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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수건 한 장의 마음

by 앰코인스토리 - 2020. 7. 29.

 

몇 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아저씨가 한 명 있다. 쉬는 시간에 잠깐잠깐 얘기할 틈이 생겨 이름 정도 아는 사이였다. 원래 무뚝뚝한 말씨로 쉽게 남들과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어디 사는지도 한참 지난 후에나 알게 되었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을까. 아저씨가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일터를 옮겼나 하는 생각으로 궁금증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그러던 중 퇴근하면서 집에 가는 길에 아저씨와 마주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말을 걸었다. 안부를 물은 후 요즈음은 어디로 일을 나가는지 궁금해서 막 여쭈어보려는 순간, 아저씨의 발이 불편한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어디 아프세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았다. “내일모레 병원 들어가.”라고 하셨다. 어떤 병명으로 어떻게 다치게 되어 병원까지 가게 되었는지를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차근차근 설명하셨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일목요연하고 정갈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젊은 시절, 공사장에 다니면서 발목 골절이 있었는데 다 낫지 않는 상태에서 일을 나가다 보니 뼈에 변형이 온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헤어진 후 대형마트를 갈 기회가 생겼다. 이것저것 사다가 우연히 수건들이 진열된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아저씨 생각이 났다. 수술받으러 들어간다고 하는데 뭘 선물해 드릴까 고민을 하는 와중이었다. 수건을 보면서 선물로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골라 보게 되었다. 이왕이면 아저씨 마음에 드는 색깔이나 재질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선택했다.
그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하루 전날 아저씨 집을 찾아갔다. 불쑥 내민 선물이 당황스러웠는지 아저씨는 깜짝 놀라셨다. 수술 잘 받고 돌아오시라는 당부의 말까지 전하자, 아저씨는 애써 감정을 감추느라 애를 쓰셨다.
한 달이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에 서둘러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아저씨가 종이가방 하나를 쑥 내밀었다. “아는 동생이 고기를 재웠다고 하는데 나는 고기를 잘 먹지 않아서 가져왔어.”라고 하셨다. 안 받을 수 없어 서둘러 받아들고 수술 경과를 묻자, 아저씨는 덕분에 수술 경과가 좋다는 말을 해주셨다. “잘 되었네요.” 화답하기가 무섭게 아저씨는 서둘러 가려 했다. “차라도 한잔하시죠?”라고 묻자 “나중에 소주나 한잔하지.” 하시면서 짧은 만남의 매듭을 지으려고 하셨다.
그 후로도 아저씨는 참외도 수박도 사다 주시기도 했다. 정이 없을 것 같은 처음 모습과는 달리, 알면 알수록 속 깊은 정을 지닌 아저씨였다. 그리고 다른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수술 전날 드린 수건에 참 고마워했다는 것이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아저씨에게는 큰 힘이 된 듯싶다. 선물하면 크고 값비싼 것만을 생각했던 내게도 그 수건 선물은 선물의 정의와 생각을 크게 바꿔 버린 사건이었다. 곧 둘째 동생의 생일이 다가온다. 동생에게 뭐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려 한다. 꼭 가치 있는 선물을 해 보려 마음을 먹어 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