo Tempo (7:27)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J-8Mn3lalZA)


동영상 : Ivan Lins - Instrumental SESC Brasil (20:23)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7p8a_HQw7EU)



Um Novo Tempo

아티스트
Ivan Lins
타이틀곡
-
발매
200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