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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두부

by 앰코인스토리.. 2024. 7. 30.

사진출처 : freepic.com

퇴근하다가 두부가 먹음직스러워 보여 두부 한 모를 더 샀다면서 후배가 건네고 갔다. 아니나 다를까? 봉지 손잡이 위로 따스한 열기와 함께 고소한 내음이 올라왔다. “나는 여기서만 두부를 사요. 한번 드셔 보세요.” 자신 있는 어조로 눈에 힘까지 주면서 말하던 그 진지한 얼굴이 진심임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봉지를 열어 따끈따끈한 두부 한 쪽을 입에 넣어 보았다. 부드럽고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번져 나갔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두부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따스한 두부가 왠지 다른 음식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커다란 크기의 두부는 일반 마트의 두부의 1.5배 크기와 함께 속이 꽉 찬 모습이 두부를 만드는 장인의 야무진 솜씨가 그대로 녹아져 있었다.

 

무얼 한번 만들어 볼까? 궁리를 해보았다. 오랜만에 술 생각도 나는데, 뭐가 좋을까? 술 안주로 두부를 활용할 수 방법을 위해 이리저리 수를 내보기로 했다. 주방에서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레시피를 떠올려 보려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친구가 해줬던 두부김치가 생각났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때 그 맛은 잊을 수 없어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만들어 먹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까맣게 잊고 산 것이었다.

 

도마 위에 얹은 두부 한 모는 참으로 컸다. 반으로 뚝 잘라 그릇에 찬물을 받아 담갔다. 물이 넘치지 않도록 냉장고까지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꽤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남은 반 모를 활용해 한입 크기로 썰었다. 칼질을 할 때마다 묵직함이 느껴지면서 제대로 된 두부를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치를 기름에 볶으면서 다진 마늘과 설탕, 고춧가루를 넣고 김치가 잘 익도록 이리저리 저었다. 오래되지 않아 침이 넘어갈 정도의 신맛 향이 가득한 볶은 김치의 모습이 되었다. 약간 데친 두부를 커다란 접시에 펼치고 잘 볶은 김치를 올리니 근사한 두부김치가 뚝딱 완성되었다. 두부와 김치가 잘 어울린다고 알고 있었지만 완성된 모습을 보고 나니 스스로도 뿌듯했다. 두부 한 점 위에 볶은 김치를 한 젓가락 올리고 입에 넣어 보았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이런 오묘한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 두부의 고소함이 김치의 아삭함과 조화를 이루면서 여러 번 씹을수록 음식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두부로 참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두부가 가진 색과 식감이 다른 음식 재료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된장찌개에서는 된장과 조화를 이루고, 김치찌개에서는 김치와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조림으로 홀로 서기도 가능한 것을 보면 두부의 변신은 끝이 없는 듯싶다.

 

콩의 영양분을 오롯이 받아 몸에도 좋은 두부로 누가 처음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었는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도 두부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내일은 오랜만에 순두부 찌개를 잘 끓이는 단골집을 들러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름철이라 호호 불어가며 먹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두부의 제대로 된 맛을 순두부로 이어가 볼 생각이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