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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힐링

by 에디터's 2021. 1. 19.

코로나 블루로 음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딸과 사위가 대학병원에 왔다가 외손자를 데리고 와서 2박 3일간 실컷 힐링을 해주고 갔다. 
손자는 6개월이 코앞이라 힘겨운 뒤집기와 양손을 벌벌 떨면서 맛이 색다른 이유식에 빨려드는 모습은 동영상을 통하여 익히 보아왔다. 오늘은 보행기를 어설프게나마 밀어붙인다. 손자의 행동에 눈의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행복하다. 
벽에 부딪히면 소리를 질러서 그때만 도와주면 이것저것을 잡으려고 버둥거리면서 잘도 논다. 그게 싫증이 나는지 양팔을 벌리면 안아줄 시간이다. 사뿐히 안겨서 유심히 쳐다보는 모습도 귀엽고, 보드라운 뺨의 온기가 내 얼굴에 닿으면 행복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거울 앞에 다가서면 뚫어지게 보다가 입을 약간 벌리면서 빙그레 웃는 천진난만함에 내 혼을 빼앗긴다. 밤이 되니 두 개의 아랫니가 올라오는 것 때문에 간지럽고 아픈지 칭얼대다가 몸부림치며 우는 소리가 반복되어 가슴이 아려 온다.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나 “너 요사이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을 때, 장난감을 잡고 웃음 짓는 손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내게도 구세주가 나타났다”고 한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주는 3일간이었다. 코로나19가 기성을 부리는 중에도 사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일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