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여행] 전통문화가 숨쉬는 맛 고을, 전주로 떠나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부쩍 옛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주한옥마을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봄비가 그친 전주를 찾았다.
앰코인스토리가 추천하는 전북 전주 한옥마을 여행
전라북도 도청 소재지, 전주(全州). 신라 경덕왕 때 완산주를 전주로 개명하면서 지금까지 불린 이름이다. 또한, 전주는 1253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자, 견훤이 세운 백제의 마지막 수도, 그리고 유네스코가 선정한 판소리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두 시간 반 남짓 달려 전주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약 15분 정도 더 들어가면 전주한옥마을이 나타난다. 커다란 유명 호텔과 마주한 이색적인 광경의 전주한옥마을. 한 편은 2009년의 도시가, 한 편은 어느 조선 시대의 마을로 잠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체험관 안 일반실
▲ 마당에 놓인 귀여운 토우들
▲ 한지를 이용한 상품을 볼 수 있는 공예공방촌 지담
▲ 지담의 한지등
골목과 골목이 촘촘히 놓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상세한 안내 표지가 되어 있다. 내가 찾은 곳은 양반가를 복원해서 쓴다는 전통한옥생활체험관. 승광재, 설예원, 아세헌, 풍남헌, 동락원, 학인당, 야양사재, 소담원 등 많은 체험과 한옥 숙박을 할 수 있는 이러한 숙박소들이 이 마을 안에는 가득하다.
▲ 전통 술을 만드는 과정을 한지인형으로 표현해 놓았다
골목을 들어오면서 보았던 전주 전통술박물관으로 나섰다. 이곳은 전통 가양주(家釀酒)에 대한 다양한 유물과 함께 이야기들로 꾸며진 술 박물관이다. 술을 빚는 과정을 나타낸, 한지로 만든 아담한 인형들이 앙증스럽다. 술박물관 안에는 재미있는 팻말이 있다. 영화 속 배우 최민식의 모습, 성룡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 최명희의 손길이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 최명희문학관 내부
다시 문으로 나와 오른편으로 돌아나간다. 최명희문학관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 갑자기 그녀의 원고가 보고 싶어 그곳으로 향했다. 골목을 조금 벗어나자 널찍한 잔디밭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아름다운 자리 오래도록 향기 가득하소서.”라는 글이 보인다. 고교 시절부터 백일장이니 문학상이니 장원을 휩쓸어 ‘공포의 자주색(교복이 자주색이었다)’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천재문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녀. 그녀의 일대기를 쭉 읽어보니, 남들보다 많은 고생을 해 온 듯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소설 창작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그녀가 남기고 간 원고지 뭉치를 보았다. 그 양이 방대하고 또 방대하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 간 그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혼불처럼 살아 숨 쉬는 그녀가 느껴지는 이 공간이 포근하고 좋아, 한동안 나가질 못하고 서성였다.
▲ 전주의 보통 한정식
저녁이 되자 무척 출출해졌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적잖이 고생을 한 몸이었다. 배를 달래주려 한 한식점으로 들어갔다. 교동한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자, 정말 반찬이 한 상 나온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풍족한 저녁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 가마솥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미 방마다 불을 지핀 지 오래된 듯하다. 따뜻한 방바닥이 그리워졌다.
▲ 전동성당 전경. 영화 <약속>의 촬영지
▲ 고풍스러움을 가진 성당 내부
다음 날 아침,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체험관에서 나와 15분 정도 걸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십자가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전동성당(사적 제288호). 고풍스러운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교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세워진 성당이라는 이곳은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절충한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조심히 문을 밀었다. 수녀님들과 몇몇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요한 그들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 전주를 방문한 관리나 사신의 숙소였던 전주객사
▲ 전주객사 옆에 놓인 객사길, 보통‘걷고 싶은 거리’라 불린다
▲ 정갈한 한옥이 돋보이는 수복청
▲ 태조 이성계 어진
전동성당 맞은 편에는 경기전(사적 제339호)이 있다.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인하기 위해 태종 때 창건한 건물. 주변 경관이 수려하여 곧잘 사극의 촬영지로 이용된다고 한다. 제사에 관련한 관원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는 수복청과 경덕헌을 돌아나오니, 조선왕조 27대 마지막 왕인 순종의 어진이 보인다. 일본에게 이미 외교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즉위를 한 순종의 상황을 상상해보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가운데 엄숙하게 자리를 잡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그가 천천히 걸어나와 이 뜰을 뒷짐지고 거닐 것만 같다. 경기전 옆 골목에 자리잡은 비빔밥집에 들러 그 유명하다는 전주비빔밥을 주문했다. 서울에서는 맛 보지 못했던 맛이다.
▲ 비석 뒤로 보이는 오목대의 모습
체험관에서 내려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오른다. 조금 못 간 위치에 오목대(지방기념물 제16호)로 오르는 길을 발견했다. 산길에 놓인 나무 계단이라니. 헉헉거리며 몇 분을 오르니, 금세 으리으리한 오목대가 나타난다. 이곳은 이성계가 1380년 남원 황산의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이곳에 들러 종친들과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가 머무른 곳을 뜻하는 고종황제의 어필을 비에 새겨 봉인하여 이 오목대 곁에 두었다. 그의 기상처럼 멋지게 추켜올려진 처마가 인상적이다.
▲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옥마을 전경
내려가는 길 짬짬이 고개를 들어 전망을 내다보았다. 한옥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자리다. 저 멀리에는 일반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공간들이지만 바로 코앞에는 선조들의 정성 어린 손때가 묻어나는 멋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들, 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 마을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 전주에서 제일 유명한 전주비빔밥. 육회가 들어간 것이 특징
많은 사람이 아끼는 곳, 그들의 세심한 배려와 이곳을 향한 사랑이 한옥마을 안에 가득하다.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용히 그곳을 걸어 내려왔다.
WRITTEN BY 미스터반
안녕하세요. 'Mr.반'입니다. 반도체 정보와 따끈한 문화소식을 전해드리는 '앰코인스토리'의 마스코트랍니다.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가 저의 주 전공분야이고 취미는 요리, 음악감상, 여행, 영화감상입니다. 일본, 중국,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 아지트가 있어 자주 출장을 떠나는데요. 앞으로 세계 각 지역의 현지 문화 소식도 종종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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