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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요리와 친해지기

[와인과 친해지기] 필리핀 득템와인, 파이크스 화이트 뮬렛(호주, 화이트 와인)

by 앰코인스토리 - 2016. 1. 28.

사진출처 : www.pikeswines.com.au


와인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작은 와인수입업체 이사님을 알게 되었다. 와인을 보는 안목이 상당히 탁월하신 분이었다. 그분 직업이 맛을 보고 와인을 수입하는 터라 비록 잘 알려진 와인들은 아니었지만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서 어느 자리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그런 와인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인데, 수입한 와인들을 보관하는 창고 면적이 제한적이어서 잘 팔리는 와인을 더 구매하고, 판매가 더딘 와인들은 처분해야 하는 관계로 분기마다 재고 정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명 ‘와인 장터’를 열면 회사 직원들과 지인들에게만 메일을 보내어 꽤 착한 가격에 와인을 판매하였는데, 필자도 운이 좋게 그 메일 리스트에 포함되어서 와인 장터 때마다 좋은 가격에 와인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와인을 마치 곶감 빼먹듯 모임 때 한 병씩 가지고 나가곤 했다. 필자만 알만한 공간에 그렇게 구매한 와인들을 곳곳에 숨겨놓고 말이다.


회사가 화양동에 있어서 퇴근 시에 골목을 누비며 지하철을 타러 가곤 했다. 회식할 만한 맛집을 평소에 물색해두는 것이 퇴근길에 느끼는 하나의 작은 재미였다. 특히, 작지만 손님들로 항상 붐비는 집을 눈여겨보곤 했다. 그러던 중,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골목길을 통해 어린이대공원역으로 가는데, 골목 모퉁이에 아주 작은 횟집이 하나 있었다. 가게는 작았지만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수족관에는 팔팔한 활어들이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어서 언젠가는 들려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했던 곳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번개모임이 생겼다. 회에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셔서 모임 장소를 생각하다가 문득 그 집이 떠올랐다. 대상 인원이 네 명이라 가게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었고 또 가볍게 하기로 했으니 격식에 맞출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고이 모셔두었던 와인, 파이크스 화이트 뮬럿(Pikes White Mullet)을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어 잘 칠링시켰다. 필자가 첫 손님이어서 다행히 자리는 있었고, 젊은 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와인을 마셔도 되느냐고 했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물론 콜키지값은 따로 챙겨드리려 마음먹기는 했었지만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요즘은 와인을 가져가서 먹기가 생각보다 힘들고 어떤 집은 콜키지를 좀 드린다고 해도 아예 안 된다고 매몰차게 거절하는 집이 흔했기 때문이다. 테이블 세팅이 끝날 무렵, 나머지 분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주인이 추천해주는 도다리와 놀래미를 주문했다. 싱싱한 회와 함께 먹었던 화이트 뮬렛. 하나의 품종이 아닌 여러 청포도(리슬링(Riesling), 슈넹 블랑(chenin blanc),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비오니에(Viogier))를 섞어서 만든 와인으로 이런 와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한 맛과 상큼한 향이 흰 살 생선과 정말 잘 어울려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분들이 한 번씩 라벨 사진을 찍어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사진출처 : www.pikeswines.com.au


참고로 파이크스(Pikes) 와이너리는 1984년 호주 남쪽에 있는 클레어밸리의 한 지역인 Polish Hill River Estage에 Pike 가족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첫 빈티지 와인이 1985년에 나온 후로 지금까지 지역의 특성과 빈티지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고급 테이블 와인들을 만들어온 와이너리이며, 최근 들어서는 리슬링(화이트 포도 품종) 와인이 주목받고 있다. 2015년 San Francisco International Wine Show에서 2013 Shiraz Eastside – Gold, 2014 Riesling Hills & Valleys Clare Valley – Gold 메달을 각각 수상하였고, Gourmet Traveller Wine magazine에서 Neil & Andrew Pike (현재 Pikes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형제)를 2015 Winemaker of the Year로 선정하였다. 참고로, 파이크스 와인은 특이하게 물고기 로고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조상인 Henry Pike가 맥주회사를 경영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자신의 성과 같은 이름의 물고기를 로고로 썼던 것 같은데 홈페이지에는 이런 물고기 그림(Pike : 강꼬치과로 날카로운 이빨로 개구리, 쥐, 심지어는 오리새끼까지 잡아먹는다고 한다)이 있다.


참고로 Pikes 와인들의 로고를 살펴보자면 모두 물고기 로고들이 있어서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띈다.



최근에는 집 앞 슈퍼 와인 진열장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파이크스 와인이었는데 2년 전 와인과는 달리 화이트 뮬럿의 로고가 바뀌어 있었고 레드 뮬렛(Red Mullet)도 들어와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만난 레드와 화이트 뮬렛. 각각 1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는데 두 와인 다 부담 없이 마시기엔 정말 괜찮은 와인이었다. 혹시 와인 가게에 들러서 앙증맞은 물고기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파이크스 화이트 뮬렛이나 레드 뮬렛이면 꼭 한번 드셔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화이트 와인은 가격 대비 최강인 와인 중의 하나임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사진출처 : www.pikeswines.com.au




WRITTEN BY 정형근

우연히 만난 프랑스 그랑크뤼 와인 한 잔으로 와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주위에 와인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사보에 글을 연재하게 되었으며, ‘와인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와인을 신중히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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