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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패키징과 유한요소 해석, 1편

by 앰코인스토리 - 2017. 5. 31.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 한 달이 금방 돌아오네요. 오늘은 필자가 하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필자는 패키지의 특성 분석 업무를 하고 있고, 소위 말하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인가요? 컴퓨터 화면에는 입체적인 형상과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형이 일어나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번에는 시뮬레이션이 무엇이고 패키지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전공 책을 다시 펼치는 기분입니다. 말로만 듣던 시뮬레이션의 원리가 무엇인지 소개하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한요소 해석 Finite Element Method

 

시뮬레이션의 사전적인 정의는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주말에 캠핑을 가려고 성냥 한 통을 샀습니다. 막상 성냥을 켜보려고 했는데 불량이라면 너무 난처하겠지요. 그래서 성냥갑 안에서 하나를 켜봅니다. 다행히도 잘 켜집니다. 그렇다고 의심을 거둘 수는 없습니다. 남은 성냥은 모두 잘 켜질까 염려가 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좀 어리석어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 켜 보는 겁니다. 모든 성냥이 잘 켜지는지 확인했고 안심할 수 있지만, 더는 사용할 수 있는 성냥이 없기에 새로운 성냥을 또 사야 하겠군요. 그런데 어쩌지요, 새로 산 성냥은 과연 잘 켜질까요?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제품의 성능을 예측할 수 있다면 염려 대신 안심할 수 있고 위험한 일도 피할 수 있습니다. 가끔 TV를 통해 차량 충돌 테스트가 나오는데,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장애물에 부딪히고 얼마나 안전한지를 평가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자동차의 안정성 확인도 좋지만, 왠지 ‘아깝다’라거나 ‘나 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실제로 한 번 쓰고 폐기할 차량을 충돌 테스트를 위해 엄청난 비용으로 만듭니다. 양산이 아닌 시제품이기에 비용이 엄청나다고 하네요. 앞에 말씀드린 성냥처럼 수도 없이 테스트하면 좋겠지만, 차 한 대 값을 우습게 볼 수는 없습니다. 만약 예측할 수 있다면, 실제 테스트를 대신하여 요즘처럼 좋아진 성능의 컴퓨터로 예측할 수 있다면 비용이나 제품 개발 시간 단축에 엄청난 효과가 있겠지요. 시뮬레이션으로 모든 테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고 테스트 횟수를 상당히 줄일 수는 있습니다.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시뮬레이션도 이런 이유로 산업계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 자동차 충돌 테스트와 시뮬레이션

사진출처 : (좌)https://goo.gl/f6yEMm/(우)https://goo.gl/TdTG03

 

그럼, 지금부터는 원리를 알아봅시다. 여기에 스프링이 하나 있습니다. 한쪽 끝을 천장에 고정하고 반대쪽 끝을 잡아당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늘어나겠지요. 잡았던 손을 놓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기억에는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 같습니다만, 스프링의 힘과 변위의 상관관계가 있고 k값을 스프링 상수라고 합니다. 힘을 주면 늘어나고, 그 길이는 힘의 크기만큼 커지는데 그 정도는 스프링 고유의 값, 스프링 상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수식이 우리가 하는 시뮬레이션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선뜻 동의하기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소재는 스프링처럼 탄성을 갖습니다. 심지어 단단한 철, 돌덩어리도 스프링처럼 힘을 주면 늘어납니다. 물론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보이지 않지요. 힘을 주면 늘어나고 스프링이 가진 고유의 물성(탄성계수)에 따라서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 Hook's Law

사진출처 : https://goo.gl/oIXF3b

 

여기에 긴 막대기가 있습니다. 정확히 절반은 철로 되어 있고 반대쪽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얼마나 늘어날까요? 간단하게 스프링 2개로 바꾸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F=kx라는 간단한 수식을 가지고 늘어난 길이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간단한 형상은 어렵지 않게 종이에 써가며 계산할 수 있겠지만, 스프링이 많아지고 모양이 점점 복잡해진다면 손으로는 많이 어려워지겠지요? 여기에서부터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 x_합계= x_철+ x_알루미늄=F/k_철 +  F/k_알루미늄 

사진출처 : https://goo.gl/PTyTyk

 

시뮬레이션보다는 ‘유한요소 해석’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앞에서 말한 스프링을 요소(Element)라고 지칭합니다. 우리 주변에 모든 것들을 이런 Element로 표현할 수 있는데요, 이런 과정을 전 처리 (Pre-processing)라고 합니다. 실제 형상과 똑같이 만들려면 Element 개수를 늘리면 됩니다. 그런데 Element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계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결과에 크게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Element의 개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한한 개수의 Element로 형상을 만들고 계산하는 방법이 바로 유한요소 해석(FEM: Finite Element Method)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멀고 먼 길을 지나왔습니다. (다음 호에서 계속)

 



WRITTEN BY 정규익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앰코에 입사한 지 어느덧 만 10년이 되었군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마음만은 늘 신입사원처럼 모든 일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즐겁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