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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인천부평풍물대축제

by 앰코인스토리 - 2019. 10. 8.

 

인천 부평에서는 매년 9월 말 즈음 1년 최대의 행사가 펼쳐진다. 부평풍물대축제다. 부평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문화의 거리 앞 대로변을 막아 놓고 진행되며 풍물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큰 대로를 막아 놓고 차들이 우회해야 했기에 불평과 불만도 참 많았다. 꼭 길을 막아놓고 해야만 하느냐는 아우성과 볼멘소리도 상당했다. 그러나 그 모든 반발을 이겨내고 대축제는 이어져 왔다. 부평을 대표하는 축제 하나쯤은 꼭 있어야겠다는 힘 있는 분들의 의지였을 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슬로건을 시민 대상으로 공모전까지 열기도 했었다. 나 역시도 부평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충만하여 열정을 가지고 공모전에 참여했던 기억도 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에 펼쳐지는 우리 지역의 큰 행사 참여를 미루고 또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짬을 내어 작년에 축제 현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축제라는 게 귀동냥으로 듣는 것과 직접 참여하는 것이 차이가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이 그렇게 큰 울림이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끝과 끝을 버스로 막아 놓은 축제 현장으로 막 들어섰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차려진 부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부스를 홍보하는 문구와 장식들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사람은 인도로만 걸어야만 한다고 배워서였을까? 드넓은 차도를 걷고 있노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차도에서 보이는 고층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마치 큰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향하는 배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명 나는 꽹과리에 이끌려 소리 나는 곳으로 걸어가자, 젊은 학생들이 사물놀이 복장을 한 채 징이며 북이며 장구를 신나게 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매료가 되어 아스팔트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은 제법 많았다. 1년 내내 참 많은 땀을 흘렸을 학생들의 노력과 수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하나의 틀림도 없이 준비해 온 그대로를 시연하는 모습이 기특할 정도였다. 하프나 오르간의 선율이 감미롭고 아름답다고 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우리 악기가 보여주는 맛은 서양 악기들과는 또 다른 감흥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어깨가 저절로 들썩들썩하게 만들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타악기들의 울림에 딴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한판 신나게 놀고 나니 일주일 내내 쌓였던 피로가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고, 내 몸 안에 켜켜이 쌓였던 스트레스도 한꺼번에 씻겨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래서 그 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풍물 대축제를 하려고 했던 걸까? 그때서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을 표현할 때 ‘음악을 사랑하며~’라는 문구를 자주 본 적이 있다. 그게 음악의 힘이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 지치고 좌절할 때 새로운 힘을 쏟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가 음악이었던 것이 아닐까? 많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우리나라를 지켜 낼 수 있었던 동력은 꽹과리, 징, 북, 장구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2019년 9월 말, 다시 한번 나는 흥을 느끼기 위해 풍물대축제를 찾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돼지열병 확산 때문에 축제를 취소했다고 한다. 작년의 그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없는 게 많이 서운하기는 하지만, 내년을 기약하려고 한다. 한해를 쉬게 된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하고 행사를 만들 거란 기대를 안고서!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