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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과학, 과학 속 세계] 눈부신 ‘과학력’을 갖춘 나라, 스위스

by 앰코인스토리 - 2018. 4. 9.


아름다운 알프스만큼

눈부신 ‘과학력’을 갖춘 나라,

스위스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알프스와 여기에서 뻗어 나간 거대한 산줄기. 나라 전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스위스는 일 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이는 단연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국입니다. 사람도 가끔 너무 화려한 외모에 그의 지성이 가려지듯 워낙 압도적인 자연미를 가지고 있는 탓에 여타의 스위스가 가진 소프트파워가 가려졌다고 해야 할까요? 스위스의 과학은 그리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제 이 글을 읽은 이후 독자들은 과학기술 강국으로서 스위스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진출처 : http://www.honeymoonholidaysguide.com


사실 스위스의 주요 수입원은 관광산업이 아닙니다. 낙농업이 주요 산업이며 시계, 공구 같은 정밀기계공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 인구 8백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1인당 GDP는 8만 837달러(2017년 IMF 통계)로 세계 2위입니다. 무엇이 이 작은 나라 스위스를 강하게 만들고 있을까요?


▲ Swiss Jolly Ball
사진출처 : http://avoca37.org


주저 없이 ‘과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를 과학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확실합니다. 먼저, 노벨과학상 수상 실적입니다. 스위스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실적은 2017년까지 총 18명으로 세계 6위, 인구대비로 따지면 세계 1위입니다. 여기에 한 나라의 기술경쟁력 평가지표로 종종 활용되는 인구 백만 명 당 ‘3극 특허’ 실적은 144건으로 세계 1위입니다. 국제저명학술논문 게재실적 역시 뛰어납니다. 2016년 기준으로 <Nature Index> 저널에 게재된 스위스의 논문 수는 2,789건으로 세계 10위, 이 또한 인구대비로는 세계 1위입니다.


3극(極) 특허 : 전통적인 지식재산 강국이자 선두그룹인 미국과 일본, EU의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로, 특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지표


작은 나라 스위스가 과학 관련 이런 우수한 실적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그만큼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2018년 「강소국의 R&D 정책 시리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의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국가 전체가 약 177억 달러(2015 current PPP$)이며, GDP 대비 투자비중은 3.4%입니다. OECD와 EU 평균보다 높지요. 위 보고서에는 스위스의 국가 총연구개발비는 민간부문이 64%, 정부(연방정부 및 주정부)부문이 24%, 외국자본이 10%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위스의 전체 연구비는 대학이 26.7%(한국은 9.1%), 민간이 71.0%(한국은 77.5%), 정부가 0.88%(한국 11.7%)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s://www.baselarea.swiss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스위스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걸출한 학자들을 다수 배출하며 과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학자로는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샤를 E. 기욤(1920년)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노벨 물리학상 4명, 화학상 6명, 생리의학상 6명 등의 수상자(국적 기준)를 냈습니다. 현대 이론물리학의 아버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취리히연방공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국적으로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요.


어떻게 그리 작은 규모의 인구에서 그렇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스위스의 과학교육을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위스의 교육제도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 시 학생의 자질과 성적에 따라 50% 정도만 진학하고 나머지는 실업학교에 진학하여 기술을 배우도록 합니다. 또 여기에서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은 29%(한국은 41%)만 이루어져 소위 ‘학벌’을 위한 대학이 아닌 학문 탐구와 심화 연구에 목적을 가진 교육 방향을 지향합니다.


▲ 스위스 공립 바젤대학교 강의 모습
사진출처 :https://www.unibas.ch


23개의 칸톤(州)으로 나뉜 스위스에 연방대학은 취리히연방공과대학과 로잔연방공과대학 단 두 개뿐인데요, 두 개 모두 공대이자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스위스의 자랑입니다. 두 대학은 스위스를 과학강국으로 만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산실로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대학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대학 모두 명문이지만 강점 분야가 서로 다릅니다. 취리히공대가 노벨상 수상자만 수십 명을 배출할 정도로 기초과학에 강하다면 로잔공대는 응용과학에 특화돼 있지요.


로잔공대는 대학 안에 이노베이션스퀘어와 사이언스파트가 있는데, 사이언스파트에 노키아, 시스코 등 11개 글로벌 기업이 입주해있고, 그 옆 사이언스파크에 학교 실험실이나 학생이 창업한 벤처기업 100여 개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들과 네트워킹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인턴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등 대학과 기업 간에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과 기업, 연구소의 산학연 연계를 통한 동반성장은 스위스 대학 교육의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로잔연방공과대학 전경
사진출처 : https://www.rts.ch


스위스가 전통적인 과학강국은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위스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외국의 동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참전국들의 과학발전상을 목격하고 자국의 과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52년 국가과학재단(Swiss National Science Foundation, SNSF)을 설립했습니다. 과학재단은 철학부터 나노, 의학, 생물학까지 전(全) 학문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며 관리하고 있는데 한 해 예산은 약 937.3백만 CHP(2016년 기준)로 수학·자연·기초공학 분야에 36%, 인문·사회 분야에 28%, 생물·의학 분야에 36%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의 국가과학재단은 국적에 무관하게 매년 우수한 연구과제를 선정하여 8,000명에게 총 7억 스위스프랑(약 8,3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열린 지원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두 연방공대와 종합대에서 기초과학 인력의 3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점도 스위스 과학계가 개방형 인재구성모델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세계의 인재가 스위스로 몰리는 이유는 스위스 특유의 이런 유연하고 열린 문화 덕분이지요. 적은 인구와 좁은 영토, 한정된 자원을 극복하고 과학강소국으로 발전을 이룬 스위스, 비슷한 조건의 우리나라도 눈여겨볼 만한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사진출처 : https://actu.epfl.ch




글쓴이 한지숙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