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생명과학으로
유나이티드킹덤의 거인이 된 스코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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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흥미로운 표지그림과 기사가 실렸습니다. ‘모던 몬스터(A MODERN MONSTER)’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기괴한 얼굴이었습니다. 2018년형 현대적 ‘프랑켄슈타인’을 상상해본 그림이라고 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셀리(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근대의 프로메테우스」에 나오는 한 과학자의 이름이지요. 당시 사회적 음울한 분위기와 함께 유행하던 괴기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1818년에 완성한 이 소설은, 올해가 꼭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수많은 공포영화나 연극 등 예술작품에서 인간이 만든 괴물의 이름으로 각색돼 우리에게는 박사의 이름이기보다는 괴물을 일컫는 대명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 포스터에나 나올 법한 몬스터가 왜 과학잡지 표지 모델로 등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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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과학자들은 프랑켄슈타인을 더는 소설이나 영화 속 상상 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이 인조인간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근접할 만한 기술력을 가졌는지 다방면에서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1950년 처음으로 신장 이식이 시행된 뒤, 간, 심장, 소장 등의 고형 장기이식 기술이 성공하여 이미 널리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5년부터 10여 년간 수십 차례 시도된 얼굴 이식이나 성기 이식도 성공한 바가 있지요. 이제 과학은 이미 발달이 다 끝난 타인의 기관을 이식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심장이나 뇌 등 핵심 기관은 몇 mm 정도의 크기만을 시도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줄기세포를 통해 원하는 부위를 배양하는 이른바 유사 생체 장기까지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놀라운 생명과학의 발전, 그 한복판에 서 있는 나라가 바로 스코틀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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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래전 이슈가 되었던 ‘복제 양 돌리’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스코틀랜드의 로즐린 연구소에서 복제기술로 태어난 양이었지요. 스코틀랜드 생명과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화려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1929년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 인슐린을 찾아내 1920년 노벨상을 받은 존 맥레오드, MRI 원리를 알아낸 존 맬라드, B형간염 백신을 만든 켄 머레이, 그리고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안 윌머트까지,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의 과학자들입니다. 이미 15세기에 세계 최초로 에버딘 대학에 의학부가 설치되었다고 하니, 근접할 수 없는 스코틀랜드만의 과학적인 저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생명과학이 발전한 나라답게 특별한 유전자를 골라 타고 태어난 것은 아닌지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스코틀랜드에는 13개 종합대학에 있는 생명과학 관련학부를 비롯하여 수도인 에든버러, 글래스고와 던디 지역에 걸쳐 640여 개의 생명과학기업과 전문기관, 3만여 명의 연구인력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학술지에 게재되는 세포생물학, 동식물학, 유전학 등 생명과학 분야 논문의 35% 이상이 스코틀랜드 출신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인구는 영국 전체의 10%도 안 되는 작은 국가 스코틀랜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고 부럽기까지 한데요, 모든 연구 분야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생명과학은 학문의 특성상 연구성과를 얻기까지 초기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자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스코틀랜드는 이를 위해 제약회사와 기업, 연구기금단체, 정부 등의 긴밀한 네트워크 협력으로 한 해 약 30억 파운드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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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기관인 SE(Scottish Enterprise)는, 향후 가능성 있는 과학자들의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토, 저렴한 가격으로 장비와 연구장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에든버러 대학에 위치한 마이크로 일렉트릭센터에서는 생명공학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 값비싼 장비로 인해 연구와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퀸 타일즈와 같이 각종 신약개발과 의학연구에 중요한 임상시험을 전담하는 CRO가 있어 연구개발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스코틀랜드는 미국과 함께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 인간의 유전자와 특정 질병과의 관계를 밝혀내는 연구도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로즐린 연구소에서는 유전병인 헌틴턴병(무도병, 뇌세포의 죽음을 초래하는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한 뒤 동물을 대상으로 치료법을 연구하였습니다. 그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면 병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알아내는 데 획기적인 일이 되겠지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08년 영국 의회는 형제자매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맞춤형 아기’를 인공수정하는 일을 허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세 사람의 DNA를 선택적으로 물려받은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지요. 내가 만일 그 맞춤형 아기로 태어난 인간이라면? 유전자 쇼핑으로 아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쩐지 무언가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의 생명과학기술,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법률이나 사회적 합의는 물론, 윤리적인 문제와 기준을 세우는 일 등 혼란의 소지는 앞으로 우리가 심사숙고 풀어야 할 지구촌 전체의 큰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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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지숙은
글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믿는 자유기고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거울 대신 키보드로 표정 연습에 열을 올린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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