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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필리핀 특파원] 필리핀 바타드 여행기 2편 - 계단식 논 풍경의 진수, 바타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0. 8.

꾸불꾸불 산길을 내려가면서 곳곳에 퍼진 계단식 논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떻게 저런 형태로 돌을 쌓아서 논을 만들어 놓았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보기에는 이 부근에 사는 인구라고 해봐야 수백 명 남짓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인다. 그래서 필리핀 내에서도 이곳이 미스터리 중 하나라고 하는 말에 수긍이 갔다.


급기야 이제는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어, 군대 유격 훈련 이후로 처음으로 극기 훈련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에게는 짐이 많았다. 개인 짐이야 가방 한 개라 하겠지만 문제는 먹을 것들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해 가고 있었는데 정말 이런 길을 오르내릴 줄 알았다면….



내려가는 중간에 현지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천진난만하게 외부 여행객들을 친절히 맞이해 주었다. 화답으로 우리가 준비한 초코파이나 뻥튀기 등의 간식거리도 나누어 주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뻤다. 필리핀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요런 간식거리들을 많이 준비해 다니면 정말 쏠쏠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절반 정도 내려가니 바타드 계단식 논의 전체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정말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장관이었다. 한쪽 산자락 전체에 깎아지른 듯 펼쳐진 계단식 논. 단일 규모로는 제일 크고 멋진 광경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바타드 마을의 제일 중심지까지 내려왔다. 모두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잠시 가졌다. 내려온 길을 올려다보니, 위에서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까마득히 올려다보였다. 다시 올라가라면 못 갈 것만 같았다.


우선, 가이드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숙소에 집을 풀었다. 여기는 두메산골이다. 전화 신호도 안 잡혔다. 이런 난감함이라니! 외부로 연락할 길이 없는 것이다. 정말 깊은 산중의 적막한 시골 마을에 온 것이다. 여기 바타드에는 계단식 논 말고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바로 폭포다. 폭포는 바타드 마을에서도 좀 더 들어가야 했는데, 힘든 여정에 굉장히 지친 우리도 갈까 말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마음에 다녀오기로 했다. 다시 한 번 오르락내리락 숨을 헐떡거리면서 도착한 폭포. 폭포수는 시원하게 내리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폭포수 물에 얼굴을 힘차게 씻었다. 시원한 물이 우리의 지친 여독을 풀어주는 것 같았다.



폭포를 뒤로하고 마을로 돌아와 힘들게 싸 들고 온 재료를 가지고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첩첩산중에서 먹는 이 맛이야말로 말로는 결코 다 표현할 수 없는 맛일 것이다. 저녁을 먹고 반딧불을 벗 삼아 산중의 고요함을 더 만끽하고 나서야 취침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주머니가 차려준 아침에 컵라면으로 요기하고 기념으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제 곧 떠나야 할 시간.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이곳 사람들과 정이 들었다.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가이드 아주머니를 따라 바나우에로 돌아왔다. 드디어 우리 차량을 만나 가이드 아주머니와도 인사를 하고 마닐라로 돌아왔다.



고생스러웠던 만큼, 그리고 평소에는 잘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에, 그리고 정말 적막강산에 파묻힌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바타드 마을 방문은 필리핀의 다른 어느 곳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소가 된 것 같다. 아직도 우리의 가슴속에 그 장면들이 남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