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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식물 공장

by 앰코인스토리.. 2023. 9. 26.

사진출처 : freepik.com

비가 오는 일요일, 무료한 가운데 TV를 틀게 되었습니다. 오후에도 비 예보가 있다 보니 밖에 나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쪽저쪽으로 쉴 새 없이 리모컨 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보고 싶은 프로가 썩 많지 않았습니다. 얼핏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쉬는 시간이라 좀 흥미 있는 프로가 눈에 들어올 법도 한데 많은 채널을 돌려봐도 재방송 위주였습니다. 한참을 돌리다 우연히 한 사람이 나와 무언가를 얘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유명인도 아닌 사람이 참 맛깔스럽게 늘어놓는 얘기 한 마디 한 마디가 솔깃했습니다. 채널을 고정시키고 들어보니 어떤 분야의 교수님이었습니다. 자료 화면이 하나둘 나열되면서 그분이 농업에 관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업 하면 꽤 많은 추억들이 남겨져 있어 그냥 한번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농사꾼과 AI 농업과의 대결을 벌였다는 얘기를 할 때는 호기심까지 발동했습니다. 좀 더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농업은 노동력 산업이고 노동력의 집약으로만 뭔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거라 알고 있었는데, 그 교수님의 말 속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휴일이면 아침부터 머리에 수건 두르고 밀짚모자를 쓰고 팔에는 토시를 끼고 단단히 준비 후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빨간 고추를 쉴 새 없이 따야 했고, 봄이면 땅을 골라 상추 모종을 일일이 심어야 했고, 땅콩과 고구마 수확을 위해 온 가족과 동네 사람들이 함께 달라붙어야 겨우 해 질 녘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다소 생소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대가 많이 변하고 요즘은 드론으로 농약도 주고 무인 이앙기로 모를 심는다는 뉴스를 들은 적은 있지만 짧은 시간에 더 빨리 진화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AI 농업대회의 자료 화면과 사진을 보고 교수님의 설명을 가만히 듣다 보니 거짓말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 사람 없이 AI가 알아서 농사를 해 튼실한 방울토마토를 생산했다고 하니 순위에 상관없이 참으로 대단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식물 공장은 앞으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아이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온난화로 집중호우라고 난리고 많은 밭작물이 물에 잠겨 벌써 채소의 가격 급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고 보니 좀 더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더군다나 온난화 기세가 해가 갈수록 더욱 강해질 거라는 예측이 많아 어느 곳은 가뭄에 시달리고 또 다른 지역은 물난리를 겪는 등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곡물들의 가격은 날씨 영향으로 더욱더 상승 곡선을 타게 될 것은 뻔합니다.

 

어떤 책에서 미래는 식량 전쟁이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폐터널을 이용한 옥천터널 식물 공장도 한 예로 드는 데 참 멋진 아이디어란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폐터널과 폐광산을 어찌 이용할 것인지 여러모로 고심한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이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버려진 광산이나 터널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유지 비용도 덜 들어간다고 하니 앞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줄어가는 인구로 여러 가지가 많이 바뀌어 가고 농촌은 고령화로 인해 일손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어제오늘 나온 얘기도 아니고, 우리 농촌이 살아야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만큼 이제 새로운 기술의 농법을 받아들이는 것은 필연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이세돌과 AI의 바둑 대결로 세상이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AI를 활용한 농업 기술의 발전도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할 시기가 오고 있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