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다. 여기를 봐도 딸기, 저기를 봐도 딸기다. 딸기 풍년이다. 마트에 가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딸기고 시장을 가 봐도 딸기는 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쓱쓱 닦고 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딱딱하거나 신맛도 강하지 않다. 그냥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다. 빨간색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에도 용이하다. 그리고 여기저기 박힌 씨는 딸기의 밋밋함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완벽한 과일은 없을 듯싶다.
아차! 딸기는 과일이 아니다. 문득, 초등학교 때가 생각난다. 딸기를 한 소쿠리 가득 담아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딸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딸기는 과일이다, 아니다, 채소다. 논쟁이 있었는데, 그때는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정확한 답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다음날, 선생님께 물어보고 나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선생님, 딸기는 과일인가요, 채소인가요?” 선생님도 선뜻 말을 하지 못하셨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많이 놀란 표정이셨다. 선생님도 백과사전을 펼쳐 딸기라는 단어를 찾고 나서야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을 해주셨다.
“딸기는 채소입니다.”
딸기는 채소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던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딸기는 과일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친구들과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백과사전을 빌어, 왜 딸기가 채소인지 설명을 해주셨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딸기를 채소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맛있고 달콤하고 모양도 예쁜 채소가 어디 있나?’ 딸기가 과일인가 채소인가에 대해 아주 가끔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인터넷을 뒤져 본다. 어린 조카들이 나와 친구들이 궁금했던 질문을 하기라도 하면, 곧바로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딸기에 대한 엄청난 사실도 하나 알게 되었다. 딸기의 씨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실은 딸기의 열매라는 사실이다. 충격적이어서 몇 번이고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어 봤다.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우리가 아는 딸기의 열매는 딸기의 꽃받침이라고 하니, 그렇게 좋아서 먹고 또 먹었던 딸기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그리고 재배 기술이 발달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즈음 딸기는 예전에 생각해 왔던 딸기와는 출하 시점이 많이 달라졌다. 봄기운이 가득 찬 주말이면 변두리로 드라이브를 자주 가던 때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커다란 딸기밭과 마주하곤 했었다. 일명 밭딸기였다. 딸기밭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정도로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세워 싱싱한 딸기를 골랐다.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갓 딴 딸기를 즉석에서 맛보면서 딸기를 평가할 기회도 얻었다. 역시 찬란한 5월 하늘 아래 햇살을 듬뿍 받은 딸기는 꿀맛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딸기밭에는 여전히 새빨간 딸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딸기는 밭딸기, 그리고 5월에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겨울에도 하우스 딸기가 등장하더니 4월에도 딸기는 대부분의 과일을 밀어내고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물가가 이것저것 다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딸기 한 팩을 집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맛이 있는 딸기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투명 용기에 가지런히 담겨 있어 먹어보고 살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남들이 하나씩 고르는 데 나도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넉넉하게 사서 아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배부르게 먹고도 남아서 잼까지 만들었던 그 옛날 추억이 오늘 저녁에는 유난히 생각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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