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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만남과 이별

 

만남과 이별만큼 상반된 감정을 가지도록 만드는 단어도 흔치 않을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헤어져야 한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첫 대면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끝까지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이별이란 단어와 맞닥뜨리게 되면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픈 것은 매한가지다.
5년 동안 알게 되었던 형님이 오늘 이사를 했다. 악수를 하고 작별인사까지 마치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처음 만남이 또렷해지는지 모르겠다. 이 동네로 처음 이사 오던 날, 그 형님은 참 특별한 모습이었다.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이슬람 모자 종류였다. 그 모자를 보니 입고 있는 의상 자체도 조금은 이국적으로 보였었다. ‘한국 사람이 아닌가?’라는 물음표를 처음 달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사는 나눠야겠는데 행여나 한국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고민이 들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맞았고 한국말도 참 잘하는 분이었다.
인기척이 없다 싶으면 베트남으로 한 일주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분이었기에 만남의 연결고리 만들기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동생,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내줄 수 있나? 폐차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주말까지 짐을 모두 가져가라고 하네. 나랑 같이 짐 좀 정리할 수 있을까?” 내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일당은 줄 테니 도와줘. 서너 시간이면 끝날 거야.” 일당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승낙해 버렸다. “네, 형님.”
그때 처음 폐차장이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어물어 형님 차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봉고차였다. 자그마한 봉고차라 짐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을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정말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각종 살림살이가 그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작은 이쑤시개부터 도마, 칼, 고무장갑, 그리고 형님이 하셨던 사업 간판 부속 부품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옮기는 느낌마저 들었다. 서너 시간을 훌쩍 넘겨 점심을 짜장면으로 때우고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일을 해야 했다. 아는 이에게서 빌려온 트럭의 짐칸이 꽉 차 버렸다. “반나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너무 길어졌지. 혹시 시간 괜찮으면 저녁 사고 싶은데….” 형님의 미안한 표정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고깃집에서 저녁을 함께하면서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 형님이 살아온 인생 스토리 모두를 들을 수 있었다. 하루 동안 살과 살을 맞대며 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탓일까? 부쩍 가까워진 느낌마저 들었다. 그 후로 형님이 부탁하면 시간이 되는 한 기꺼이 손을 빌려드렸다. 아는 분 마트 창고 정리 일까지 함께하기도 했고, 둘이서 무거운 간판을 낑낑거리며 창고까지 옮기기도 했다. 간판 사업만 잘되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여러 장의 간판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친분을 쌓아갔는데 이사를 가고 만 것이었다. 같이 있을 때 좀 더 잘 해주지 못했던 것이 새삼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남은 늘 서툴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으면서도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완벽하지 못하다. 좀 더 멋진 첫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언젠가 있을 이별에서 그 첫 만남이 더욱더 오래 갈 텐데, 지금까지는 늘 실패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사는 근사한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만남과 이별은 계속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