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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뜻밖의 선물

12월 초순 바쁜 일상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처음 보는 전화번호가 뜨고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려 댔다. 순간, 지역번호 063이 어딜까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받을까 말까 망설임의 시간이었다. 평소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는 그냥 무시해 버리곤 했던 탓에 이번에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한 공기업에서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공모전 당첨을 축하한다는 축하 메시지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졌다. 과연 무엇이 입선을 했고 어떤 상품이 기다리고 있을까. 참을 수 없어 서둘러 메일을 읽어 나갔다. 슬로건 장려상 입선을 한 관계로 50,000원권 상품권을 보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는 문의 사항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면서 번호까지 친절하게 남겼다. 063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였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라 무시하고 받지 않았던 전화가 실은 입선을 미리 알리고자 했던 담당자였다는 것을. 메일마저도 무시해 버렸다면 아예 몰랐으리라.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나고 문자 알람이 울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10여 개의 문자 알람이 울리고 있어서 이번에도 재난문자겠거니 하고 열어보았는데 재난문자가 아니었다. 그때 그 상품권이었다. 입선 선물로 보내주기로 했던 상품권을 온라인으로 보내준 것이었다. 상품권 도착만 확인하고 며칠이 다시 흘렀다. 급히 사야 할 물품이 없었던 탓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메시지함에 고이 모셔만 두고 있었다.

늦은 오후. 한가해진 틈을 타 일주일 동안의 재난문자를 정리하면서 온라인 상품권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제로페이에 가입해 사용하는 상품권이었다. 처음 접하는 상품권인 탓에 이것저것 꼼꼼하게 짚어가면서 한 단계씩을 밟아 나갔다.
그런데 그 순간, 수능을 막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조카 생각이 났다. 코로나가 1년 내내 기승을 부리고 엄격한 방역관리를 받으며 어렵게 수능 시험을 치룬 탓에 합격기원 찹쌀떡을 제때 사주지 못했었다. 시험 끝나고 나면 좋은 선물 하나 해주겠다고 약속은 했었지만 막상 뭘 해줘야 할지 몰라 연말까지 미루기만 했었다. 
‘조카한테 줘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조카에게 상품권 번호와 내용을 찍어 보내주었다. 얼떨결에 받은 선물을 뜻밖의 선물로 보내게 된 것이었다. 곧바로 조카는 ‘감사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조카가 많이 기뻐하는 듯싶어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그 온라인 상품권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 

다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를 확인하는데 조카의 문자가 보였다. 무슨 내용일까 싶어 열어 보았더니 번호와 수신인이 일치하지 않아 상품권 등록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잘 썼거니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등록 기한 임박해서야 허둥지둥한 서두른 모양이었다. 일단 알아보는 게 급하다 싶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금세 할 수 있었고,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자 변경 동의서만 보내주면 조카에게 보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일사천리로 움직인 탓에 등록 기한 하루를 남기고 무사히 조카에게 온라인 상품권을 선물할 수 있었다. 갑작스레 50,000원 상당의 포인트가 생긴 탓에 조카는 함박웃음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선물을 주고 싶은 이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나 역시도 마음이 흐뭇했다. 

오랜만에 선물다운 선물을 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나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이 아니었지만, 받는 이가 기뻐함에 선물을 주는 뿌듯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