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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대만 특파원] 대만의 선거철 문화 (选举季节)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29.

요즘 대만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름과 함께 크게 걸린 인물 사진을 볼 수 있다. 지방과 도시를 막론하고 각 지역 지도자나 의회인원을 뽑는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11월 29일 토요일에 열린다. 우리나라는 보통 큰 선거인 경우에는 국경일로 정해 선거 참여를 독려하지만, 대만에서 선거는 당연하다는 듯 토요일로 정해져 있다.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아주 높다고 보인다. 장소는 빈 상가나 주변 회관 등, 주민들이 쉽게 선거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된다.


▲ <사진 1> 동네를 덮을 정도로 커다란 홍보 현수막


대만의 선거 유세는 단연 현수막이다. 크고 작은 현수막이 동네 곳곳, 도로변 등에 붙여진다. 현수막 내 후보자들은 자신의 검소함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가지런히 손을 포개는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위의 사진에서처럼 강철을 상징하는 ‘아이언 맨’과 같은 유화적인 표현을 사용해 현수막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동물 애호가가 많은 대만이라 그런지 동물병원 원장님이 출마하기도 하는데, 큰 개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현수막도 있다.


올해 대만 지방 선거의 특이한 점은, 한 지역에서 최대 여덟 개의 대표자를 한꺼번에 뽑는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현이나 시 등 각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의 시기가 제각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이처럼 한날로 모이고, 4년 주기로 열리게끔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식과 같아진 것이다. 파견기간 동안 이렇게 선거철에 이렇게 수많은 현수막이 거리에 걸린 적이 없었는데, 필자도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여하튼, 이렇게 하나의 날짜로 같은 주기로 하면 비용은 물론이고 선거에 대한 집중도 좋아지겠지만, 여덟 곳의 대표자를 한꺼번에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할 것 같다. 유권자가 어떻게 인물을 각기 판단하고 선거에 참여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몇몇 엔지니어에게 인물 판단의 기준을 물으니, 주로 당을 보고 결정한단다. 대만은 국민당(國民黨, Guómíndǎng)과 민진당(民進黨, mínjìndǎng)이 대표 당이며, 이를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는 유권자가 많은 편이다.


물론 당의 색깔이 인물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이베이 시장 후보로 출마한 한 후보자는 의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이 심장이나 장기 없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의학기술을 개척한 사람이라 하는데, 심장 없는 사람이 잠시 생명을 유지 한들 뭐하겠냐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심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생명을 유지해준다면 그 환자에게는 또 다른 생명을 줄 수 있는 의술이라 여기며, 새 생명을 부여하는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 <사진 2> 동네 주차장에 붙어있는 후보자의 홍보 현수막


선거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다. 동네 곳곳에 붙어져 있는 현수막과 여러 지지자의 모임 등에서 그 열기를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정계에 도전하여 새로운 환경과 발전된 생활을 만들어가려는 초심들이 생각나는 시기다. 앞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대만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