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하게 잠자고 있는 새벽, 여기저기 가려워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불을 켰다. 다리와 팔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모기였다. 한여름이 다 지났기에 이제는 모기 걱정 없이 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모기 한 마리가 들어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탓에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가 심심치 않게 모기를 발견하고는 ‘추워서 들어 왔나 보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잠시 열어놓은 방문 틈을 비집고 들어 온 모양이었다. ‘아! 그때 다 잡았어야 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더 자야 내일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3~4군데 모기 물린 자국을 보니 모기를 꼭 잡고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려운 팔과 다리를 긁으며 둥그런 부채를 하나 잡아 들고 방안 구석구석을 누볐다. 나타나기만 하면 언제든 세게 후려쳐 잡으리라는 피 끓는 열정을 가슴 한편에 담아 두고서. 그런데 어디 숨었는지 모기는 도통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옷걸이에 걸린 옷을 흔들어 보고 어두운 구석 모서리를 찾아서 한참을 지켜보았지만 모기는 모습을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지만, 몰려 오는 잠으로 눈꺼풀이 무거울 뿐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피곤해 잠시 침대에 눕는다는 것이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깊은 잠으로 빠져들지 않았을 때, 귓가에 “윙~윙~!” 소리가 순간적으로 들렸다. 다시 나타난 모양이었다.
모기를 잡아야 한다는 일념이 얼마나 강했었는지 순식간에 눈을 떠 사방을 둘러보았다. 방안 구석구석을 지켜보다가 침대와 맞닿은 벽을 보는 순간, 그렇게도 기다렸던 모기란 놈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벽에 붙어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최대한 조심조심 다가가 한 번에 해내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민첩한 동작으로 모기를 향해 부채를 내리쳤다. 벽에는 선홍빛의 피가 빨갛게 번져 있었다. ‘아까운 내 피들!’
다음날, 새벽에 모기와 씨름을 한 탓으로 기상시간이 한 시간 늦어 버렸다. 아침 내내 허둥지둥거렸다. 모기에 물린 팔다리에는 수시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밤새 마음 졸이며 어디 있나, 어디 있나, 숨바꼭질을 하던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그 모든 것을 그나마 상쇄시켰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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