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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추천책읽기] 새해에도 여전한 미디어셀러 열풍! 두드러진 과학분야의 스테디셀러

by 앰코인스토리 - 2018. 2. 7.


2017년에 꽤 인기를 몰았던 <알쓸신잡>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줄인 말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PD와 출연진의 유명세만큼이나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3시즌을 준비하고 있지요.


<알쓸신잡>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실마리를 마련해 주었고, 각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제철 음식, 역사적 인물, 건축, 사회현상을 총망라하며, 인문학이 얼마나 실생활과 밀접하고 흥미로울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게다가 <알쓸신잡>의 시즌1, 2 모두에 과학자(그것도 뇌과학자!)가 계속 등장했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과학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잡학박사들이 수다를 떨다가 툭툭 튀어나오던 책들 외에도 <알쓸신잡> 시즌1에서는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꼽았고, 시즌2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을 꼽았어요. <알쓸신잡>의 재담박사님들이 추천한 책들이 출판계에 미친 영향이 엄청납니다. 추천도서는 그 즉시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자신이 쓴 책들도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어요. 온라인 서점에서는 지금까지도 <알쓸신잡> 기획전을 벌이며 방송에서 소개된 책들을 묶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알쓸신잡> 시즌2에서 유시민 작가가 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던 <랩 걸>은 과학 일반 분야의 도서인데 현재 베스트셀러로 승승장구 중입니다. 시즌1에서 정재승 박사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꼽았던 <도구와 기계의 원리 NOW>는 당시 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제치고 물리학 도서로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지요.


그동안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그 원작소설을 일러 ‘미디어셀러’라고 칭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인기 있는 드라마가 책으로 출판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진입하며 미디어셀러의 의미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미디어셀러는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에 소위 대박을 쳐서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책들을 일컫습니다.


미디어셀러는 분명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PPL이 가능한 대형출판사만 살아남는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출판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어요.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서점으로 끌어당기는 견인차 구실도 합니다. 주목해야 할 책들은 출판사에서 광고의 개념으로 끼워 넣은 책들이 아니라, 먼저 읽은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서 추천하는 책들이 아닐까요.


그동안 과학 분야의 책들은 전공이나 연구 분야가 아닌 이상 접하기 어려우셨을 거예요. 하지만 <알쓸신잡>의 여파로 최근 과학분야의 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 읽었던 <쥬라기 공원>이라던가, <타나토노스>같은 책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과학 분야의 책들이 더욱 흥미진진하실 겁니다.



6억이 시청한 다큐멘터리이자 감동적인 미디어셀러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말이 필요 없는 책이지요. <알쓸신잡> 시즌1에서 유시민 작가가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이 책을 꼽았을 때, 무릎을 치며 동감하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과학도서 1위인 책이기도 해요. 손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시절, 화면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장면을 두근거리며 지켜보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주는 자신의 비밀을 끌어안고 반짝거리고 있지요. 그 때 칼 세이건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신기하지요. 출간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책이 아직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다니요. 번역을 맡은 홍승수 교수는 이 책이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를 ‘인류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우주라는 거대한 시공간적 틀에서 조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코스모스는 양장과 신국판 두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양장은 크고 컬러사진이 있어 소장용으로 좋지만, 신국판은 흑백 인쇄에 가벼워 들고 다니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주를 컬러로 마주하는 기쁨을 누리시길 추천합니다.



영화 <컨택트>를 뛰어넘는 원작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테드 창은 미국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동시대에서 비교할 사람이 없을 만큼 뛰어난 과학소설계의 보물이기도 합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휩쓸며 평단과 독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의 소설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곤 합니다. 이렇게 인기와 완성도 모두 높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은 중단편을 합쳐 딱 15편뿐이에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는 그중 8편이 실려 있습니다. 책 속의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단편이 영화 <컨택트>로 만들어졌지요. (칼 세이건이 쓴 소설이자, 1997년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콘택트’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영화를 보셨든 아니든, 이 책을 읽는 순간 생각이 수시로 확장하며 차원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단편이 소름 끼치는 경험을 선사하니 일독을 권합니다. 저는 헵타포드어를 몰라 더 이상의 수식이 불가능한 게 아쉽습니다. (^_^)




복잡한 세상, 명쾌한 과학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정재승 지음, 어크로스


정재승 교수를 수식하는 수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우리 시대 가장 주목할만한 과학자, 2009년 다보스포럼 선정 차세대 글로벌 리더, 카이스트의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같은 말들입니다. 그는 과학은 굉장히 딱딱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편견을 깨고,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 같은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 책이 10년 동안 과학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유가 아닐까요. 이 책은 일생 생활 속의 법칙을 과학으로 설명합니다. 왜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모두 여자인지, 머피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아인슈타인이 정말 뇌의 15%밖에 안 썼는지, 만리장성은 우주에서 보이는지, 이런 일반적인 상식에 과학을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내지요. 로또의 번호를 맞추는 데 과학적 확률이 우세한지, 포춘쿠키 속 번호가 유리한지 궁금한 분들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 옮김, 이명헌 감수, 시공사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 3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도 일종의 미디어셀러라고 생각해 골랐습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SNS에 이 책을 읽는 사진을 올렸거든요. 빌 게이츠가 추천한 이 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요. 그럴만합니다. 내용이 엄청 재미있거든요. 미국 최고의 사이언스 웹툰 작가인 랜들 먼로는 정말 엉뚱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실제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합니다. 진짜 광속구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야구공이 광속으로 날아간다면?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체에서 DNA가 사라지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 스타워즈의 요다가 발휘하는 포스의 출력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원자력 발전소에 전화를 하고, 군사연구자료를 뒤집니다. 그리고 순수하게 과학적인 해명을 시도하지요. 대신 이 책에는 경고문이 붙어있습니다. 어떤 내용도 절대로 집에서 시도하지 마시라는 친절한 안내문입니다. 어린 시절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셨던 분들께 추천합니다.





글쓴이 배나영

남다른 취재력과 감각있는 필력을 여러 매체에 인정받아 자유기고가와 여행작가로 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획자에서 뮤지컬 배우에 이르는 폭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쓴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하며 여행과 삶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블로그 baenadj.blog.me/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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