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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대만 특파원] 비 오는 여름 T6, 그리고 로빙화 (魯氷花)

by 앰코인스토리 - 2018. 8. 27.

8월 말, 최근 여기 타이완은 비가 계속 오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부 지방에는 한 달 내내 비가 오고, 최근 며칠 동안은 장대비가 내려, 저지대 지역은 침수 피해가 크다고 하네요. 북부 지방은 그나마 비구름대가 엷어 비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습도가 높고 하늘이 어두워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대만 8월 30일 구름사진


앰코 타이완의 여러 공장 중에 롱탄(龍潭, 롱담)에 위치한 곳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T1공장이고, 다른 하나는 곧 문을 열게 되는 T6공장입니다. 이곳 롱탄은 햇볕이 좋아 북부 지방에 몇 안 되는 차밭으로도 유명한데요, 오늘은 차밭을 배경으로 한 대만 영화가 생각나는 날씨입니다. 그 영화 이름은 <루빙허(魯氷花, 한국어로는 로빙화)>로 영화의 제목인 꽃 이름이 ‘어리석은 얼음꽃’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Dull-Ice Flower라고 합니다. 로빙화는 죽어서도 향기가 나는 꽃이라고 하는데요, 아주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인데, 꽃이 시들면 그걸 거름으로 씁니다. 차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차밭에 로빙화를 심어 금방 시들고 나면 그 꽃을 그대로 땅에 묻어서 차를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게 하지요. 죽어서도 좋은 향기를 전해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로빙화 사진

사진출처 : https://lvyou.baidu.com


원래는 이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소설의 저자인 중자오정은 중국에서 건너온 대륙 작가가 아닌 대만 본토 출신 1세대 작가로 존경받고 있는 대만 작가입니다. 이 소설은 그가 30대 후반에 쓴 소설이라 하고, 대만에서 1960~7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교사 출신의 문인입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지만, 어른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교사였기에 갈등할 수 있었던 내용을, 소년의 미술적 재능과 교사의 교육적 갈등으로 잘 묘사합니다. 아래 유튜브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대만식 중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직장 동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소나기>, 대만에서는 <로빙화>라는 공식으로 필자 머릿속에 자리 잡은 영화이니까요.


주제가 역시 대만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화 초기에 여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주제가입니다. 워낙 1960년대 대만의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이고, 고아명과 임지홍이라는 아이의 그림을 통해 아동 미술에 대한 어른들의 고정 관념과 편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그 안을 살펴보면 교육 문제, 빈부 문제, 가족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누이의 정과 사제의 정, 그리고 곽운천 선생과 임설분 선생의 애틋한 사랑 또한, 보는 이들에게 애잔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롱탄의 이름이 용의 연못이다. 용이 나올 것 같은 웅장한 곳은 아니지만, 비 오는 오후에 고즈넉한 분위기가 제법 용이 살았을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네요. 전에 사보에서 대만 파견자 온 한국 사람들은 로빙화 같은 존재로, 여기 친구들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의미보다는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기에 사보를 통해서 다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_^)


▲ 흐린 날의 롱탄 주변 사진




WRITTEN BY 유민

강자에 대한 겸손은 의무, 동등한 사람에 대한 겸손은 예의, 약자에 대한 겸손은 숭고함이다. - 李小龍 / 겸손하게 대만문화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