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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영남 알프스

by 앰코인스토리.. 2024. 1. 30.

사진출처 : 크라우드픽

울산에 와서 언양 불고기를 맛보지 않으면 서운하다며 동서는 ‘한우불고기특구’로 차를 몰았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회사에서 오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대부분 김포공항을 이용하여 다녔지만 세 번인가는 자가용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서 울산을 다녀왔다. 상사분이 비행기를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였는데, 그때마다 한 끼는 언양 불고기를 먹었다.

 

작은 화로에 담긴 질 좋은 숯 위에 초벌구이 해 온 불고기를 석쇠에 얹는 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맛있는 냄새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닥다닥 소리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맛은 상상한 그대로다. 달착지근한 양념 잘 배인 보들보들 연한육질의 고기는 씹을 새도 없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에서 먹는 소고기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천혜의 자연에서 길러낸 것이라는 주인의 설명을 듣고 그곳을 찾아 케이블 카를 타기로 했다.

유럽의 알프스. 서유럽 여행 세 번에 동유럽도 두 번을 갔다 왔기에 그때마다 멀리서나마 그 모습을 감탄하면서 바라보았다.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TV의 여행 안내를 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어디서 보나 -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 산의 정상에는 눈으로 덮였다. 그게 흘러내리면서 광활한 목초지를 구성한다. 그곳에서 방목되는 소나 양의 모습이 그렇게 목가적일 수 없고, 그 아래쪽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크고 작은 호수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이곳도 이름을 알프스에서 따왔으니 보고 즐길 것이 있을 것 같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붐비지 않은 케이블카에 올랐다. 한여름에도 냉기가 흐른다는 숲이 우거진 산을 오르면서 바라다 보이는 백호 바위가 이채롭다. 10여 분 걸려서 도착한 곳은 1020m. 하늘사랑길을 거쳐 녹산대로 향하면서 그저께 내린 잔설을 밟으며 어린 시절의 뒷산을 회상한다.

녹산대에서는 영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천왕산과 제약산, 백운산, 운문산, 가지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광활하고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니 머리는 맑아지는 듯했다. 유럽의 알프스와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등산객들이 좋아할 한국의 알프스라면 이해가 간다. 인근의 폭포수에 발을 담그면서 기분을 전환시켰다. 기온이 7도라지만 1월이라 온몸으로 한기가 밀려왔다. 그래도 하늘이 겨우 보이는 숲 속의 작은 호수가 모든 근심 걱정과 피로를 씻어주는 청량제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