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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50

[에피소드] 연양갱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삼회사 이벤트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상품은 ‘양갱스틱’이었다. 꽤 흥미로운 상품이라 궁금해서 댓글을 남겼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지났을까. 인스타그램의 알람이 깜박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클릭을 해보니 이벤트 당첨이 되었으니 DM을 통해 연락처를 남기라는 것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마저 들었다. 준다고 하니 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연락처와 주소를 발송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택배기사님의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떴다. 오후에 방문하겠다는 문자였다. 문 앞에 두고 간다는 확인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문을 열어 보니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네모상자가 택배상자 안에 놓여 있었다. 명절이면 받게 되었던 종합선물 상자의 느낌이 들었다. 상자 옆에 붙은.. 2025. 3. 31.
[에피소드] 옛날 돈가스 기회가 되면 꼭 먹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음식이 있다. 바로 옛날 돈가스! 계속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먹게 되었다. 참 오래 걸린 것 같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거의 10년 언저리쯤이다. 추억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는 음식 중 하나인, 옛날 돈가스. 주위에 경양식집이 없어 구경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당시도 가격이 제법 나가서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리고 더 주눅들게 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에 익숙했던 때라 포크와 나이프는 많이 어색했다. 포크를 오른손으로 들어야 하는지, 왼손으로 들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때는 참 고민거리였다. 서양음식이다 보니 순서와 절차가 복잡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 .. 2025. 2. 27.
[에피소드] 침낭 얼마전 친구와 캠핑을 계획하면서 침낭을 사게 되었다. 여름이면 별문제 없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이나 겨울에 캠핑은 조그만 틈으로 들어오는 겨울바람도 온몸을 얼게 한다는 친구의 설명 때문이었다. 문득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할 때가 생각났다. 군용으로 나온 침낭은 가볍고 보온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군장을 메고 갈 때면 어깨가 짓누르는 침낭의 무게 때문에 침낭만 빼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텐트를 치고 겨울바람을 맞고자 흙을 쌓고 텐트 이음새를 단단히 묶어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낼 재주는 없었다. 군복을 입은 채로 전투화만 벗고 침낭을 열고 들어가야 꽁꽁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정말 얼굴만 내밀고 잔다는 것을 야지 훈련을 가서 처음으로 배웠다. 밤이 길어갈수록 빠르.. 2025. 1. 27.
[에피소드] 작별인사 어린이의 행동거지는 한 달이 멀다 하고 바뀐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현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할머니의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이제는 옛일이 되었다. 할아버지의 눈치를 살살 살피고는 슬며시 리모컨을 손에 쥔다. 그때부터 노란색 버튼을 누르고는 에 흠뻑 빠져 들어, 옆에서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40여 편이나 되어서 최소 두 시간은 정신을 잃게 만든다. 손자 집에는 케이블TV를 신청하지 않아서 어떻게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스마트폰으로 보게 했다고 한다. 지난 10월의 TV 시청료가 평소보다 23,000원이나 더 나왔다. 그럴 리가 없어서 통신사에 문의했더니, 대뜸하는 말이 “혹시 지난 추석에 손자가 왔다 갔나요?”한다. 51개월짜리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서 1년치를 결재.. 2025. 1. 16.
[에피소드] 코다리 겨울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은 꽁꽁 얼어 있다. 처마 밑 고드름은 팔뚝만큼 자라 있고, 문틈으로는 밀려드는 황소 바람은 뺨에 닿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얼게 만들 정도다.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다면 도저히 박차고 나갈 수 없을 정도다. 온도계의 수은주는 위로 오르는 게 힘겨울 정도다. “오늘 점심은 뭐 먹어야 하나?” 엄마의 말에 이불 속에 숨어 있었던 얼굴만 살짝 드러내고 고민했다. 엄마도 고민을 하시는지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이윽고 불현듯 생각난 게 있는지 이불을 박차고 몸을 일으켜 세우셨다. 호기심에 어린 눈으로 엄마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보았다. “코다리 사 놓은 게 있는데.” 코다리! 명태를 말린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가지로 불리는 생선이 흔치 않은데, 명태는 .. 2024. 12. 31.
[에피소드] 갓김치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이런저런 김치들을 하느라 엄마는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셨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김치 양념을 넣고 빨간 고무 장갑을 낀 손으로 쓱쓱 버무리고 나면, 맛깔 나는 양념이 뚝딱하고 만들어졌다. 채 썰은 무,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다진 파, 설탕, 액젓 등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념들이 빨갛게 하나의 옷으로 갈아입고 김치가 될 재료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절임 배추를 만나 배추 사이 사이로 스며 들면 걸작품 포기김치가 탄생한다. 엄마는 더 맛있게 한다고 철에 따라 굴을 사다 넣기도 했고, 어떤 때는 황새기젓을, 살이 통통 오른 새우젓을, 시원한 맛을 추가한다며 배나 사과를 갈아 넣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렇다 보니 익지 않은 김치도 그런대로 맛을 내기도 했지.. 2024.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