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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사탕


가방 안에서 책을 꺼내다 며칠 전 길거리에서 얻은 사탕 하나를 보았다. 교회 선도를 위해 작은 쪽지와 함께 건네주었던 사탕을 가방 안에 쑥 밀어 넣고는 깜박 잊고 있었다. 때마침 입안이 허전하던 차였는데 잘 됐다 싶어 봉지를 뜯고 자그마한 사탕을 입안에 넣었다. 달달함이 온몸으로 번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마저 좋아지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다면 커다란 사탕이라도 우두둑 부서서 빨리 먹으려 했겠지만,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최대한 아껴 먹고 싶어졌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 보니 10여 분이 훌쩍 지나갔다. 참 재미없을 거 같았던 이동 거리가 사탕 하나로 인해 즐거울 수 있었다.
언제였을까? 뜨거운 뙤약볕에서 온종일 일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씨에 허리를 숙여 가며 일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일념 하나로 30분을 1시간을 버티고 버텼었지만 오후도 되기 전에 체력은 고갈이 나 버렸다. 시원한 콜라라도 벌컥벌컥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던 그때, 같이 일하게 된 할머니께서 나의 손 위에 사탕 3개를 살포시 올려 놓아주셨다. 파란 색깔을 띤 청포도 사탕이었다. 참 알이 굵었다. “먹고 해.” 할머니의 말씀에 바짝바짝 타는 목을 달랠 겸 사탕을 싸고 있는 봉지를 뜯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봉지는 동그란 사탕을 온통 감싸 버렸다. 하나하나 뜯어내는 것도 일이 되고 말았다. 덕지덕지 달라붙은 봉지와 한참 동안 씨름한 끝에 얻은 사탕을 재빨리 입에 털어 넣었다. 청포도 맛이 입안으로 퍼져 나갔다. 바로 일을 해야 했기에 사탕을 한쪽 볼에 몰아넣고 뜨거운 태양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사탕을 입안에서 놀릴 셈도 없이 바쁘게 일에 몰두했다. 한참 지나 입안을 살폈다. 자그맣게 변해 버린 사탕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머리 꼭대기에 있었던 강렬한 햇살도 서서히 서쪽으로 물러나고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일 거 같지 않았던 일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떻게 버티나 싶었던 걱정은 다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으로 점점 옮겨 가고 있었다. 마지막 힘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사탕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피로회복제 한 병을 먹은 듯 새로운 힘이 솟구쳐 올랐다.
그 후로 마트를 가게 되면 사탕 진열대는 꼭 둘러보게 되었다. 많은 사탕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매번 커다란 사탕 한 봉지를 장바구니 안에 담을 수는 없지만 오늘은 무슨 사탕이 나왔나 구경이라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나쁜 성분을 뺀 사탕이라 하면 집었다 놨다를 반복을 하면서 한참 동안 고민한 적도 더러 있었다.
“입안이 쓰니 사탕 한 봉지 사 와라!”하는 어머니의 부탁에 기쁜 마음으로 마트에 들어선다. 어떤 게 좋을까? 어머니께서 드실 거라 크기도 따져보고 성분도 따져 보고 양도 들여다본다. 그리고 가장 비싼 사탕으로 골라 본다. 그리고 사탕이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었던 것처럼, 어머니에게도 좋은 생각과 좋은 느낌을 종일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더불어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의 사탕을 하나 얻어먹는 좋은 상상을 한번 해 보려 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