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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반도체 이야기

반도체, 흙 퍼서 장사하나 - 두 번째 이야기

by 앰코인스토리 - 2015. 4. 27.


자, 그럼 지난 호에 이어 흙을 퍼서 어떻게 장사하는지 들여다볼까요?


원재료인 모래(규사)는 고온 정제과정을 거쳐 규소라는 물질로 추출하게 됩니다. 원재료에 함유되어 있던 철, 니켈, 코발트 등 불순물을 제거하여 고순도의 규소로 정제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만, 예전에 주로 사용하던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얼음과자(일명 쭈쭈바)를 먹다 보면 처음에는 참 달고 맛있다가 마지막에 남은 얼음은 맹물처럼 싱겁고 향도 안 나서 버리곤 했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 비밀은, 설탕과 향료가 얼음과 물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용해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설탕은 얼음보다 물에 훨씬 많이 녹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얼음과자를 막 만들 때에는 당연히 설탕 농도가 균일합니다. 하지만 얼음과자는 입과 손이 닿은 부분부터 녹기 시작하지요. 이때 얼음과자는 두 가지 물질 상태가 공존합니다. 물과 얼음으로 말입니다. 위에 설명한 대로, 설탕은 얼음 속보다 물속에 더 많이 녹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얼음 속에 있던 설탕들이 먼저 녹은 물속으로 이동을 하지요.


따라서 처음에 녹은 물속에는 얼음과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갖게 되므로 달달하고 좋습니다. 계속해서 얼음이 녹아 물로 변하면서 얼음 속의 설탕도 계속해서 물속으로 녹아 들어갑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은 얼음 속에는 설탕이 거의 없게 되지요. 이와 같은 원리로 불순물이 많이 함유된 규소를 고순도의 규소로 정제할 수 있답니다.


아래 그림에서 코일이 위치한 부분에 규소가 열을 받아 녹게 되는데 이 코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서서히 내리면 규소의 녹는 부분도 서서히 따라서 내려가게 됩니다. 이때 고체 상태의 규소 속에 있던 불순물이 액체 상태의 규소 속으로 녹아 들어가 고체 상태 규소의 순도가 높아집니다. 코일이 맨 아래까지 오게 되면 그 부분의 액체 상태의 규소는 불순물을 한껏 머금고 있으므로 잘라서 버리게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아주 순수한 규소를 얻게 된답니다. 요즘은 약 1,000배가량 더 높은 순도의 규소를 사용하기 위해 다른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이 정도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고순도 규소 정제

사진 출처 : http://goo.gl/0hxspD


이렇게 정제된 고순도의 규소를 바로 반도체 소자용으로 사용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이유는 반도체 소자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자 배열이 전 웨이퍼에 걸쳐서 같은 방향으로 정렬된 단결정(單結晶) 실리콘(규소)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여러 방향의 작은 결정입자(grain)들로 구성된 다결정(多結晶) 실리콘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결정과 다결정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고요? 철이와 순이네 학교에는 9개의 반이 있습니다. 아침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조회를 하는데, 학생들이 모여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첫 번째 방법은 모든 학생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줄을 맞춰 서 있는 경우(단결정, Crystalline, 왼쪽 그림), 두 번째 방법은 반별로 줄을 서는데 각 반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경우(다결정, Polycrystalline, 가운데 그림), 그리고 세 번째 방법은 모든 학생이 줄을 서지 않고 제멋대로 서 있는 경우(비정질, Amorphous, 오른쪽 그림)입니다. 아무래도 교장 선생님 입장에서는 모든 학생이 같은 방향으로 줄을 맞춰 서 있는 방법을 선호하겠군요. 반도체 소자도 마찬가지랍니다.


▲ 단결정, 다결정, 비정질 비교

사진 출처 : http://goo.gl/UqDmCG


단결정 실리콘으로 만들기 위해 고순도의 다결정 실리콘을 고온에서 녹인 후, 작은 실리콘 결정을 액체 실리콘에 접촉하고 서서히 회전하면서 끌어올리면(왼쪽 그림) 액체 실리콘 속의 원자들이 작은 실리콘 결정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달라붙어 커다란 원기둥 형태의 단결정 덩어리(ingot, 잉곳이라고 부릅니다)로 자라갑니다(오른쪽 그림). 이때 회전하는 속도에 따라 잉곳의 직경(6인치, 8인치, 12인치)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웨이퍼도 6인치, 8인치, 12인치 등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 단결정 성장과 실리콘 단결정 잉곳

사진 출처 : http://goo.gl/aEc4nL / http://goo.gl/fzU0rm


지난 2월호에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에 대해서 다루었던 것 기억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진성 반도체는 잘 사용되지 않고 불순물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데, 불순물 반도체는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철이와 순이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데 순이는 500원을 가지고 있는데 철이가 600원을 가지고 있을 때 n형 반도체, 4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p형 반도체가 된다고 했지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지금 보러 갈까요? (클릭)) 순이는 규소이고 철이는 불순물이 되는 셈입니다.


위 그림(왼쪽)에서 액체 실리콘 속에 비소(As)를 불순물로 소량 넣어 주거나(철이가 6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붕소(B)를 불순물로 소량 넣어 주는 경우(철이가 400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실리콘 잉곳은 각각 n형과 p형의 실리콘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n형 또는 p형의 실리콘 단결정 잉곳을 절단용 와이어나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단면으로 얇게 자른 판이 바로 웨이퍼입니다. 이 웨이퍼를 연마 장비에서 다듬으면 거울처럼 매끈하고 반짝이는 웨이퍼로 탄생하는데, 이제야 비로소 반도체 소자를 만들기 위한 웨이퍼가 준비되었네요.

 

▲ 실리콘 웨이퍼

사진 출처 : http://goo.gl/zytr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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