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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라면

by 앰코인스토리 - 2016. 9. 23.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참 오랜만에 끓인 라면을 먹으려 한다. 한동안 라면을 많이 먹을 때는 하루 삼시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통일한 적도 있었다. 아침에는 끓인 라면, 점심에는 컵라면,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라면에 떡볶이를 먹었으니. 하지만 그런 날에는 밤늦게까지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라면으로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 맛을 잊어버리고 싶지는 않고 좋아하는 라면을 포기할 수 없어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끓여 먹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텀이 길었다. 한 달 동안 라면을 단 한 개도 먹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편의점 도시락이 워낙 좋게 나오다 보니 잠시 라면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냄비 뚜껑은 요동을 치고 있었고 뜨거운 김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불을 끄고 식탁 위로 냄비를 옮겼다. 하얀 김이 사라질 때쯤 고슬고슬한 면발이 드러났다. 한 젓가락을 집어 들자 맛있는 냄새가 코끝에 전해졌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이 맛인가!’


김치와 함께 먹는 라면은 감칠맛을 더했다. 서너 젓가락을 뜨고 나자 면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에 국물에 밥을 말기 시작했다. 평소 과식은 절제하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하고 싶어졌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이 술술 잘 넘어갔다. 냄비 바닥까지 드러내자 허기는 다 사라지고 빵빵한 배만이 남았다. 오랜만에 불룩해진 배를 두드려 봤다. 비록 라면과 김치, 그리고 밥, 세 가지로 이루어진 점심 상이었지만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최근 들어 가장 맛있는 점심을 먹어 본 것 같다.


라면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다. 마트를 가보면 카트마다 다섯 개 혹은 여섯 개를 묶은 라면이 눈에 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조리도 쉬워서 요리에 자신 없는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이라 여전히 높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짬뽕에 부대찌개라면까지 라면의 변신도 계속되고 있어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라면의 성장이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한 끼 식사로 이만한 것이 없는바. 세월이 지나도 라면 사랑만은 쭉 이어질 거라 본다. 문득 군대 시절이 생각난다. 야간 근무를 서고 들어와 온몸이 얼어 있을 때 고참이 봉지라면에 면을 잘게 부셔서 뜨거운 물을 넣어 만들어 주었던 그 라면의 맛이 새삼 떠오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