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이 꿈과 희망을 안고 날아오른다. 하늘과 가까워지고픈 마음을 안고 두둥실 떠오른다. 문구점에서는 비눗방울 세트를 팔았다. 둥그런 고리를 가진 막대기와 비눗물이 담긴 병이었다. 비눗물 속에 푹 담그고 나면 둥근 고리는 비눗물에 젖었고 ‘호’하며 불어대면 여러 개 비눗방울이 만들어지곤 했다.
어린 동생들은 날아가는 비눗방울을 향해 두 팔을 공중에서 휘휘 저어 댔다. 그러면 나 잡아보란 식으로 비눗방울은 더 높은 곳으로 줄행랑을 쳤다.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비눗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눗방울이 다 사라지자 동생들은 “또! 또!”를 외쳤고 다시 한번 병 깊숙한 곳까지 집어넣고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더 많은 비눗방울이 만들어졌다. 둥근 고리만으로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는 게 그때는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로지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는 게 좋았고,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지가 우리의 관심사였다. 그렇게 담그고 빼고를 반복하다 보면 작은 용기에 담긴 비눗물은 금방 동이 났다. 한참 재미가 붙고 있는 상황에 그만두기가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대접에 미지근한 물을 담고 세수비누를 들고 두 손으로 박박 비볐다. 물 속에 담가서도 해보고 물 밖에서도 해보았다. 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은 자리에서 위대한 발명품이라도 만드는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 비눗물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싶어 비누를 빼고 손가락을 시계 방향으로 재빠르게 돌렸다. 비누를 머금은 물은 비누거품을 금세 만들어 냈다. 자신감이 솟구쳤다. 대접을 들고 마당으로 향했다. 둥그런 고리 막대기를 꾹 담갔다 뺐다. 그리고 힘차게 입김을 불어 댔다. 커다란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비누를 더 풀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문방구에 파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비눗방울을 잘 만들기 위해선 글리세린을 첨가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연이 주로 열리는 공원 무대 공간에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나온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비눗방울용 버블건을 가져 나오곤 한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수십 개의 비눗방울이 와다다 발사된다. 그러면 아이들마다 반응도 제각각이다. 자신이 직접 쏘면서 다니는 아이도 있고, 엄마보고 비눗방울을 쏘라고 하면서 잡으러 다니는 아이도 있다. 그 어떤 아이도 비눗방울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렇게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다 좋아하는 단어는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 으뜸은 ‘비눗방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어 길게 늘어뜨리고 커다란 비눗방울 안에 작은 비눗방울을 담았던 비눗방울 쇼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과학적으로 그 현상을 해부하는 것도 좋은 공부일 수 있겠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것도 큰 행복일 거라 생각한다.
어느덧 공원이 비눗방울로 가득하다. 햇살을 머금은 비눗방울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늘 높이 오르는 비눗방울을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얼굴이 참 아름답다. 꼬마시절 보았던 비눗방울은 아이들이 커서 소중한 꿈을 만들어 가는 데 작지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디 비눗방울처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모습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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